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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를 바탕으로 생성된 Ai 이미지 [토요경제] |
한국 금융시장의 위험 신호는 외국인이 팔았다는 사실 하나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팔아도 지수가 오르고, 지수가 오르자 외국인이 더 팔고, 그 매도 자금이 달러 수요로 이어지며 환율을 다시 밀어 올리는 구조다. 증시 강세가 환율 불안을 키우고, 환율 불안이 다시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순환이다.
금융감독원이 26일 발표한 ‘2026년 5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상장주식 47조190억원을 순매도했다. 5개월 연속 순매도다. 올해 1~5월 누적 순매도 규모는 114조224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순매도액의 10배를 넘어섰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에서 49조410억원을 팔았고, 코스닥에서는 2조220억원을 샀다.
그런데 숫자는 한 방향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외국인은 주식을 대거 팔았지만 보유 잔액은 줄지 않았다. 5월 말 외국인의 상장주식 보유액은 2852조3000억원으로 전월보다 730조9000억원 늘었다.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5.3%로 확대됐다. 주가가 그만큼 올랐기 때문이다. 즉 외국인은 한국을 버렸다기보다 오른 시장에서 이익을 챙겼다. 문제는 그 규모가 너무 컸다는 점이다.
자금은 주식에서 빠져 채권으로 이동했다. 외국인은 5월 상장채권에 8조7910억원을 순투자했다. 국채에만 9조9000억원이 들어왔다. 위험자산인 주식은 팔고, 비교적 안전한 국채는 산 것이다. 이는 한국 경제 전체에 대한 이탈이라기보다 한국 주식시장, 특히 급등한 반도체·AI 랠리에 대한 차익 실현 성격이 짙다.
환율은 이 움직임을 그대로 반영했다. 25일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에서 1542.7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549원에 육박했다. 1550원 선을 눈앞에 둔 셈이다. 1540원대 종가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의 고점권이다. 한국은행도 환율 상승 배경으로 중동 리스크와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를 꼽았다.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원화를 달러로 바꾸면 환율에는 상승 압력이 생긴다.
26일 증시는 이 불안을 가격으로 확인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19.09포인트, 5.81% 내린 8411.21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8126.84까지 밀렸다.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도 차례로 발동됐다. 코스닥도 4.10% 하락했다. 시장은 이미 단순 조정 구간을 넘어섰다. 투자 심리가 흔들리면 기계적으로 매도가 붙고, 매도가 붙으면 변동성이 더 커지는 장세다.
해외 시각도 비슷하다. 로이터는 25일 한국 증시를 두고 “올해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이지만 변동성은 차트 밖”이라고 썼다. 원문은 더 직설적이다. “South Korea’s stock market is the hottest in the world right now, but the volatility is off the charts.” 로이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개인투자자 비중과 레버리지가 커진 점을 변동성의 핵심 원인으로 짚었다.
26일 로이터의 환율 기사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이 7월 6일부터 원화 24시간 거래 체제로 넘어가지만, 원화는 17년 저점권에 머물고 있다. 로이터는 유동성이 얇은 시간대, 이른바 “thin liquidity”가 작은 주문도 큰 가격 변동으로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문 표현은 “disproportionately large price swings”다. 시장 개방은 필요한 개혁이지만, 약한 통화와 과열 증시가 맞물린 시점에서는 위험도 커진다.
글로벌 변수도 우호적이지 않다. 로이터는 26일 달러 강세를 두고 “강한 달러는 세계 어느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고 전했다. 원문은 “The strong dollar is not welcomed by anyone in the world”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와 AI 투자 붐이 달러를 붙잡고 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굳이 원화 위험을 크게 안고 갈 이유가 줄어든다.
AP도 26일 한국과 일본 증시 급락을 AI 랠리 이후 차익 실현 흐름으로 해석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쏠린 한국 증시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나 가격 전망이 흔들릴 때 충격이 커질 수밖에 없다. AP가 인용한 시장 코멘트는 간명하다. 하루는 강한 실적이 상승을 만들지만, 다음 날에는 AI 수요 우려가 “can reverse it violently the next”, 즉 급격한 되돌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도 26일 같은 지점을 짚었다. 애플이 메모리칩 부족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리자 시장은 수요 탄력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원문 표현은 “raises serious questions about demand elasticity and the durability of memory chip margins”다. 반도체 가격 상승은 공급사에는 호재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종 제품 가격이 오르고 소비가 둔화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AI 랠리의 이익률이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이다.
결국 지금의 한국 시장은 세 개의 힘이 충돌하는 지점에 있다. 첫째, AI와 반도체가 끌어올린 지수 상승. 둘째, 상승분을 현금화하려는 외국인의 매도. 셋째, 강달러와 고환율이다. 이 셋이 동시에 움직이면 시장은 강해 보이면서도 약해진다. 지수는 높지만 체력은 약하다. 유동성은 많지만 방향은 거칠다.
따라서 지금의 ‘셀코리아’를 단순한 한국 회피로 볼 필요는 없다. 외국인은 한국 채권을 사고 있다. 한국 자산 전체에서 빠져나간 것이 아니라, 오른 주식에서 위험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안심하기도 어렵다. 주식 매도 자금이 환율을 흔들고, 환율이 다시 외국인 수급을 흔드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시장이 봐야 할 것은 코스피 숫자 하나가 아니다. 외국인 매도 강도, 원·달러 환율, 삼성전자·SK하이닉스 쏠림, 신용거래와 레버리지 상품의 잔액이다. 상승장은 끝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오르는 시장이 아니라 흔들리는 시장이다. 돈은 빠져나가고, 가격은 버티고, 환율은 오른다. 그 불균형이 오늘 한국 금융시장의 진짜 톱뉴스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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