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저축은행, 은행 5배 예보료 언제까지…'제2금융' 낙인 걷어야

김지영 기자 / 기사승인 : 2026-09-09 13:31:50
  • -
  • +
  • 인쇄
은행보다 5배 높은 예보료율…15년 전 저축은행 사태 비용 언제까지
수익성 회복·부실정리 진행됐지만 과거 위험 그대로 반영한 보험료 체계
정부는 지역·서민금융 역할 확대 주문…높은 고정비용은 민생금융 여력 제약
시스템 위기 비용은 전 업권 분담 전례…업권 낙인보다 개별 위험 반영해야
▲ 김지영 토요경제 경제·산업부장

저축은행 예금보험료 체계는 다시 짜야 한다. 위험을 낮게 평가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15년 전 대규모 부실의 기억과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시스템 위기의 비용까지 현재의 저축은행에 계속 얹는 방식이 합리적인지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정부 스스로 저축은행을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 키우겠다고 했다면 예금보험료 역시 과거의 낙인이 아니라 현재의 위험과 역할을 기준으로 매겨야 한다.

현재 기본 예금보험료율은 저축은행이 0.40%다. 은행 0.08%의 5배다. 보험과 금융투자업의 0.15%보다도 크게 높다. 업권별 위험이 다른 만큼 보험료율에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의 격차가 현재의 위험을 온전히 반영한 결과인지, 과거 저축은행 사태의 비용까지 장기간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 당시 정부는 저축은행 특별계정을 만들었다. 당초 15조원으로 예상했던 지원 규모는 27조2000억원까지 늘었다. 은행·보험·금융투자 등 다른 금융업권도 예금보험료 일부를 특별계정에 보내며 비용을 함께 부담해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예금보험료 전액을 특별계정 재원으로 부담하는 구조다. 올해 말 계정 종료를 앞두고도 1조2000억~1조6000억원의 결손이 예상되자 정부는 운영기한을 2027년 말까지 1년 연장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서 예금보험의 원칙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 금융구조조정 비용 역시 문제가 발생한 특정 금융업권만 부담하지 않았다. 2002년 말까지 발생한 예금보험기금 채무를 갚기 위해 부보금융회사들은 별도의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 특별기여금을 냈고 이 부담은 2027년 말까지 이어진다. 시스템 위기로 발생한 비용은 금융시스템 전체가 분담해온 셈이다.

그렇다면 저축은행도 같은 원칙에서 봐야 한다. 개별 저축은행의 통상적인 부실 위험은 당연히 해당 업권과 금융회사가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대규모 금융시스템 위기까지 예상해 한 업권에 지나치게 높은 사전 비용을 계속 부과하는 것이 최선인지는 다른 문제다. 시스템 위기는 예금보험기금뿐 아니라 자본규제와 유동성 관리, 부실자산 정리, 조기개입 등 여러 안전장치로 대응해야 한다.

현재 저축은행의 상황도 2011년과 같지 않다. 올해 상반기 79개 저축은행은 765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말 8.43%에서 8.16%로 낮아졌다.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15.73%다. 반면 연체율은 6.26%로 올랐고 기업대출 연체율도 8.38%까지 상승했다.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수익성이 회복되고 부실자산 정리가 진행되는 가운데 기업여신에서는 경계 신호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과거의 사태와 현재를 동일선상에 놓을 단계는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저축은행의 역할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저축은행 건전 발전방안'을 내놓으면서 저축은행을 서민·소상공인·중소·중견기업을 포괄하는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 재정립하겠다고 밝혔다. 자금공급 대상을 중견기업까지 확대하고 지방으로 자금이 흐르도록 예대율 제도도 바꾸기로 했다. 저축은행을 생산적 금융에 더 적극적으로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하다.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운 중·저신용자와 자영업자, 지역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라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 부실을 근거로 높은 비용구조를 계속 유지한다면 저축은행의 대출 여력은 줄 수밖에 없다. 예금보험료는 금융회사 비용이고 결국 자금조달과 대출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저축은행을 보호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위험이 높은 회사에는 더 높은 보험료를 물려야 한다. 반대로 자본비율과 연체율, 고정이하여신, 유동성, 충당금 관리가 좋은 회사까지 업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동일하게 높은 부담을 지우는 것도 보험 원리에 맞지 않는다. 업권별 일률적 부담보다 개별 회사 위험을 더 세밀하게 반영하는 차등보험료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방향이다.

마침 예금보호한도가 1억원으로 올라가면서 정부와 예금보험공사는 2028년부터 적용할 새로운 예금보험료율을 논의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업권별 인상 수치는 외부 연구용역의 계량모형 결과일 뿐 확정안이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업권과 전문가 의견을 거쳐 올해 말 최종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지금이 과거의 부실 비용과 미래의 정상적인 보험료를 구분할 기회다.

저축은행은 이름 앞에 붙은 '제2금융' 때문에 덜 중요한 금융기관이 아니다. 은행이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신용을 보완하고 서민과 자영업자, 지역기업을 연결하는 민생금융의 한 축이다. 위험에는 합당한 가격을 매겨야 한다. 그러나 과거의 낙인에 영구적인 가격표를 붙여서는 안 된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HEADLINE

연중캠페인

토요경제 [로드인 포토로그]

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