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1392년 조선이 건국된 이래 600년 넘게 수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은 그렇게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였다. 서울을 이해한다는 건 결국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에 다가선다는 뜻일 게다. 이 연재는 '찐 서울 토박이'자 '대한민국 연예1호' 기자로 불리는 정홍택 선배의 구술을 기초 삼아 김병윤 대기자가 꼼꼼히 현장을 누비며 쓴 글이다. 김 병윤 대기자가 전하는 생동감 넘치는 서울 이야기를 '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으로 본지에서 매주 2회 독자에게 전하려 한다. [편집자 주] |
삼계탕과는 차원이 다른 ‘닭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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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곰탕 <사진=김병윤 대기자> |
닭곰탕은 양반집 음식이었다. 양반집 음식이 평민음식으로 대중화 됐다. 서울에는 삼계탕이 없었다. 양반이 먹기에 마땅치 않아서다. 삼계탕 속에 든 살은 손으로 들고 뜯어야 한다. 양반들은 품위가 손상 된다 여겼다. 삼계탕만이 아니다. 김도 손으로 싸먹지 않았다. 숟가락에 붙은 밥알로 찍어 먹었다. 과일을 먹을 때도 특수도구를 사용했다. 지금의 포크와 비슷했다. 2개의 찍는 부분이 있었다. 이 도구가 없는 집은 젓가락을 사용했다.
닭곰탕은 양반의 허세로 탄생했다. 닭고기를 찢어서 끓였다. 손을 댈 필요가 없어 먹기도 편했다. 조리법도 간단했다. 깨끗한 닭에 파 마늘 등 양념을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된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닭곰탕은 보양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기운이 없을 때 많이 먹었다. 땀 흘리는 여름에 사랑받았다. 예전에는 고기가 귀했다. 소고기 돼지고기는 먹기 힘들었다. 그나마 닭고기는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웬만한 집에서 닭 1~2마리는 키웠다. 달걀을 먹기 위해. 양반집은 더 많은 닭을 키웠다. 닭곰탕을 먹고 싶을 때 키우던 닭을 잡았다. 직접 잡지는 않았다. 다른데서 잡아왔다. 집에서는 조리만했다. 보신용으로 즐겨 먹었다. 어린 닭이 주로 사용됐다.
닭곰탕은 서울 사람의 입맛을 돋아줬다. 식당도 많이 생겼다. 무교동 서대문에 닭곰탕 집이 많았다. 서대문에는 닭곰탕집이 줄을 이었다. 지금도 몇 개의 식당이 남아 서울 닭곰탕의 명맥을 이어주고 있다.
빈대떡이 아니다 ‘부침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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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두부침개 <사진=김병윤 대기자> |
부침개는 기름에 재료를 부쳐낸 음식이다. 넓게 부쳐낸다. 서울에서는 부침개. 이북에서는 지지미라 부른다. 원조를 놓고 논쟁이 있다. 부침개 하면 빈대떡이 떠오른다. 6.25 이후 빈대떡으로 탄생했다. 부침개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빈대떡의 뜻에도 이견이 있다. 유래에 대해서도 많은 설이 있다. 빈(貧)자의 떡이라는 말도 있다. 가난한 사람의 떡이라는 뜻이다. 아니다. 부침개의 유래와 원조는 접어두자. 확실치 않은 얘기들이 많다.
부침개는 재료에 구애받지 않는다. 밀가루 쌀가루 메밀가루 등과 섞으면 된다. 밀가루는 꼭 들어가야 한다. 반죽을 뭉치기 위해서다. 반죽한 재료를 멋대로 부쳐내면 된다. 모양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부침개는 종류도 다양하다. 김치부침개 호박부침개 등이 친근하다. 서울의 부침개 중 파전이 유명했다. 크기가 엄청났다. 배고픔을 달래줄 크기였다.
파전에는 파만 들어가지 않았다. 고기 오징어 새우 굴 등 영양식품이 들어갔다. 서울음식에 동그랑땡이 있다. 크기가 작고 예쁘다. 소고기를 다져넣는다. 두부와 채소도 함께 섞는다. 반죽에는 달걀도 들어간다. 반찬으로 먹는다. 술안주로도 사랑받는다. 예전에는 전이라 불렀다. 부침개를 먹으면서 장이 발달했다. 부침개 장을 만들었다. 달래장 파장 등 다양한 장 종류가 나왔다. 한국음식에는 대부분 파가 들어간다. 부자는 일본장을 먹었다. 소위 기꼬만 간장이다.
부침개는 서울음식이며 전국음식이다. 평민과 양반이 함께 즐겼다. 계급과 빈부의 차이가 없었다. 어디서나 만들 수 있었다. 만들기도 편했다. 누구 곁에나 있었다. 비 오는 날 울적함을 달래줬다. 삶의 시름도 잊게 해줬다. 빗물 속에 응어리진 눈물도 함께 흘려보냈다. 막걸리 한 잔의 안주가 되어.
토요경제 / 김병윤 대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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