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농구 최강자, 이변 없는 선택
이승현은 지난해 1순위의 주인공이었던 김종규(창원LG)보다 신장은 10cm가 작지만, 중앙대-경희대로 이어졌던 대학농구 왕좌를 고려대로 옮겨오고 고려대 농구의 르네상스를 이끈 주장으로 ‘두목 호랑이’로 불린 대학 농구의 카리스마 리더다.
이종현의 국가대표 차출로 대학농구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고려대의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1차전 패배 후에도 팀을 추스르고 역전 우승을 일구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며, 2014 KB국민은행 대학농구리그 MVP에 올랐다.
‘2014 세계 남자 농구월드컵’을 앞두고 우리나라 대표팀 15인 예비엔트리까지 이름을 올렸지만 끝내 스페인 행 티켓까지 거머쥐지는 못했다. 하지만 고려대를 대학농구 최강자 자리에 2년 연속으로 올려놓고 전체 1순위로 프로에 발을 디디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대학농구 2연패를 달성한 후 KBL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에 대해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선수라면 누구나 가져야 하는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던 이승현은 만족스러운 첫 단추를 꿰며 프로에 첫 발을 들여놓게 됐다.
지난 2000년 서울 삼성에 지명됐던 이규섭 서울 삼성 코치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고려대 출신 1순위 지명의 주인공이 된 이승현은 “두목 호랑이가 아닌 ‘KBL의 두목’이 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제2의 현주엽’이라고도 불리는 이승현은 이미 대학시절부터 자신이 KBL에서 롤 모델로 꼽아왔던 오세근(안양 KGC인삼공사)과 함지훈(울산 모비스)을 뛰어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프로에 대한 당찬 도전장을 던졌다.
강력한 포스트 플레이와 골밑 장악 능력은 물론 패스 능력까지 갖춰 현역 시절의 현주엽 해설위원과도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승현에 대해 현주엽 위원은 “인사이드에서만 플레이를 하던 이승현이 대학 3학년 이후 활동반경이 넓어지면서 많이 좋아졌다”고 평가하며 “프로에서는 스피드를 보강하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승현은 2미터가 넘는 선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선수들도 상대해야 하는 프로무대에서 센터로서는 비교적 단신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한 발 더 뛰는 근성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승현은 이미 대학 시절에도 자신보다 신장에서 우위를 보이는 선수들을 상대로 힘과 운동능력, 그리고 활동량과 근성 등을 무기로 맞대결을 펼쳐왔다.
이승현은 자신을 선택한 오리온스에 대해 “내가 원했던 팀 중 하나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하며 “추일승 감독님이 원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기대에 부응해서 우승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또한 어떤 자리에서 뛰게 될지 모르겠지만, 슛은 물론 포스트업도 모두 잘하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프로 출범 후 처음으로 1순위 지명권을 획득해 이승현을 지명하게 된 오리온스의 추일승 감독은 “1순위 지명권은 물론 원하는 선수를 얻었다는 것 때문에 기쁨이 2배”라며 이승현을 손에 넣은 것에 대해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추 감독은 “우리 팀에 이승현의 자리가 비어 있다”라고 말하며 “이승현이 갖고 있는 기능적인 부분과 정신적인 준비가 프로에서도 발휘된다면 오리온스 농구의 새 역사를 쓸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올 해 목표를 ‘정상 도전’이라고 밝혔다.
오리온스는 시즌 중 4대4 트레이드를 통해 KT로부터 1라운드 지명권 한 장을 더 얻게 되었고, 다른 구단보다 2배의 확률을 갖고 드래프트에 임해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하며 ‘확률의 우위’속에 이승현을 지명한데 이어 7순위에서 중앙대 가드 이호현을 지명하며 만족스라운 드래프트를 마쳤다.
연세대-상명대, KBL 취업률 100%
한편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행사했던 서울삼성은 이번 드래프트에서도 2순위 지명권의 높은 순번을 획득하는 행운을 누리며 이승현의 라이벌인 연세대 김준일을 지명했다. 비록 이승현의 벽을 넘지 못하고 대학리그 준우승의 아쉬움을 남겼지만 득점상 등 4관왕을 차지했던 김준일은 강력한 포스트 장악 능력을 갖추고 있어, 골밑에 약점이 있었던 삼성에 강력한 전력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준일의 모교인 연세대는 대학리그에서는 라이벌 고려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김준일을 비롯해 허웅(원주 동부), 김기윤(안양 KGC인삼공사), 최승욱, 주지훈(이상 창원 LG) 등 이번 드래프트에 참가한 5명이 모두 프로에 지명되는 기쁨을 누렸다. 또한, 많은 농구 명문교 속에서 새롭게 부상 중인 상명대는 이번 드래프트에 참가한 두 명의 선수(이현석, 이진욱)가 각각 서울 SK와 인천 전자랜드에 부름을 받으며 대학리그에서의 돌풍은 물론 프로에서도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선수 양성의 능력을 증명 받았다.

한편, 이번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만큼 관심을 끌었던 연세대학교의 허웅은 1라운드 5순위 지명으로 원주 동부에 지명됐다. 전주 KCC 허재 감독의 아들인 허웅은 상위 지명이 유력한 상황이었고 KCC가 4순위 지명권을 획득하며 아버지와 같은 팀에서 뛸 가능성도 있었다.
또한 KCC역시 득점력이 뛰어나고 가드와 포워드를 겸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기에 허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허재 감독은 고려대 김지후를 선택했다. 부담을 피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허재 감독에 이어 지명권을 획득한 원주 동부의 김영만 감독은 주저 없이 허웅을 선택했다.
허웅은 “지금까지 올 수 있게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하면서 “이제는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허웅이라는 이름으로 활약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허재 감독은 “아버지와 아들이 프로에서 감독과 선수로 한 팀에서 뛰는 것은 좀 그렇다”고 부담을 솔직하게 나타내며 “아들이 어느 팀에서 뛰든, 좋은 선수가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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