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입학시험 시즌은 오는 10일 수학능력평가(수능)를 정점으로 본궤도에 오른다. 예전 같으면 수능시험은 입시전쟁의 출발점에 해당하였지만, 요즘은 그것이 입시일정의 한 복판이다. 대다수 대학들이 수능 전 입학사정관제나 수시모집 특차모집 등으로 새해 선발인원의 절반 이상을 모집해두고 있기 때문이다. 수시특차 모집 인원은 해마다 그 비율이 확대되어 올해도 60% 이상의 신입생이 수시모집에 의해 선발된다. 예년에는 수시모집에서 결원이 생기는 경우 나머지 인원을 정시모집으로 넘겼지만, 올해는 수시모집 단위에서 차점자 추가합격 등의 형식으로 예정인원을 다 채울 것이라고 예고하는 대학들이 많다. 그래서 수시모집 인원은 유동적이다.
과연 추가합격을 통해 예정인원을 다 채울 수 있을까. 그것도 불분명하다. 무제한 복수지원이 허용되는 까닭에 많은 학생들이 여러 대학에 중복 응시하고 있다. 적게는 2~3개 대학에서 많게는 10~20개까지 원서를 제출한 학생들도 있다. 서너개 대학에 동시 합격하는 학생은 그 중에 한 곳을 선택하여 등록을 할 테고, 나머지 대학들에 대해서는 등록을 포기하게 된다. 그러면 대학은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은 학생 수 만큼 차점자들에게 추가합격을 통보하게 된다., 하지만 차점자들이 이미 다른 대학 수시에 합격하여 이 대학의 추가합격 통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결원은 메워질 수 없다. 또 이미 등록한 학생 가운데서도 다른 대학으로부터 추가합격 통보를 받고 이 대학에 등록을 취소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추가등록이 2차, 3차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때쯤이면 이미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수시에서 떨어졌지만 추가합격 가능성이 있는(예비합격) 수험생들은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이 같은 입시제도가 대학의 편익을 위주로 만들어진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첫째는 대학들의 전형료 수입에 관한 불만이다. 수시 수험장에서 만나본 한 외고생의 부모는 학생 1인당 1백만원쯤의 전형료를 지출했을 거라고 말한다. 전형료는 대학마다 다르지만 4년제 사립대학의 경우 대략 7~8만원 정도를 받았다. 외국어 특기전형이나 귀국유학생 특차 같은 일부 전형의 경우는 전형료가 20만원대에 이르기도 한다. 1백만원이면 대략 10장 정도의 원서를 썼다는 뜻이다. 돈만 있다면 10장 이상의 지원서를 제출하는 것은 조금도 어려울 게 없다. 같은 대학 다른 학과에 중복 지원할 수도 있고, 심지어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입사제전형으로, 외국어특차로, 논술전형으로 각각 응시할 수도 있다. 명목은 수험생에게 다양한 입시 도전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지만 대학의 전형료 수입을 올리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불평도 일리가 있다. 각각의 전형마다 곧바로 당락이 판가름되는 게 아니라 이 모든 전형을 다 거친 후에야 결과가 나오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의 대학들이 입시철에 거둔 전형료 수입은 2천3백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대학들은 이 돈을 흥청망청 써댔다. 입시 관계자의 밥값으로, 수당으로, 난방비용으로 수억원씩 소모한 것으로 처리해 올해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지출명목을 찾지 못해 최대 십수억원까지 흑자분을 대학 예산에 넘긴 대학이 181개 대학(4년제 일반대학) 가운데 91개에 이르렀다. 일부 대학들이 전형료를 지난해의 절반 수준까지 과감하게 내린 경우도 있지만 아직 많은 대학들은 ‘입시 대목’을 꿋꿋이 즐기고 있다. 전국 대학들의 전형료 수입 총액은 수시모집이 활성화된 2010년 무렵 1천억 원대로 들어섰는데, 작년 시즌에 2천억원을 돌파했고 올 시즌은 3천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예상이다. 유례없는 불황속에서도 대학사업은 불패인 것일까.
수험생 학부모들이 갖는 또 하나의 불만과 의구심은 수시전형 기준의 투명성이다. 한 대학 내에서도 각기 다른 종류의 전형들이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각각의 평가 기준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해당 학과 교수들은 다 이해하고 있을까 싶을 만큼 전형 방식이 다양한데다 수시에서는 학생들이 자의적 기준으로 작성하는 자기소개서나 교내외활동보고서 등 채점단의 주관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수 있는 항목도 적지 않다. 객관적 지표가 될 수 있는 외국어공인시험 점수와 무관하게 당락이 엇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게 나오자 입학사정에서 출신 고등학교나 학부모 직업까지도 당락 결정에 참고가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소리도 나온다. 실제 그럴 리야 없겠지만, 대학이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성적이 안 되는 학생을 적당히 ‘끼워 넣기’로 합격시켜도 쉽게 가려내기 어려워 보일 만큼 수시전형은 혼란스러워 보인다.
대학교육협의회는 내년부터 수험생의 수시 응시횟수를 5회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험시장’을 안정시킬 방안이 당연히 강구되어야 한다. 불안한 마음에 마구잡이로 원서를 쓰는 수험생 학부모들도 자기중심을 바로 잡는 입시전략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정해용 상임 논설위원(peace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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