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은 현명하고 합리적이지만 군중의 일원이 되면 순식간에 바보가 된다. 군중은 개인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아다. 선거, 집회, 시위, 강연, 교육 등 사람이 모인 곳에는 언제나 군중이 존재한다.

군중은 모든 개인들을 동일하게 만들고, 오로지 자신들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군중 속에서 개인은 다른 인격체로 행동한다. 군중은 생각하지도 않고 진리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니체는 이러한 군중(群衆)을 ‘가축떼’로 비유했다.
그러나 이들은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귀스타브 르 봉’은 군중에 관한 고전으로 꼽히는 그의 핵심 저서 <군중심리>에서 군중을 단순한 인간 무리가 아니라 ‘심리상태의 일종’이라 정의함으로써 군중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길을 개척했다.
르 봉의 <군중심리>와 함께 군중에 대한 최고의 분석서로 꼽히는 이 책 ‘에버릿 딘 마틴’의 <군중행동>은 군중들은 왜 휩쓸리고 부하 뇌동하는 가에 대한 원인을 사회학과 심리학에 근거해서 조목조목 밝히고 있는 숨겨진 고전이다.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쿠퍼유니온 부설 국민연구소의 교수로 활약한 에버릿 딘 마틴은 르 봉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계승하면서 군중에 대한 보다 진일보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군중의 통념을 지배하는 것은 심리적 반성이나 암시의 결과가 아닌, 무의식적인 ‘콤플렉스’와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강박신경증’, ‘편집광증’의 정신적 질환과 여로 모로 유사한 군중통념(심리)은 무의식에서 억압된 것들이 콤플렉스로 표출된 것이라고 게 마틴의 주장이다. 그는 군중을 ‘약자들의 손에 들린 복수의 무기’라고 정의했다.
“군중은 모든 탁월한 정신을 똑같이 평범하게 절단해버리거나, 미숙한 이기적 자의식을 성숙한 의식처럼 늘려버리는 그리스 신화속의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의 침대’와 같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저자는 “자화자찬하며, 단호히 확언하고, 스스로 도덕적 우월성을 지녔다고 생각하면서 권력을 지니기만 하면 다른 모든 사람 위에 군림하려고 들 것이다. 여기서 사회의 집단이나 파벌이 군중으로서 생각하고 행동할 땐 저마다 ‘국민’이라고 주장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스스로는 ‘국민’으로 행동한다고 믿고 있지만 그 이면의 무의식적 심리에는 군중으로서의 욕망이 투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군중의 욕망은 폭동과 집단소요와 같은 정치행위는 물론 인종주의, 왕따, 영웅숭배, 마녀사냥 등의 다양한 사회문화의 형태로 표출된다.
군중의 욕망이 집단폭행으로 변모되는 과정을 설명한 마틴의 아래 견해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집단따돌림, 악플을 통한 마녀사냥 등의 문제가 내포한 본질이 무엇인지를 적확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군중에 대한 정의(定義)와 함께 다양한 사회현상을 통해 군중의 이기심, 군중의 증오심, 군중의 지배욕, 혁명과 군중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다.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현재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만큼 유효한 분석들이다. 마틴의 견해가 시대를 넘어서 공감을 줄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이 존재하는 한 ‘군중은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에버릿 딘 마틴 저, 김성균 역, 1만5000원, 까만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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