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가뭄에 재해자금 3000억…전국 5927곳 무더위쉼터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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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21일 경남 거제시 폭우 피해 농가를 찾아 피해 상황을 살피는 모습. [NH농협중앙회] |
농협중앙회(강호동 회장)가 쇄신 논란 이후 조직개혁과 농업 현장 지원을 실행 단계로 옮기고 있다. 창립 65주년을 맞은 올해 하반기에는 '농업소득 3000만원'을 목표로 생산·유통·판매 체계까지 손질하고 있다.
강호동 회장은 지난 13일 농협 창립 65주년 기념식에서 농업소득 3000만원을 위한 '돈 버는 농업'을 핵심 과제로 다시 제시했다. 구호 자체는 새롭지 않다. 올해 초부터 제시한 목표다. 달라진 것은 최근 이를 뒷받침할 경제사업 개편안과 조직개혁 후속 조치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농협은 지난달 생산부터 판매까지 경제사업 전반을 재편하는 방안을 내놨다. 산지농협 전속출하를 늘려 판매 물량을 규모화하고 공판장 거래를 경매 중심에서 온라인 도매시장 중심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NH싱씽몰은 전국 150여개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를 물류거점으로 활용해 산지 직송 체계를 구축한다.
산지 시설에도 디지털화를 적용한다. 스마트APC를 내년까지 100곳으로 확대하고 농협 APC 240곳에 자동화 설비를 지원한다. 공판장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스마트 도축 시스템을 도입한다. 중소농을 대상으로 한 보급형 스마트팜 지원 대상도 연간 2200여 농가로 잡았다.
이 정책들이 중요한 이유는 농협의 본래 역할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아래에는 지난달 말 기준 1106개 농·축협과 204만명의 조합원이 있다. 농산물을 얼마나 생산했느냐보다 농가가 실제 얼마를 남겼는지가 중앙회 경제사업의 성과를 가르는 구조다.
최근 농협이 유통단계 축소와 산지 직송, 온라인 거래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도 결국 생산자가 가져가는 몫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계획대로라면 유통비 절감과 판매가격 개선 효과가 농업소득으로 이어져야 한다. '농업소득 3000만원'이라는 목표 역시 향후에는 사업 규모보다 실제 농가소득 변화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조직 내부에서는 개혁 과제가 진행 중이다.
농협개혁위원회가 지난 6월 말 점검한 결과 13개 자체 개혁과제에 포함된 16개 세부과제 가운데 8개는 이행을 완료했고 4개는 법 개정 전에 먼저 실행에 들어갔다. 완료와 착수를 합하면 전체의 75%다. 나머지 4개는 법령 개정 등을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개혁과제 75% 완료'가 아니라 75%가 완료 또는 착수 단계에 들어갔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인사제도도 일부 바뀌었다. 임원후보 추천 과정에서 외부위원 추천기관을 늘리고 복수후보 면접을 도입했다. '퇴직 후 1년 이상 경과자 임원 선임 제한'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NH투자증권 대표 선임 과정에 이 기준을 처음 적용했다.
책임경영 장치도 추가됐다. 범농협 18개 계열사 가운데 11곳은 임원 성과보수 환수와 이연성과급 관련 규정 개정을 마쳤다. 농협이 과거 인사와 내부통제를 둘러싼 논란을 겪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선언보다 실제 규정 변경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농업 현장 대응도 최근 빨라졌다.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자 농협은 이달 재해자금 3000억원을 긴급 편성하고 관수장비와 영농·축산자재를 지원하기로 했다. 전국 110개 축협을 통해 폭염 취약농가 3693곳에 살수 지원도 진행한다. 강 회장은 지난 7일 경남 김해 농가와 저수지를 직접 찾아 농업용수와 작물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전국 농협 네트워크도 재해 대응에 활용하고 있다. 농협은 전국 5927곳을 무더위쉼터로 운영하고 넥쿨러 32만개와 부채·양파즙 각각 100만개 등을 현장에 공급했다. 중앙회와 경제지주, 지역 농·축협을 동시에 움직일 수 있다는 조직 특성이 재난 상황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한 셈이다.
강 회장에게 올해는 임기 후반부의 성격도 강하다. 2024년 3월 취임한 뒤 현장경영과 '농심천심'을 강조했지만 특별감사와 인사·지배구조 문제, 중앙회장 선거제도 등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았다. 최근 개혁 과제 이행과 경제사업 개편은 이런 비판 이후에 나온 후속 조치라는 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토요경제 역시 지난 5월 강 회장의 직선제 수용과 이에 따른 선거비용 및 제도적 선결과제를 짚은 바 있다.
따라서 현재 농협중앙회의 변화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개혁안은 '착수'와 '완료'를 구분해야 하고, 스마트팜과 온라인 유통 확대 역시 농가가 실제로 더 많은 소득을 얻어야 성과가 확인된다. 농·축협 상호금융의 건전성 관리도 남은 과제다.
다만 올해 들어 변화의 무게중심이 구호에서 실행으로 옮겨가는 흐름은 나타나고 있다. 개혁과제는 규정과 인사제도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폭염·가뭄 대응에서는 3000억원의 자금과 전국 조직망을 움직였다. 생산·유통·판매 개편까지 농가소득으로 연결한다면 강호동 체제의 성적표도 결국 '농업인이 얼마를 더 벌었느냐'라는 숫자로 평가받게 될 전망이다.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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