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 350조·주주환원 확대…은행 자본 셈법 복잡

김연수 기자 / 기사승인 : 2026-09-11 18:2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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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여신 5년여간 53.3% 증가…RWA도 33.4% 늘어
4대 지주 자회사 배당 5.2조→9.9조
CET1 아직 규제 웃돌아…자본효율 관리가 변수
▲ 은행권이 생산적 금융과 주주환원을 동시에 확대하면서 자본 효율성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연합뉴스]

 

은행권이 350조원이 넘는 생산적 금융과 주주환원을 동시에 확대하면서 자본 배분이 핵심 경영과제로 떠올랐다. 기업대출과 투자를 늘리면 위험가중자산(RWA)이 커지고, 배당을 확대하면 내부에 쌓을 자본은 줄어든다. 앞으로 은행 경쟁력은 같은 자본으로 얼마나 많은 수익을 내면서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지키느냐에서 갈릴 전망이다.

 

11일 금융권과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은 2030년까지 350조원이 넘는 생산적 금융 공급계획을 세웠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93조원 이상, 하나금융은 84조원, 우리금융은 82조4000억원 규모다.

생산적 금융의 상당 부분이 기업대출과 투자로 공급되는 만큼 RWA 관리도 중요해진다. RWA는 자산마다 위험 수준에 따라 다른 가중치를 적용해 계산한 수치다. 보통주자본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RWA가 빠르게 늘면 CET1은 낮아진다.

은행권의 자산구조는 이미 기업금융 쪽으로 크게 이동했다. NICE신평에 따르면 2021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기업여신은 53.3% 증가했다. 가계여신 증가율 13.5%의 약 4배다. 대기업 여신은 105.7%, 개인사업자를 제외한 일반 중소기업 여신은 61.6% 늘었다.

같은 기간 RWA도 비슷한 속도로 증가했다. 2021년 3월을 100으로 놓으면 올해 6월 4대 시중은행의 총여신 지수는 134.4, RWA 지수는 133.4를 기록했다. 총여신이 34.4% 늘어나는 동안 RWA도 33.4% 증가한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RWA 증가를 향후 생산적 금융 계획의 결과로 볼 수는 없다. 기업금융 확대와 환율, 지분투자, 자산구성 변화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쳤다. NICE신평은 앞으로 국민성장펀드와 첨단전략산업·성장기업 지원이 본격화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가중치를 적용받는 익스포저가 늘어 RWA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수익성도 함께 따져야 한다. 정책 지원 대상 기업에는 우대금리가 적용되는 경우가 있어 대출이 늘어난 만큼 이익이 증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은행 입장에서는 같은 RWA를 사용하더라도 얼마의 수익을 내는지가 중요해진다.

은행권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으로 기업대출과 투자자산이 늘어나면 RWA 증가에 따라 자본비율에 일부 부담이 생길 수 있다”며 “자산의 위험도와 수익성을 함께 보면서 RWA 증가 속도를 관리하고 저수익·고위험 자산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주환원 확대는 자본 운용의 또 다른 축이다.

4대 금융지주가 자회사에서 받은 배당금은 2021년 5조2123억원에서 지난해 9조8565억원으로 89%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은행이 지급한 배당은 3조4828억원에서 7조4339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금융지주가 주주환원을 확대할수록 핵심 자회사인 은행은 이익을 내부에 유보해 자본을 쌓는 역할과 지주의 배당 재원을 공급하는 역할을 함께 수행해야 한다.

실제 지난해 총주주환원율은 KB금융 52.4%, 신한금융 50.2%, 하나금융 46.8%, 우리금융 36.6% 수준이었다. KB와 신한은 이미 50%를 넘어섰고 하나와 우리도 환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자본 관리 방식은 금융그룹별로 차이가 난다.

KB금융의 6월 말 CET1은 13.74%였다. RWA는 약 369조8000억원으로 연초보다 3.6% 증가했다. KB금융은 CET1 13.5%를 초과하는 자본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면서 적정 자산 성장과 RWA 수익성을 함께 관리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회사도 RORWA 중심의 자산 재배치를 통해 자본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의 상반기 말 RWA는 약 307조8000억원으로 연초보다 6.5% 늘었고 CET1은 13.21%를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원화 약세에 따른 외화자산 환산과 두나무 지분투자 등이 RWA 증가에 영향을 미쳤으며 이를 제외한 경상 증가율은 4%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생산적 금융만으로 RWA 증가를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신한금융의 CET1은 13.43%였다. 신한금융도 자산 규모 자체보다 위험가중치와 수익성, 자본 활용 효율성을 함께 따져 RWA를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면서도 저수익·고위험 자산을 조정해 기존 주주환원 정책과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도 6월 말 CET1을 약 13.7%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생산적 금융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확대하면서 비은행 사업과 주주환원도 함께 강화하고 있다. 자산 성장과 자본비율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금융그룹과 같다.

현재 은행권의 자본건전성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말 국내은행의 평균 CET1은 13.62%로 3월 말보다 0.12%포인트 상승했다. 기본자본비율은 14.84%, 총자본비율은 15.77%였다. 2분기 보통주자본 증가율 2.2%가 RWA 증가율 1.7%를 웃돌면서 자본비율이 오히려 개선됐다. 모든 국내은행이 규제비율을 크게 상회했다.

지방은행은 자본 문제에 수익성과 건전성 부담까지 겹친다. NICE신평이 iM·부산·경남·광주·전북은행 등 5곳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798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1% 감소했다. 평균 총자산순이익률(ROA)도 0.67%에서 0.57%로 낮아졌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1년 말 0.4%에서 올해 6월 말 1.1%로 상승했다. NICE신평은 지역 경기와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상환능력이 약해지면 추가 충당금 부담이 자본 축적을 제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지방 금융그룹의 자본여력이 일률적으로 나빠진 것은 아니다. BNK금융의 6월 말 CET1은 12.14%로 전분기보다 0.16%포인트 하락했지만 iM은행의 CET1은 금융감독원 집계에서 같은 기간 0.25%포인트 상승했다. 개별 금융회사마다 자산 성장과 수익성, 위험관리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NICE신평도 당장 자본관리 부담이 은행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2026~2028년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평균 ROA는 0.60%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중은행 평균 CET1도 지난해 말 15.0%와 비슷한 수준을 이어가고, 지방은행은 지난해 말 14.6%에서 낮아지더라도 하락폭이 0.6%포인트 이내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권의 과제는 결국 자본의 양보다 배분으로 옮겨가고 있다. 생산적 금융에 자금을 더 공급하고 주주환원을 확대하면서도 자본비율과 건전성을 지켜야 한다. 같은 자본을 어디에 배분해 얼마의 수익을 내느냐에 따라 은행별 자본완충력과 주주환원 여력의 격차도 커질 수 있다.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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