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우화 가운데 ‘나귀 팔러 가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가 있다. 나귀를 팔기 위해 장터로 끌고 가던 아버지와 아들이, 길에서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고 번갈아가며 나귀 등에 타다가 나중에는 나귀를 메고 갔다는 본래의 줄거리는 거의 아실 것이고. 결국은 나귀를 메고 가는 꼴을 보고 동네 아이들이 깔깔대고 조롱하는 바람에 나귀가 놀라 버둥거렸고, 그 바람에 아버지와 아들은 나귀를 다리 아래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후. 아버지 아큐(阿Q)는 잃어버린 나귀를 보상받기 위하여 관아로 달려갔다. 백성의 억울한 사연을 보아 넘기지 못하는 포청천 나리께서는 즉각 동네 아이들을 잡아오게 하였다.
“네 놈들은 왜 가만히 길 가는 사람들을 비웃어 나귀가 물에 빠지게 만들었느냐?”
“우습지 않습니까요? 등에 거꾸로 매달린 나귀가 눈을 멀뚱멀뚱 뜨고 두리번거리는 꼴이 너무 우스워서 웃었을 뿐입니다요.”
“그렇구나. 우스워서 웃는 것이야 감정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일이니 죄가 아니지”
포청천은 자신도 웃음이 터지려는 걸 꾹 참아 누르면서 아버지 阿Q에게 물었다.
“그러게 대체 나귀를 메고 갈 생각은 애당초 왜 했느냐?”
“예에 길가에 놀고 있던 젊은이들이 짐승을 학대한다고 비웃으며 욕을 하기에….”
포청천은 당장 길가에서 비웃은 젊은이들을 잡아오게 하였다.
“남이사 나귀를 혼자 타든 둘이 타든, 왜 뒤에서 악플을 날려 사람을 헷갈리게 하였느냐.”
“어머, 그 작은 나귀를 무지막지한 남자가 둘이나 타고 가다니 귀여운 나귀가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걸 그렇다고 말한 것뿐인데, 그것도 죄가 되나요? 말 못하는 짐승을 학대하는 건 문명국가의 위신을 깎는 일 아니에요? 그리고, 그래서 우리가 나귀를 메고 가라고 시키기라도 했나요? 자기들이 바보같이 해놓고는 누구한테 뒤집어씌워? 별꼴이야 정말.”
변명에 일리가 있는지라 포청천은 다시 阿Q에게 나귀를 둘이서 타게 된 이유를 물었다. 그리고는 아버지가 타고 올 때 우물가에서 비웃은 아낙네들과, 아들이 타고 올 때 정자나무 아래서 비웃은 노인들을 함께 끌어오게 했다.
“생각해보세요. 신체 건장한 아버지는 나귀에 타고 아직 미성년자인 듯한 아들은 고삐를 잡고 가다니 친아버지라면 그럴 리가 없죠. 저런 사람이 집에서 마누라한테는 제대로 남편구실이나 하나 몰라. 흥! 우리 말이 틀려요?”
아낙네들의 비웃음에 阿Q가 얼굴만 벌개져서 아무 대꾸를 못하자 노인들이 나섰다.
“아니, 어따 대구 큰 소리야? 아녀자들이. 어떻게 사지 멀쩡한 자식놈이 나귀에 타고 아버지는 걸어갈 수 있냐 그 말이야. 내 말은. 우리 어렸을 때 같으면 어림도 없던 일이에요.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러나 쯧쯧. 이게 다 좌파들 때문이야. 이거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거 아냐?”
자칫하면 패싸움이라도 나겠는지라 포청천은 모두를 진정시킨 뒤 마지막으로 주막에 앉아있던 장사치들을 잡아오게 하였다. 그들이야 말로 평화롭게 나귀를 끌고 지나가던 阿Q 父子를 비웃어 이 모든 사단의 원인을 발생시킨 최초의 ‘제삼자’들이었다.
관아로 들어서는 장사치들은 그 사이에 얼큰히 취한 상태였다.
“아이구, 포청천 나으리. 이렇게 관아로 직접 들라 이르시다니 광영이옵니다. 언제든지 주막에서 마음껏 드시고 저희 이름으로 달아두십시오.” 장사치들은 포청천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阿Q 부자를 흉본 것은 실용주의 관점에서 마땅히 탈 것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阿Q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주려 한 것일 뿐, 惡意를 지닌 것은 없었노라고 주장했다.
포청천은, 자신의 술친구들이며 애당초 악의가 없었던 실용주의자들을 맨 먼저 석방했고, 단지 뒤집어지는 세상을 걱정했을 뿐인 노인들을 석방했으며, 단지 모성본능으로 어린 아들을 걱정했을 뿐인 아낙네들도 마지못해 석방했다. 뒷일이 어찌 될까를 생각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阿Q 부자를 비웃은 젊은이들과 깔깔대고 조롱하여 나귀를 떨어뜨린 직접 동기를 제공한 어린 아이들만 남아서 판관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라나 어쨌다나.
같은 일을 두고도 판이한 생각들이 존재하는 곳이 세상이다. 그것이 가감 없이 표출되는 곳이 민주주의 사회다. 각각의 소리마다 나름의 일리가 있고 충정이 담겨 있다. 민주국가의 리더는 다소 시끄러움을 감수할 뿐 아니라 그 소리들 가운데서 현명하고 바른 소리를 걸러 들을 수 있어야 한다. 阿Q가 나귀를 잃어버린 것은 분명한 자기철학이 없어 우왕좌왕했기 때문이다. 만약 민주국가의 리더가 길가에서 수군거리는 누구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그들의 입을 틀어막거나 그렇다고 그 모든 얘기를 다 따르려고 허둥댄다면 사회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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