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에비타’는 ‘오페라의 유령’, ‘캣츠’에 이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걸작 레퍼토리로 세계의 거장들이 탄생시킨 불멸의 명작을 현대적 감각으로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정선아, 리사, 박상원, 박상진, 이지훈, 임병근 등 실력파 배우진이 만들어내는 감동적 드라마로 세계를 흔든 퍼스트레이디 에비타의 강렬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통해 21세기형 악녀와 성녀를 만날 수 있다.
◇21세기형 악녀와 성녀 ‘에바 페론’
뮤지컬 ‘에비타’는 장단점을 동시에 지닌 채 출발한다.
1940년대 아르헨티나의 퍼스트레이디 에바 페론(1919~1952)을 다뤄 인지도는 높다.
하지만 사실이 바탕이 돼야하는 만큼 해석이 어렵다.
애칭 ‘에비타’로 더 유명한 페론은 정열적인 여성의 대명사로 통한다.
사생아로 태어나 3류배우를 거쳐 아르헨티나의 영부인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페론은 하지만 자신의 남편이자 대통령이었던 후안 페론(1895~1974)과 함께 포퓰리즘에 무너진 상징이기도 하다.
실질적인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대중의 인기에 영합한 정책들을 남발, 아르헨티나 경제를 침몰시킨 장본인으로도 지목받는다.
또 페론은 아르헨티나 전역을 돌며 봉사활동을 펼치는 등 성녀를 자처했으나 한편으로는 사치를 일삼았다.
그녀에 대해 아르헨티나 현지 평가가 극과 극으로 엇갈리는 이유다.
뮤지컬 ‘에비타’는 이런 페론을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다룬다.
정선아(27)가 연기하는 페론은 열정적이고 매력적이다.
‘돈트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 등을 부를 때 그녀의 모습에서 영부인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이를 차갑게 식히는 냉정의 시선도 곁들인다.
가수 겸 뮤지컬배우 이지훈(32)이 연기하는 ‘체 게바라’가 에비타와 대립하면서다.
극중 해설자인 체게바라는 페론의 치부와 약점을 수시로 들춰낸다.
◇흑백영상·자막 등 다큐멘터리 같은 뮤지컬
뮤지컬 ‘에비타’의 극을 보면 뮤지컬이라기보다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다.
중간 중간 삽입되는 당시의 흑백영상과 배경을 설명하는 자막도 이러한 인상을 부추긴다.
으레 갈라쇼 형태로 진행되는 화려한 커튼 콜도 ‘에비타’에서는 단출하다.
배우들이 자신의 테마곡을 부르지 않고 정중하게 인사만 할 뿐이다.
실존인물에 대한 예의 차원이다.
그래도 뮤지컬 ‘캣츠’와 ‘오페라의 유령’ 등의 영국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63)의 음악은 뮤지컬의 웅장함을 선사한다.
토니상 수상자이자 뮤지컬 ‘아이다’와 ‘라이온 킹’의 각색자인 영국 극작가 팀 라이스(67)가 작사한 노랫말은 상황을 잘 압축했다.
‘서편제’, ‘광화문연가’ 등 창작뮤지컬에서 일가를 이룬 연출가 이지나 씨는 페론을 함부로 해석하지 않으려는, ‘냉정과 열정 사이’의 태도로 오히려 자신의 인장을 찍었다.
이와 함께 극에서 돋보이는 것은 무대다.
아르헨티나뿐 아니라 프랑스 등 여러 나라가 배경으로 등장하고 군중 효과를 연출해야 하므로 어려움이 크다.
그러나 턴테이블 무대와 가림막 등을 사용,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에비타가 죽기 전, 눈처럼 쏟아지는 붉은 빛의 조명은 그녀의 영욕으로 점철된 인생을 대변한다.
극의 감동을 남자배우들이 다소 깎아내리는 것은 흠이다.
실질적으로 극을 이끄는 체 게바라 역의 이지훈은 고군분투하나 아직은 힘에 부친다.
후안 페론을 연기하는 탤런트 겸 뮤지컬배우 박상원(52)은 중후함을 담보하고 있는 자신의 이름값에 상당히 못 미치는 노래실력과 연기력으로 안타까움을 산다.
뮤지컬 ‘헤드윅’과 ‘광화문연가’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주목받은 리사(31)가 정선아와 함께 에비타를 번갈아 연기한다.
뮤지컬배우 박상진, 임병근이 박상원, 이지훈과 함께 후안 페론과 체게바라를 나눠 맡는다.
‘에비타’ 라이선스 공연은 2006년에 이어 두 번째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김문정 음악감독, 박동우 무대디자이너 등 내로라하는 스태프들이 총출동한다.
2012년 1월 29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볼 수 있다.
공연티켓 가격은 3만~13만원이고 공연 문의는 설앤컴퍼니(1577-3363)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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