![]() |
| ▲ 경제부 김은선 기자 |
홈플러스의 전기요금 체납 책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책임을 묻겠다며 전기를 끊어 입점 소상공인과 직원까지 문을 닫게 해서는 안 된다. 한국전력이 혼자 결정하기 어렵다면 정부와 회생법원까지 끌어들여서라도 단전을 막을 해법을 찾아야 한다.
수도권과 부산 등 일부 홈플러스 점포에는 단전이 예고된 상태다. 한전은 전기공급약관에 따라 요금이 장기간 체납되면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 한전 역시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만큼 미납요금을 무작정 포기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하지만 전국 홈플러스엔 아무 잘못 없는 입점업체가 있다. 자신이 부담할 전기료를 냈어도 건물 전체의 전기가 끊기면 함께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 냉장시설과 결제시스템, 소방설비까지 영향을 받는다.
채무자는 홈플러스다. 입점상인이 함께 벌을 받을 이유는 없다.
홈플러스는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를 받고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기업회생은 영업을 지속해 현금을 만들고 그 돈으로 채무를 갚는 과정이다. 전기를 끊어 영업기반부터 무너뜨리면 회생 가능성도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한전이 받을 돈까지 줄어들 수 있다.
단전 유예는 빚 탕감이 아니다. 밀린 요금은 반드시 받아야 한다. 분할상환이나 점포 매각대금 활용 등 회생계획과 연계한 변제방안을 만들면 된다. 중요한 것은 돈을 받는 과정에서 더 큰 사회적 피해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김동철 한전 사장의 이력이 의미를 갖는다.
김 사장은 4선 국회의원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 원내대표를 지낸 정치인 출신이다. 정치인이 공기업 수장으로 갈 때마다 이른바 ‘낙하산’ 논란이 따라붙었다. 김 사장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바로 이런 순간에 정치인 출신의 장점을 보여줘야 한다.
정치력은 규정을 무시하는 힘이 아니다.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해 규정만으로 답을 내기 어려울 때 정부와 법원, 채권자와 기업을 움직여 현실적인 해법을 만드는 능력이다.
한전 혼자 결정하기 어렵다면 관계부처에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법원과 홈플러스에는 명확한 체납요금 상환계획을 요구하고, 필요하면 정부에도 단전 유예에 따른 부담 분담 방안을 요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특혜 논란이나 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채권을 보전하면서 소상공인과 직원의 피해를 막기 위해 법과 절차 안에서 내린 결정이라면 훗날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정치인 출신 공기업 사장이 항상 비판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중요한 순간에 공공성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까지 책임진다면 정치 경험은 약점이 아니라 자산이 된다.
홈플러스의 빚을 한전이 대신 갚으라는 것이 아니다.
아무 잘못 없는 사람들의 전등부터 끄지 말라는 것이다.
김동철 사장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단전 결재가 아니라 해법을 만드는 결단이다.
정치인 출신답게, 정치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