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권 간섭으로 보여..‘국민연금’장기성 의문”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news/data/20190214/p179589380767831_864.jpg)
[토요경제 = 문혜원 기자]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책임 원칙)가 도입 취지와 달리 갈수록 산(去去益山)이 되고 있다. ‘기업의 경영권 간섭’이라는 비판에서 이제는 ‘배당 확대 하라’는 주문에 “감놔라, 배놔라”하는 꼴이라며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분위기다.
특히 기업의 고유 권한일 수도 있는 배당 문제 등에 대해 국민연금이 지나치게 강제하는 식은 부당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스튜어드십코드란, 주요 기관투자가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처럼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이나 고객에게 이를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행동지침, 법인형태의 투자가를 말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올해 상장회사 주주총회부터 본격적으로 행사할 방침이다. 최근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국내 대기업은 물론 금융사까지 방문해 배당 관련 주주권 행사 계획을 파악하고 배당방침을 설명했다.
이에 한진그룹이 배당을 올리면서 타 기업들은 배당을 늘려야 한다는 부담감에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한진칼과 대한항공을 타겟삼아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하기로 결정하면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의 칼을 휘두르는 첫 대상을 재계 14위인 한진그룹으로 정한 것이다. 이에 한진그룹이 올해 지난 13일 거래소 공시를 통해 “2018년도 배당성향을 약 50%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알린 바 있다.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금융권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한 주주권 행사 강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애프앤가이드(FnGuide)에 따르면 이달 8일을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국내 주요 금융사는 총 15곳이다.
먼저 국민연금이 10%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곳은 키움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이다.
국민연금은 키움증권의 2,772만5,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12.55%다. NH투자증권의 경우는 11.24% 보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3,161만8,783 보통주, 17만3,258 우선주를 갖고 있다. 삼성증권 역시 901만3,600주를 소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10.09%다.
국내 최대 금융사로 꼽히는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의 국민연금 지분율은 9%대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하나금융지주의 2,907만3,893주(지분율 9.68), KB금융지주 3,970만4,733주(지분율 9.50%), 신한금융지주 4,449만7,838주(지분율 9.38%)를 보유하고 있다.
5대 금융지주 중 3곳이 문재인 정부의 입김에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밖에 국민연금은 BNK금융지주 3,128만9,725주(지분율 9.60%), DB손해보험 650만4,201주(지분율 9.19%), 현대해상 817만2,658주(지분율 9.14%), 한국금융지주 508만6,222주(지분율 9.13), 메리츠종금증권 5,498만9,761주(지분율 9.08%)를 소유 중이다.
국민연금 지분율 5~8%대에 해당하는 기업은 4곳이다. 기업은행 4,564만5,633주(지분율 8.15%), 삼성화재 383만8,008주(지분율 8.10%), 삼성생명 1,221만4,738주(지분율 6.11%), 한화생명 4,390만5,637주(지분율 5.06%) 순이다.
최근에는 금융사도 내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호실적에 따른 배당성향이 오르자 스튜어드십 코드 여파로 정부의 주주친화 기조에 발맞추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 상황이다.
배당성향은 회사가 당기순이익 중 얼마를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돌려주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당기 사업연도의 총 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누어 산출한다. 배당성향이 높을수록 회사가 투자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배당성향을 높이고 있는 금융사는 KB·신한·하나·오렌지라이프와 우리은행 등 은행, 보험, 증권 등이 배당성향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들의 올해 배당율은 대동소이한 편이지만 KB금융이 전년의 23.2%에서 24.8%로 1.6%포인트 올랐다.
나머지 신한금융(배당금 총액 7530억원 5.57%포인트 상승), 하나금융(4503억원, 16.14%포인트 상승) 등도 배당 확대 대열에 합류했다. 신한이 올해 인수한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사도 연간 시가배당률 9%에 달하는 배당을 올렸다.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는 13.99%포인트(12.72%→26.71%) 상승했다. 지방금융지주에서는 JB금융이 지난 2017년 8.3%에서 2018년 14.4%로 배당성향이 뛰었다. 증권사에는 교보증권이 결산배당으로 주주에게 지난해 300원이던 주당 배당금을 350원으로 올렸다.
배당사고 등 어려움이 있었던 삼성증권도 10년 이래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 올해 주당 배당금을 1000원에서 1400원으로 크게 늘렸다.
통상 금융사들의 배당확대는 금융당국의 눈치를 봄에 따라 자제해왔다. 금융당국은 자기자본비율(BIS)을 충족시키거나 만일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최대한 많이 쌓아 놓게 하는 등 건전성 유지 명분을 앞세워 배당 자제를 권고해왔다.
하지만 주요 금융사들의 2018년 결산 배당금은 평균 주당 1920원으로 전년과 동일하지만, 배당 성향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선 국민연금의 배당확대 지시에 따른 당국도 암묵적으로 용인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막상 배당성향을 올린 금융사들은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에 의해 한 것이 아닌 실적이 오르면서 자체적으로 오르는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정부의 개입에 의해 일괄적으로 배당이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사별로 지배구조가 다르고, 이익실적에 따른 성과 및 배분에 따라 결정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배당하라는 것의 주문은 ‘스튜어드십코드’와 별개의 문제인데, 이를 앞세워 대기업경영진들의 도덕적 문제를 걸고넘어진다면, 기업통제 악용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국민연금이 향후 고갈될 위기에 놓여 있는 만큼 국민의 돈으로 운용되는 ‘국민연금’역할관리, 재정상황에 대해서도 되돌아보고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보사연)이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와 사회보험 장기재정전망Ⅱ’라는 보고서를 보면, 국민연금 적립금은 2041년 1576조원으로 최고치를 경신한 후 하락세를 거듭한다. 이후 2056~58년 쯤 운용할 적립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현재 25세의 성인이 연금수급 연령인 65세가 되더라도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국민들은 실제로 ‘더 내고 덜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 청년층은 물론 노년층도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서울시민 A씨(30세)는 “청년층 일자리가 하락하고 있고, 인구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인데 현재 국민연금 운용관리 상황이 지속되면 향후 자금은 당연히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책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국민연금은 무얼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고령자에 접어드는 B씨(56세)도 “국민연금 받을 때(젊었을 때) 처음 설계 당시보다 재정상황, 경제상황 등이 많이 바뀌었는데 이러한 변수에 대해 미리 연구를 하지 않는 것 같다”며 “현쟁 상황으로 봤을 땐 갈수록 청년층들이 국민연금 가입을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상봉 한성대학교 금융경제학 교수는 “세대간 형성평·사회적 보장비용·연금자체의 구조적 문제를 간과한 것이 우리 국민연금의 모습”이라며 “향후 국민소득 구조·인구조사 등을 통해 기본복지재정 및 국민연금 개편안을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위해 연구용역 입찰을 진행하는 등 앞장서고 있어 확산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금융위운회와 함께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단기 매매차익을 반환해야 하는 '10%룰'의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참여 목적으로 기업 지분을 10% 이상 소유한 주요 주주는 신고일 기준으로 기업 주식을 매수한 뒤 6개월 안에 그 주식을 팔았을 때와 기업 주식을 매도한 뒤 6개월 안에 그 주식을 사들였을 때 얻은 단기 매매차익을 기업에 돌려줘야 하지만 필요하다면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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