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5000억 연구기지 짓고 R&D 조직 분화 '자체 신약 무게'

황세림 기자 / 기사승인 : 2026-07-12 22:52:19
  • -
  • +
  • 인쇄
연구개발비 3년간 23% 증가…매출 대비 비중 11%대로
아첼라·뉴라테온 역할 분담…ADC·대사질환·신경질환 파이프라인 전진
▲ 서울 충정로 종근당 본사 [종근당]

 

종근당(김영주 대표이사)이 의약품 판매회사에서 자체 신약 개발회사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최근 연구개발 전문 자회사 뉴라테온을 출범시킨 데 이어 신약 개발 자회사 아첼라, 미국 연구법인, 시흥 배곧 바이오복합연구단지를 잇달아 구축하고 있다. 연구개발비도 매출 증가율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 구호보다 조직과 자본을 연구개발에 재배치하는 단계다.

가장 분명한 신호는 배곧 투자다. 종근당은 지난달 경기 시흥시 배곧지구에 바이오 연구센터와 실증센터를 조성하기 위해 3925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말 연결 자기자본 1조63억원의 39%에 해당한다. 앞서 지급한 토지 매입비 약 948억원까지 더하면 현재까지 확정된 투자액은 4874억원이다. 준공 목표는 2028년 8월이다.

연구센터는 바이오의약품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증센터는 연구 단계에서 확보한 기술이 실제 생산공정에 적용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시설이다. 기초연구와 임상을 넘어 공정 개발과 시험생산까지 내부에서 연결하려는 투자다. 자체 신약 개발 과정에서 외부기관에 의존했던 일부 기능을 회사 안으로 가져오는 효과도 예상된다.

투자 규모는 작지 않다. 3925억원은 종근당이 최근 3년간 거둔 연결 영업이익을 합한 수준에 가깝다. 연구시설은 준공 이후 감가상각비와 운영비도 발생한다. 단기 수익성만 보면 부담이지만, 회사가 기존 의약품 판매보다 바이오 신약 개발에 장기 자본을 배치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조직도 같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해 10월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 아첼라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 8일 기술연구 전문회사 뉴라테온을 출범시켰다. 기존 효종연구소 안에 있던 신약과 제제·분석 연구 기능을 별도 법인으로 나눈 것이다.

아첼라는 직접 후보물질을 탐색하기보다 종근당에서 넘겨받은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 개발과 상용화, 기술수출을 담당한다. 우선 이상지질혈증과 신경질환 등 3개 후보물질에 역량을 집중하는 개발 전문회사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난달 미국 학회에서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후보물질 ‘ACL-508’의 미국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다.

뉴라테온은 신약 제형과 개량신약, 제네릭, 일반의약품 개발을 비롯해 분석·제제·약물전달시스템(DDS) 연구를 맡는다. 자체 제품 개발뿐 아니라 외부 제약기업을 대상으로 연구개발 서비스와 기술이전 사업도 추진한다. 종근당 본체가 후보물질 발굴과 바이오 연구에 집중하고, 아첼라는 임상과 사업화, 뉴라테온은 제제와 기술연구를 맡는 구조다.

이는 단순히 계열사 수를 늘리는 작업과 다르다. 신약 후보 발굴부터 임상, 제형 개발, 공정 검증, 기술수출까지 연구개발 과정을 기능별 전문조직으로 분리하고 있다. 개별 조직의 책임과 개발 속도를 높이려는 선택이다. 다만 법인이 나뉘면 인력과 비용이 중복될 수 있어 조직 간 협업과 성과 관리가 중요해진다.

실제 투자액도 늘었다. 종근당의 연결 기준 연구개발비는 2023년 1513억원, 2024년 1574억원, 지난해 1858억원으로 증가했다. 2년 동안 22.8% 늘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같은 기간 9.06%에서 9.92%, 10.98%로 상승했다. 지난해 연구개발비 증가율은 18.1%로 매출 증가율을 웃돌았다.

올해도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1분기 연결 연구개발비는 약 500억원으로 매출의 11.17%를 차지했다. 한미약품과 대웅제약 등 연구개발 비중이 16%를 넘는 회사보다는 낮지만, 매출 규모가 큰 전통 제약사 가운데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입하는 상위권에 속한다. ‘연구개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투자액뿐 아니라 임상과 기술수출 성과가 뒤따라야 하지만, 투입 강도는 높아지고 있다.

파이프라인도 초기 연구에서 글로벌 임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 ‘CKD-703’은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2a상을 승인받은 뒤 올해 4월 미국에서 첫 환자를 등록했다. 비소세포폐암 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적정 용량을 확인하는 단계다. 종근당이 자체 개발한 항체에 외부 ADC 플랫폼을 결합한 후보물질로, 현재 파이프라인 가운데 상업적 가치가 확인돼야 할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ACL-508도 미국 임상 1상 투약을 마치고 후속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퇴행성 신경질환 후보물질 CKD-513은 지난달 국제학회에서 비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합성신약과 ADC, 신경질환 치료제로 연구 분야를 분산해 특정 후보물질 실패에 따른 위험을 낮추는 구조다.

앞선 기술수출 경험도 있다. 종근당은 2023년 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6(HDAC6) 억제제 CKD-510을 노바티스에 기술수출했다. 총계약 규모는 최대 13억500만달러, 계약금은 8000만달러였다. 이후 미국 임상시험계획 제출에 따라 500만달러의 단계별 기술료도 받았다. 한 차례의 대형 계약을 통해 자체 신약 연구가 실제 현금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현재 실적은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갈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종근당의 올해 1분기 별도 매출은 447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76억원으로 36.9% 늘었다. 위고비 공동판매와 기존 주력 의약품 판매가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다만 도입 의약품의 판매 증가는 자체 신약 성과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위고비는 당장 매출과 현금흐름을 보강하지만 판권과 공급 조건에 따라 실적이 달라질 수 있다. 종근당이 자체 신약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도 외부에서 도입한 의약품에 대한 의존도를 장기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다.

신약 개발의 성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CKD-703은 아직 초기 임상이고 ACL-508과 CKD-513도 상업화까지 여러 단계가 남아 있다. 배곧 연구단지 투자도 당분간 현금 유출과 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종근당의 최근 움직임은 일관된다. 연구개발비를 늘리고, 기능별 자회사를 설립하고, 자기자본의 39%를 연구시설에 투입하고 있다. 종근당이 연구개발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평가는 홍보 문구보다 자본배분에서 확인된다. 향후 평가는 투자 규모가 아니라 CKD-703의 임상 결과와 후속 기술수출, 자체 개발 제품의 매출 비중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HEADLINE

연중캠페인

토요경제 [로드인 포토로그]

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