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봉환 토요경제신문 발행인 겸 대표이사 |
정부와 산업계가 수출 1000억달러를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 독일,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네 번째 기록이라는 의미도 작지 않다. 반도체가 다시 뛰고, 무역수지가 흑자를 냈다는 점도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국민이 매일 확인하는 경제는 수출 통계가 아니다. 주유소 가격표이고, 장바구니 영수증이고, 외식 메뉴판이다.
지난달 물가 상승의 중심에는 기름값이 있었다. 휘발유와 경유, 등유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 기름값은 기름값으로 끝나지 않는다. 물류비를 밀어 올리고, 식자재 가격을 흔들고, 자영업자의 원가 부담으로 번진다. 쌀, 달걀, 고기값까지 오르면 물가는 통계가 아니라 생활고가 된다.
이 대목에서 정부가 경계해야 할 것은 성과의 착시다. 수출이 늘었다고 민생이 곧바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수출 호조는 대기업 실적과 무역수지에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 효과가 임금과 고용, 투자와 소비로 내려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반면 물가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오늘 오른 기름값과 식료품값은 오늘의 지출이다.
정치가 물가에 민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가는 이념이 아니다. 정권 지지율보다 정직하고, 정책 홍보보다 빠르다. 국민은 발표문보다 가격표를 먼저 믿는다. 정부가 아무리 수출 성과를 강조해도 밥상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경제 회복은 체감되지 않는다.
하반기 경제정책의 핵심은 분명하다. 수출 성과를 민생 안정으로 연결해야 한다. 정부가 1조원 규모의 물가 대책을 내놨지만, 중요한 것은 투입 규모가 아니라 체감 효과다. 할인 지원, 공공요금 관리, 농축수산물 수급 대책이 실제 가격 안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발표는 짧고, 물가는 길다.
수출 1000억달러는 한국 경제의 힘을 보여준 기록이다. 그러나 물가 3.2%는 그 힘이 아직 국민의 생활로 내려오지 않았다는 경고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축이 아니라 긴장이다. 경제의 성과는 숫자로 증명되지만, 정부의 실력은 민생에서 검증된다.
이제 정치권이 실력 발휘를 해야 하는 이유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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