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통합계좌·패밀리오피스·모험자본으로 새 수익 열어

하나증권이 올해 1분기 뚜렷한 회복 신호를 보였다. 순이익 규모만 놓고 보면 KB증권·신한투자증권 같은 대형 경쟁사보다 크지 않다. 그러나 하나증권의 1분기 실적에서 더 중요한 대목은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수익 구조의 변화다. 자산관리, 기업금융, 발행어음, 외국인통합계좌가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순 브로커리지 반등을 넘어 증권사 체질을 바꾸는 초기 성과로 볼 수 있다.
하나증권은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1416억원, 당기순이익 103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약 48%, 순이익은 37.1% 늘었다. 전 분기 적자에서 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선 점도 의미가 있다. ROE는 6.88%로 전년 3.52%보다 개선됐다. 아직 업계 최상위 수익성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하락 국면을 벗어나 회복 궤도에 올라섰다는 점은 분명하다.
실적 개선의 핵심은 수수료이익이다. 하나증권의 1분기 수수료이익은 19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5.3% 증가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증권중개수수료는 1092억원으로 203.9% 늘었고, 투자일임·운용수수료도 348억원으로 167.6% 증가했다. 증시 회복이라는 외부 환경의 도움도 있었지만, 고객 자산을 상품과 운용수익으로 연결한 영업채널의 힘이 같이 작동했다.
기업금융도 회복됐다. 하나증권은 우량 선순위 딜을 중심으로 IB 포트폴리오를 정비했고, 1분기 인수주선·자문수수료는 246억원으로 36.2% 증가했다. 과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에 과도하게 기대던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의 시험대에 오른 것과 달리, 하나증권은 고위험 확장보다 선별 수주와 우량 딜 중심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이는 단기 실적보다 지속 가능성을 더 중시하는 전략이다.
가장 큰 변화는 발행어음이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말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과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며 발행어음 사업에 진입했다. 하나증권은 1월 첫 발행어음 상품을 출시한 뒤 일주일 만에 3000억원을 판매했고, 5월 말 기준 누적 모집금액은 5000억원을 넘어섰다.
조달 자금의 25%를 모험자본에 투자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투자 대상은 AI,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모빌리티 등 국가 전략산업이다. 초기 스타트업에는 지분투자, 성장 단계 기업에는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메자닌 금융을 활용하고, 이후 IPO와 M&A, 인수금융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제대로 작동하면 WM에서 들어온 고객 자금이 IB를 통해 성장기업에 공급되고, 다시 상품화돼 고객에게 돌아오는 선순환 모델이 만들어진다.
글로벌 수익 통로도 열리고 있다. 하나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먼저 외국인통합계좌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비거주 외국인 투자자가 현지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한 첫 사례다. 이는 단순한 서비스 출시가 아니라 한국 주식시장으로 해외 개인투자자 자금을 끌어들이는 창구다. 삼성증권 등 경쟁사들이 뒤따라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는 점은 오히려 하나증권이 먼저 잡은 방향이 맞았다는 방증이다.
자산관리 부문에서는 초고액자산가 시장을 겨냥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하나증권은 강남 테헤란로에 프리미엄 종합자산관리 거점인 ‘THE 센터필드 W’를 열었다. 이곳은 단순 점포가 아니라 WM, IB, S&T 역량을 결합한 패밀리오피스 거점이다. 국내외 주식, 채권, 글로벌 자산, 세무·법률·승계 컨설팅까지 결합해 초고액자산가와 법인 고객을 묶는 구조다. 은행계 증권사인 하나증권이 하나은행 고객 기반과 결합할 경우 시너지는 더 커질 수 있다.
강성묵 대표의 경영 방향도 이 흐름과 맞물린다. 강 대표는 올해 발행어음 기반 모험자본 공급, STO를 포함한 디지털자산 전환, AI 중심 업무 재설계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하나증권이 지금 필요한 것은 한 번의 호실적이 아니라 수익모델의 재구성이다. 브로커리지, WM, IB, 발행어음, 글로벌 플랫폼을 하나의 구조로 묶는 것이 강 대표 체제의 과제다.
물론 위험 요인도 있다. 1분기 실적에는 증시 거래대금 증가 효과가 반영됐다. 시장이 둔화되면 중개수수료 증가세도 약해질 수 있다. 또 1분기 매매평가손익은 손실을 기록했다. 금리와 환율 변동에 따른 운용 손익 관리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하나증권의 회복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발행어음 운용 성과와 IB 리스크 관리, WM 고객자산 확대가 동시에 이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하나증권의 1분기는 긍정적으로 읽힌다. 실적은 회복됐고, 수수료이익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발행어음은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외국인통합계좌는 글로벌 투자자 유입의 창구를 열었고, 패밀리오피스는 고액자산가 시장을 겨냥한 새 거점이 됐다. 하나증권은 이제 은행계 증권사의 보조축이 아니라, 하나금융그룹 비은행 성장의 핵심 축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하나증권의 다음 관건은 규모가 아니라 연결력이다. 고객 자산을 WM으로 모으고, 발행어음으로 조달 기반을 넓히고, IB로 기업 성장에 자금을 공급하며, 외국인통합계좌로 해외 수급까지 끌어오는 구조다. 이 연결이 안착한다면 하나증권의 1분기 반등은 단순한 실적 개선이 아니라 비은행 성장 전략의 출발점으로 기록될 수 있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