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히트펌프, 가스난방 제품 4년째 판매 추월
전기·가스 하이브리드로 에너지 전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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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동나비엔이 지난 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AHR EXPO 2026’에서 하이브리드 온수기와 ‘나비엔 HVAC 시스템’ 등 전기와 가스를 결합한 냉난방공조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경동나비엔] |
경동나비엔이 북미 온수기 사업에서 냉난방공조(HVAC)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이미 확보한 현지 판매 기반에 히트펌프와 냉난방 제품을 더해 북미에서 판매할 제품군을 넓히려는 전략이다.
4일 토요경제 재무분석실이 경동나비엔 반기보고서와 회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손연호·손흥락·장희철 대표이사가 이끄는 경동나비엔의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8135억원, 영업이익은 1481억원이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7.4%, 63.4%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8.2%다.
사업의 무게중심은 북미다. 상반기 북미 매출은 504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62.1%를 차지했다. 미국 사업에서는 온수기 비중이 72%, 보일러가 19%다. 북미 매출이 커졌지만 제품은 여전히 온수기에 집중돼 있다.
경동나비엔이 HVAC에 공을 들이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새로운 지역에서 처음부터 시장을 만드는 것보다 이미 브랜드와 판매 기반을 갖춘 북미에서 제품 범위를 넓히는 편이 사업 확장 측면에서 유리하다.
회사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의 북미 보일러·온수기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400만대를 넘어섰다. 2024년 기준 북미 순간식 가스온수기는 17년 연속, 벽걸이 콘덴싱 가스보일러는 12년 연속 판매 1위를 기록했다. 회사는 BRG 미국·캐나다 판매자료와 자체 판매자료를 기준으로 해당 순위를 집계한다.
산업 방향도 냉난방 사업 확대에 우호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 가구의 약 90%가 에어컨을 사용하고 20% 이상이 히트펌프로 난방한다. 미국 히트펌프 판매는 지난해 약 13% 감소했지만 가스 보일러·퍼네스 판매량은 4년 연속 웃돌았다. 올해 1분기에는 판매가 소폭 회복되는 흐름도 나타났다.
온수 시장에서도 히트펌프의 입지는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2029년부터 일반적인 전기 저장식 온수기에 강화된 효율기준을 적용한다. DOE는 새 기준이 적용되면 신규 전기 저장식 온수기의 절반 이상에 히트펌프 기술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를 경동나비엔의 기존 가스 순간식 온수기 사업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 압력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미국 정부가 별도로 추진했던 가스 순간식 온수기 효율규제는 2025년 철회됐다. 시장이 가스에서 전기로 일시에 바뀌기보다 고효율 전기제품과 기존 가스제품이 공존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경동나비엔이 전기와 가스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로 읽힌다.
회사는 지난 2월 미국 AHR 엑스포(AHR EXPO)에서 듀얼 퓨얼 하이브리드 온수기와 '나비엔 HVAC 시스템'을 공개했다. 평상시에는 전기 히트펌프를 사용하고 외부 기온이 크게 떨어지거나 난방 수요가 급증하면 가스를 보조 열원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이는 전기화에 올라타면서 기존 가스 기술을 버리지 않는 전략이다. 지역별로 기온과 전기·가스 가격, 주택 설비가 다른 미국 시장에서는 하나의 에너지원에 제품을 고정하는 것보다 소비 환경에 맞춰 열원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가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최근 행보도 같은 방향이다. 지난달 17일 듀얼 퓨얼 히트펌프 하이브리드 온수기 'NXW700'이 미국 '2026 통합 홈 솔루션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120V 전기 히트펌프와 가스 연소 시스템을 한 제품에 결합했으며 2027년 1분기 북미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14일 히트펌프와 전기히터를 결합한 '나비엔 공기열온수기'를 출시했다. 기존 가스보일러·온수기에서 확보한 열교환과 온수 기술을 전기 기반 제품으로 옮기는 작업이 국내외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셈이다.
생산투자도 이 같은 제품 확대를 뒷받침한다. 경동나비엔은 평택 서탄공장 부품동·사출동 신축과 열교환기동 증축에 최종 1043억원을 투입했다. 관련 투자는 지난 7월 마무리됐다. 회사는 에코허브 전체 생산능력을 연간 439만대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관건은 생산량보다 제품 구성이다. 기존 온수기와 보일러만으로 늘어난 생산능력을 채우는 것보다 히트펌프와 HVAC 제품까지 판매가 확산돼야 증설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북미 온수기 시장에서의 지위가 HVAC 성과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HVAC는 제품뿐 아니라 설치업자와 유통·서비스망의 영향력이 큰 시장이다. 온수기에서 쌓은 브랜드와 현지 사업 기반을 냉난방 설치 채널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가 시장 진입 속도를 좌우할 수 있다.
상반기 높은 수익성도 그대로 연장해 보기에는 이르다. 반기보고서에는 미국 관세환급금이 매출원가 차감으로 반영됐으며 환급 규모는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다. 3분기 이후에는 일회성 효과를 제외한 영업이익률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경동나비엔의 다음 성장성은 1043억원을 들여 늘린 생산능력보다 그 공장을 어떤 제품으로 채우느냐에 달렸다. 내년 북미 신제품 출시가 본격화되면 HVAC 매출 비중과 에코허브 가동률이 사업 전환 속도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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