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희망을 묻다 전망에 답하다”

전성운 / 기사승인 : 2011-11-25 18: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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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를 향한 지식인의 일침

‘미국의 양심’으로 불리는 노엄 촘스키(Noam Chomsky)는 20세기 언어학계의 가장 탁월한 학자로 손꼽힌다. 47세에 이미 ‘인스티튜트 프로페서(하나의 독립된 학문기관에 상응하는 존재)’로 불리며 지금까지 70여 권의 저서와 10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자주 인용되는 여덟 번째 인물”, “생존하는 가장 중요한 지식인”으로 불리며 언어학·철학등 전문 학술분야 뿐만 아니라 정치·경제·문화 등 다방면에서 탁월한 성찰을 보여온 그는 세상의 왜곡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온갖 편견과 음모와 거짓으로 얼룩진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과 싸운다.


그러한 그가 신간 <촘스키 희망을 묻다 전망에 답하다>를 통해 단언했다. “오바마의 희망은 가짜다”. ‘희망과 전망(Hopes and Prospects)’을 원제로 하는 이 책은 읽는 내내 독자를 불편하게 한다. 그는 “미국의 희망은 세계를 지배하는 것뿐”이라는 일갈로 채워 놓고 “세상을 선과 악으로 구분한다면 미국은 당연히 악의 집단”이라는 결론을 내기에 충분하다고 결론을 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에도 불편한 진실들은 넘쳐난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벌이는 끔찍한 살육의 현장은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정당한 방어 행위는 테러로 규정된다. 부시 정부나 오바마 정부 모두 똑같다. 오바마에게서 일말의 희망을 기대했다면 이는 우리 가카의 말씀처럼 ‘오해’다.


그는 “두 국가를 인정하라”고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법을 내놓았다. 그러나 오바마와 이스라엘은 “두 나라가 평화롭고 안전하게 더불어 살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는 화려한 수사를 내놓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오바마에게는 더 이상 기대할 희망도 전망도 없는 절망의 상태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배후에 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경제 지배 전략인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촘스키는 비판을 피해가지 못한다. 그는 “FTA는 신자유주의의 강요된 질서”라며 “이는 국민의 의사는 빠진 채 국가의 배후에 있는 무책임한 사기업의 횡포에 인간의 삶을 넘겨주는 행위를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이름만 자유무역협정일 뿐 실상은 미국의 군사적 지배와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다.


촘스키는 “세계화는 ‘자유·보호주의적 수단과 투자자 권리를 내세워 투자자, 금융기관, 권력 집단의 이익을 지켜주는 특수한 형태의 국가 간 경제 통합’일뿐”이라 정의했다. 그는 “금융을 자유화하면 투자자와 채권자의 ‘가상 의회’가 정부 정책을 ‘사사건건’ 표결에 부치게 된다”며 “가상 의회는 어떤 정책이 이윤이 아니라 사람에게 이롭다면 ‘비합리적이라는 이유로 자본 도피·통화 공격 등의 수단을 동원,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설명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미국이 멕시코와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은 ‘북미’ 말고는 모두가 거짓이다. 그는 “멕시코가 처한 위기의 상황은 이를 잘 대변해준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라틴아메리카를 지배하지 못하면 다른 나라에도 미국의 질서를 강요하지 못한다고 여긴다. 이 원칙에 따라 라틴아메리카는 ‘민주주의의 폭력과 폭압’에 치를 떨어야 했고 숱한 세월 동안 피를 흘려야 했다.


하지만 촘스키는 “차베스, 모랄레스로 이어지는 민중 혁명이 새로운 물결을 이루고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며 “현재 라틴아메리카는 자유와 정의를 위한 끊임없는 투쟁에서 가장 역동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이라고 이야기 한다. “오늘날 라틴아메리카의 민중 투쟁은 세계화를 향한 공동 노력에서 전 세계의 귀감”이라며 미국에 맞선 볼리비아와 라틴아메리카 민중 권력들에게서 ‘희망과 전망’을 찾아낼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이런 촘스키의 견해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향한 어떤 비난과 질시에도 개의치 않는다. 그는 “그 비난은 대개 자신들의 치부를 들춰내는 “빌어먹을 촘스키”를 향한 발악에 지나지 않는다“며 ”비난하는 자들은 대개 타락한 지배 권력의 주류이거나 그들에게 기생하여 먹고사는 타락한 먹물들이다“고 응수한다.


촘스키는 자신의 저서 ‘지식인의 책무’에서 “지식인은 정부의 거짓말을 세상에 알려야 하며, 정부의 명분과 동기 이면에 감추어진 의도를 파악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비판은 특히 미국의 외교정책과 정부·기업·언론·지식인의 유착에 주목, 그 본질을 폭로하는 데 초점을 맞춰 왔고 그 연장선에 있는 소위 ‘신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야만성과 실상을 깊숙이 파헤쳐 왔다.


여든이 넘는 나이지만 전 세계를 다니며 ‘미국의 무모하고 폭력적인 대외정책’에 대해 비판적이고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온 촘스키는 “25년이 지나는 동안 신자유주의 정책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민중이 봉기하여 정부를 압박했을 때’뿐이었습니다”고 호소한다. 이는 미국과의 FTA를 앞둔 한국 사회를 향해 던지는 ‘촘스키의 메시지’다. 노엄 촘스키 지음·노승영 역, 2만원, 책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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