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에서 북한 문제만큼 오랜 기간 논란을 일으키며 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도 없을 것이다. 정치·경제·문화 등 그 어떤 분야도 분단을 빼놓고는 현재 구성된 틀을 설명할 수 없고, 그 때문에 어느 시기를 막론하고 북한 문제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 갈등축이 되어왔다.
그러나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지난 정권 시기 어렵게 만들어온 남북관계를 몇 걸음 뒤로 후퇴시켰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경협은 대부분 중단되었고, 금강산 관광 사업도 멈추었으며, 대북지원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현 정부의 적대적 대북정책을 지지하는 이들에게 북한 정권과의 협력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북한 정권은 인민들이 최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음에도 핵개발을 계속하고 있으며, 김정일 부자를 중심으로 한 독재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또한 금강산에서는 남한의 관광객에게 총격을 가했고, 연평도 민간인 거주 지역에 포격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공식적 사과를 요구한 채, 남북 협력과 대북 지원을 대부분 중단시키고,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고립시키려고 했던 이명박 정부의 시도는 남한에게도 커다란 어려움을 가져다주었다.
김정일은 아들에게 자신의 권력을 세습하려 하고 있으며,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은 여전히 통제되지 않고 있다. 우리 최대의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었고, 북한의 중국 의존성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우리 또한 FTA 추가협상에서 보듯, 대미협상력도 급격이 약화되었다. 만에 하나, “현재 상태에서 김정일 정권이 무너진다면 쏟아지는 난민과 엄청난 통일비용으로 남북한 모두 재앙을 맞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 사회의 이러한 특수한 측면을 연구하기 위해 2009년 만들어진 김광수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은 이념 중심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합리적이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 분야는 북한 거시경제, 대외교역과 같은 경제 현안에서부터 남북관계, 북중관계와 같은 정세분석에 이르기까지 그 폭이 넓고도 다양하다.
<플리바겐 - 북한을 보는 새로운 프레임>은 그간의 연구 성과를 모아 펴내는 첫 책으로, 북한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는 동시에, 대북정책 프레임의 전환을 역설하고 있다. 딜레마의 빠진 현재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 속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플리바겐(Plea Bargain, 사전형량조정제도)은 법정 용어로,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하거나 사건해결에 결정적 실마리를 제공할 때, 그에 대한 형량을 낮춰주는 제도'이다. 미국에서는 웬만한 조직범죄나 마약 관련 사건에 플리바겐 제도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기소 과정에서 이와 비슷한 형태의 수사가 암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을 이야기하는 책에서 이 낯선 용어를 이야기하는 것은 차갑게 식은 현재의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실용·미래지향적인 대북정책을 펴는 데 ‘플리바겐’이 적절한 시사점을 주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점진적인 남북 협력의 확대와 북한의 개혁과 개방, 그리고 남북 격차 해소와 남북통일로 이르는 경로이다. 이를 위해 세계정세 속에서 북한 정권의 지속 가능성, 북한 지하자원 개발, 대중對中 의존도 심화, 북한 내부의 변화 압력, 통일비용의 실체 등 다양한 북한 관련 현안들을 연구하여 그 근거들을 제시하는 한편, 북한 경제의 흐름과 메커니즘, 북한 주민들의 경제생활과 2000년 이후 북한의 경제정책 분석을 통해 북한의 시장경제 도입 가능성을 엿볼 필요가 이다.
남북한의 통일 과정은 동서독 통일보다 더 어려운 과정을 겪게 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 통일 당시 동독의 1인당 GDP가 서독의 50% 내외 수준이었고 인구는 서독의 1/4에 지나지 않았던 반면, 현재 북한의 1인당 GDP는 남한의 6%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인구는 남한의 절반가량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얼마가 될지 알 수 없는 통일비용을 미리 확정 짓고 통일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적절한 대북정책을 통해 통일비용과 통일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고 통일 편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최선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플리바겐식 접근법은 남북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동시에, 여-야, 진보-보수가 대북정책을 두고 벌이는 지루한 대립을 끝내고 발전적 내일을 그릴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다. 김광수경제연구소 저, 1만4천원, 서해문집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