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여성혐오의 시대다"

전성운 / 기사승인 : 2012-05-04 15: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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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출간

여성은 투표도 못하던 시절을 지나 여성이 참정권을 가진 지 채 100년도 되지 않았지만 요즘 여성 정치인들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도 두드러진다. 그렇다면 “이제 진정한 남녀평등의 시기가 왔다”고 할 수 있을까. 일본의 사회학자 우에노 치즈코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한다. “지금은 여성 혐오의 시대다.”


저자는 단순히 남성들이 가진 여성 혐오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가부장적 사회의 관습을 물려받은, 아니 그에 앞서 성별이원제 사회를 살고 있는 구성원들은 모두 여성 혐오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여성 역시 스스로에 대한 혐오를 안고 있다.


성매매 비즈니스, 아동 성학대자를 통해 본 남성의 여성 혐오와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의 시선, 우리나라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여성 혐오적 관점에서 조망한 여학교 문화까지, 저자가 선택한 다양한 여성 혐오의 예시와 비판은 놀랄 만큼 일상적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아니 자신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 더 충격적이다.


딸은 어머니로부터 여성 혐오를 배운다. 어머니는 딸의 ‘여자 같은 부분’을 증오함으로써 딸에게 자기 혐오를 심어준다. 어머니는 딸에게 기대를 걸고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이 달성하지 못한 일을 딸이 이루었을 때는 기쁨과 함께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딸이 어머니도 인정할 만큼 훌륭한 신랑감을 골라 결혼한다면 어떠할까? 그러한 경우에도 그 남자와 결혼하는 것은 딸이지 어머니가 아니다. 딸이 행복하면 행복할수록 어머니는 복잡한 기분을 맛보게 될 것이다.


또한 “나는 다른 여자들과 다르다”며 자신을 ‘특권적 예외’로 설정하는 여성들의 ‘출세 전략’을 통해 여성 혐오를 자행하는 여자들의 행동을 비판하고, “여자를 지켜주겠다”는 말을 하는 남자를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자들의 마음 또한 여성 혐오의 범주에 포함된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여성 혐오는 ‘중력’처럼 시스템 전체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읽는 동안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외면했던 여성 혐오를 들킨 듯 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즉, 사회의 총체적인 여성 혐오는 단순히 ‘남자의 문제’가 아닌, 그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


저자는 일상의 여러 단면 속에 숨겨진 여성 혐오적인 부분을 꼬집고, 예술 작품 속에서의 여성 혐오적 설정을 들추어내며 이 시대에 여전히 존재하는 여성 혐오적인 일면을 통렬히 비판한다. 결코 유쾌한 책은 아니다.


저자 우에노 치즈코는 “아무리 불쾌하다 하더라도 눈을 돌리면 안 되는 현실이 있다”며 “극복하기 위해 실체를 아는 것이 필요하고, 때문에 쓰는 사람도 불쾌하고, 읽는 사람도 불쾌한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저자는 “단숨에 여성 혐오를 극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앎으로써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우에노 치즈코 저ㆍ나일등 역, 1만4000원,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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