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책이 세제와 컴퓨팅 인프라 지원으로 구체화되면서 네이버·카카오와 통신업계의 AI 수익화 경쟁도 빨라지고 있다. 이번 주 IT·플랫폼·통신업계의 화두는 기술 자체보다 AI에 투입한 돈을 어떻게 매출과 이익으로 바꿀 것인지에 맞춰졌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은 방향을 분명히 했다. 반도체와 AI·로봇부품 등 전략 품목을 국내에서 생산·판매하는 기업에 세액공제를 주는 국내생산세액공제가 신설된다. 지방 투자에 대한 세제 우대도 강화된다. AI와 반도체를 연구개발 지원 대상에서 국내 생산과 산업 생태계 확충 대상으로 넓히겠다는 뜻이다.
정부의 ‘모두의 AI’ 사업도 플랫폼과 통신업계의 경쟁을 자극하고 있다. 정부는 전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국산 AI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사업자를 선정하고, 엔비디아 B200 GPU 최대 512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카카오와 LG유플러스가 참여를 공식화했고 네이버와 SK텔레콤, KT 등도 참여를 검토해왔다. GPU 확보가 AI 서비스 경쟁력의 핵심이 된 만큼 정부 지원 사업은 기업들의 AI 전략을 가르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기업 실적에서도 변화가 확인됐다. 네이버(최수연 대표이사)는 지난 7일 2분기 연결 매출 3조388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보다 16.2% 증가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이다. 영업이익은 5203억원으로 0.2% 줄었다. AI 인프라 투자 부담이 이익 증가를 제한했지만, AI가 기존 사업 매출을 끌어올리는 흐름도 나타났다. 회사에 따르면 광고 매출 증가분 가운데 AI 기여도는 60%를 넘었다. 6월 말 정식 출시한 AI 검색 ‘AI탭’은 이달 초 월간활성이용자(MAU) 1000만명을 돌파했다.
카카오(정신아 대표이사)도 AI 수익화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6일 2분기 매출 2조985억원, 영업이익 2770억원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9%, 36% 증가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플랫폼 매출은 1조2303억원으로 17% 늘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AI 서비스를 확대하고 2027년부터 본격적인 AI 수익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전략은 다르다. 네이버는 AI 검색, 광고, 커머스, AI 인프라를 직접 연결하는 구조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대규모 생활 접점을 기반으로 이용자 맞춤형 AI 서비스를 키우는 방식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모두의 AI’는 두 회사의 AI 모델과 통신사의 AI 서비스가 같은 무대에서 경쟁하는 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통신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AIDC)가 먼저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SK텔레콤(정재헌 대표이사)은 지난 5일 2분기 매출 4조3591억원, 영업이익 566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67.3% 증가했다. 지난해 보안사고 관련 일회성 비용에 따른 기저효과가 컸지만, AIDC 매출이 1362억원으로 92.5% 늘어난 점은 의미가 있다. 이동통신사가 가입자와 데이터를 파는 기업에서 컴퓨팅 인프라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정부 정책도 이 흐름을 밀고 있다. 정부는 SK·GS·네이버 등이 추진하는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국가 AI 인프라 전략과 연계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K-반도체를 핵심 프로젝트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통신 3사의 경쟁도 가입자와 요금제에서 데이터센터 용량, GPU 확보, 전력 조달 능력으로 넓어지고 있다.
지원이 커지는 만큼 규제도 함께 강해지고 있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네이버·카카오·구글·메타·틱톡 등 대형 플랫폼에는 허위·조작정보 신고·처리 체계와 투명성 보고 의무가 부과됐다. AI 산업은 키우되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과 개인정보·통신망 보안은 강화하는 방식이다. 정부 정책은 지원과 규제를 함께 가져가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크래프톤 실적이 두드러졌다. 크래프톤은 2분기 매출 1조2902억원, 영업이익 410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95.2%, 84.1% 증가했다. 상반기 매출은 2조6616억원, 영업이익은 9725억원에 달했다. ‘배틀그라운드’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IP 경쟁력이 실적으로 연결된 결과다.
정부도 게임산업에서는 직접 보조보다 IP 투자 생태계 조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문체부와 넥슨 등이 출자한 1200억원 규모 게임 IP 펀드는 초기 게임 개발사부터 글로벌 확장이 가능한 IP까지 후속 투자를 이어가는 구조다. 크래프톤의 실적은 국내 게임산업의 성장 공식이 내수 MMORPG 중심에서 글로벌 IP를 장기간 운영해 반복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주 IT업계에서 확인된 변화는 분명하다. 정부는 AI와 디지털 콘텐츠를 국가 성장산업으로 보고 세제, GPU, 정책금융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이를 검색, 광고, 커머스, 데이터센터, 게임 IP 수익으로 연결하고 있다. 앞으로 경쟁력을 가를 기준은 “AI를 보유했는가”가 아니라 AI가 얼마나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데이터센터와 서비스에서 얼마의 현금을 만들어내느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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