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비축제 4만곳 참여…기존 할인행사와 추가 소비 구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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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 [행정안전부] |
정부가 전국적인 소비촉진 행사에 나섰지만 실제 내수 회복 효과는 대형 유통업체와 골목상권 사이에서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의 기존 할인행사가 정부 소비축제와 겹치는 만큼 행사 기간 늘어난 매출이 새로운 소비로 이어졌는지, 지역 소상공인에게 얼마나 돌아갔는지가 정책 성과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29일 행정안전부와 산업통상부 등에 따르면 이날 시작된 '제2회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에는 약 4만개 기업이 참여한다. 정부는 다음 달 15일까지 자동차와 가전, 농축수산물, 의류 등을 할인 판매하고 지역 관광·문화행사와 연계해 소비를 확대할 계획이다.
행사의 목적은 명확하다. 대형 유통업체가 소비를 끌어올리고 그 효과가 중소기업과 지역 소상공인에게 확산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가 실제로 얼마나 늘어날지는 별개의 문제다.
최근 경제지표에서도 이 같은 과제가 드러난다.
한국은행이 지난 27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1.0%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가 성장을 이끌었지만 민간소비는 오히려 0.2% 감소했다.
10월 소비자심리지수도 105.4로 전월보다 1.2포인트 떨어졌다. 전체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가계 소비가 같은 속도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반면 유통업체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28일 발표한 9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동월보다 4.5% 늘었다. 백화점은 8.4%, 대형마트는 4.0%, 편의점은 2.9% 증가했다. 온라인 매출도 4.0% 성장했다.
다만 이는 주요 유통업체 26개사를 대상으로 한 명목 매출 통계다. 전체 민간소비를 나타내는 GDP 지표와 조사 대상 및 비교 기준이 다르다. 특히 9월에는 지난해보다 추석이 앞당겨지면서 식품과 명절 선물 수요가 집중됐다.
대형 유통업체의 매출 증가만으로 내수 전반이 회복됐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번 행사에서 주목할 또 다른 변수는 민간기업의 자체 할인행사다.
신세계그룹(회장 정용진)은 30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SSG닷컴 등 18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쓱데이'를 진행한다.
신세계그룹이 준비한 행사 상품 규모는 약 2조원이다. 이 금액은 실제 매출이나 할인 지원금이 아닌 회사가 발표한 행사 상품 규모다.
쓱데이는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신세계그룹의 기존 정기 할인행사다. 정부 소비축제와 일정이 겹치지만 자체 판촉을 통해 발생했을 매출과 정부 통합행사로 새롭게 발생한 매출을 구분해야 정확한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네이버(최수연) 역시 지난 26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자체 쇼핑행사인 '넾다세일'을 진행한다. 약 1만3000개 스토어가 참여해 1000만개 안팎의 상품을 특가로 판매한다.
정부는 네이버의 소상공인 상생마켓과 쿠팡의 착한상점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중소기업 판로 확대도 지원한다.
온라인 유통업체는 이미 소비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산업통상부 조사에서 지난 9월 주요 유통업체 26개사의 전체 매출 가운데 온라인 비중은 59.5%였다. 2022년 53.0%에서 지속적으로 확대된 수치다.
소상공인 판매행사에서도 온라인 비중은 높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4월 동행축제의 직접 매출은 544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온라인 매출은 3695억원으로 전체의 약 67.9%를 차지했다. 오프라인 매출은 1746억원이었다.
물론 온라인에서 발생한 매출도 소상공인에게 돌아갈 수 있다. 다만 지역 상점으로 소비자를 직접 유입하려는 정책 목표와 온라인 판매 확대는 구분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올해 골목상권 연계 프로그램을 강화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전국 159개 지역 상권과 전통시장에서는 할인쿠폰과 상권 투어 등을 운영한다. 성심당과 삼진어묵, 태극당 등 방문객이 많은 점포를 주변 상점과 연결해 소비를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지역사랑상품권 할인율도 행사 기간 5%포인트 높인다. 수도권은 13%, 비수도권은 15%, 인구감소지역은 최대 17%까지 적용된다.
이는 소비자의 구매 부담을 낮추면서 지역 가맹점에서 지출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대형 유통업체의 일반 할인행사와 차이가 있다.
그러나 상품권 발행과 할인 확대가 곧바로 지역의 추가 매출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평소 현금이나 카드로 구매하던 상품을 상품권으로 결제하는 경우에도 상품권 사용액은 증가하기 때문이다.
추가 소비 효과를 확인하려면 행사 이전과 이후의 매출, 구매 건수, 신규 고객 유입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소상공인들이 체감하는 경기 흐름도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조사에서 지난 9월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는 76.5, 전통시장은 92.1로 전월보다 개선됐다. 하지만 10월 경기전망지수는 소상공인 93.7, 전통시장 90.9로 모두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명절에 집중됐던 소비가 일상적인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첫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에서 부처별 할인행사를 통합한 결과, 개별적으로 행사를 진행했을 때보다 소매업계 매출 상승 폭이 2.3%포인트 확대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수치만으로 정부 행사가 실제 소비를 얼마나 추가로 만들어냈는지 확정하기는 어렵다.
할인행사에는 소비를 새롭게 유발하는 효과뿐 아니라 향후 구매할 상품을 미리 사거나 다른 판매처에서 구매할 물량을 옮기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와 가전제품처럼 구매 금액이 큰 상품은 판매 시점이 앞당겨지는 것만으로도 행사 기간 전체 매출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할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도 중요하다.
대형 유통기업은 자체 판촉비를 투입해 고객을 확보할 수 있지만, 온라인에 입점한 중소 판매업체는 할인 비용과 플랫폼 수수료 부담에 따라 실제 남는 이익이 달라진다.
매출이 늘더라도 할인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면 소상공인의 수익성 개선은 제한적일 수 있다. 반대로 플랫폼이나 정부 지원으로 할인 비용을 충당하면서 새로운 고객을 확보했다면 실질적인 경영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사후 성과평가에서도 단순 판매액뿐 아니라 할인 재원 부담 구조와 중소 판매업체의 실제 매출 증가분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올해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은 지난해보다 기간을 확대하고 대형 유통업체부터 지역 관광시장까지 참여 범위를 넓혔다.
소비 위축을 완화하는 정책적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일시적인 판촉 매출이 지속적인 내수 회복으로 연결되는지는 행사 종료 이후 확인해야 한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플랫폼의 매출이 늘어난 가운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거래액, 구매 건수, 방문객 수도 함께 증가한다면 정부가 추진한 소비 확산 구조가 작동했다고 평가할 근거가 생긴다.
반대로 기존 구매가 행사 기간에 집중되거나 대형 유통업체로만 소비가 이동한다면 전체 판매액이 증가하더라도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는 제한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의 성과는 얼마나 많이 할인했는지가 아니라 할인으로 새롭게 발생한 소비가 얼마이며, 그중 얼마나 지역 상권에 남았는지에 달려 있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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