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2012런던올림픽 본선 조별리그에서 유력한 우승후보들을 모두 피했다. 최상의 조 편성으로 평가를 받는다. 조별리그 결과에 따라 올림픽 사상 첫 메달도 노려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홍명보(43)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축구대표팀이 지난달 2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구장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축구 본선 조 추첨에서 멕시코, 스위스, 가봉과 함께 B조에 편성됐다. 홍 감독이 원했던 시나리오다.
반면 지난달 28일 귀국한 홍 감독은 “4개 그룹 중 우리팀이 속한 B조가 가장 최악의 조라고 생각한다” 라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면서도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그 다음 벌어질 일은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며 은근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 우려했던 강호들은 피했다
개최국 영국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 우승국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인 스페인,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모두 피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보다 한 수 위인데다 모두 이번 올림픽을 벼르고 있는 강호들이다. 특히 개최국 영국은 월드컵 때와 달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룰에 따라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를 통합해 영국이라는 국명으로 출전한다.
축구종가로서 반드시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벌써부터 웨인 루니(27·맨유), 데이비드 베컴(37·LA갤럭시) 등 세계적인 축구스타들을 와일드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국제대회에서 홈 이점은 당연시되고 있다. 게다가 극성스러운 영국 축구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고려하면 영국을 피한 것 자체가 최상이다.
스페인은 최근 국제축구계에서 부동의 일인자로 꼽힌다. 남아공월드컵 우승과 FIFA랭킹 1위가 보여주듯 세계 축구의 트렌드다. 올림픽대표팀 역시 유수한 스페인 클럽시스템에서 자라난 유망주들이 즐비하다. 전통적으로 올림픽에서는 유럽이 강세를 보여 온 것도 스페인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다.
브라질은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축구의 한 축이다. 영원한 우승후보로 이번에도 당당히 시드 배정을 받았다. 이들 3개국을 상대로 승점을 얻는 것이 쉽지 않다. 때문에 시드 배정 국가 중 최약체로 꼽히는 멕시코는 환영할 만한 상대다.
7월26일 뉴캐슬에서 한국이 첫 경기를 벌이는 멕시코는 북중미를 대표하는 전통적인 강호이지만 상대전적에서 한국이 2승3무1패로 앞선다. 특히 올림픽 본선 무대에서는 2승1무로 우위에 있고 가장 최근인 2004년 아테네올림픽 조별리그에서도 1-0으로 승리한 적이 있다.
4일 뒤 코벤트리에서 맞붙는 스위스는 가장 껄끄러운 상대로 평가를 받지만 유럽의 변방으로 어느 정도 원했던 상대다. 올림픽대표팀 간 유일한 대결이었던 2004년 카타르 친선대회에서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2009년 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 정상에 오른 황금세대들이 주축이라는 점이 변수다.
8월2일 런던에서 격돌하는 가봉은 성인대표팀, 올림픽대표팀 모두 단 한 차례도 붙어본 적이 없다. 국제경험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분명하지만 홍 감독 입장에서는 반드시 승점 3점을 챙겨야 할 상대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아프리카 선수들이 올림픽을 통해 유럽 클럽 진출을 노리는 만큼 실력 이상의 경기력을 선보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FIFA 랭킹은 스위스가 18위로 가장 높고 멕시코(20위), 한국(31위), 가봉(42위)이 뒤를 잇는다. 전문가들은 “강호들을 모두 피한 최상의 조 편성이지만 B조 국가들의 전력이 모두 엇비슷해 변수는 있다”고 평가했다.
◇ ‘비장의 무기’ 와일드카드는 누구?
올림픽 축구에서 와일드카드는 비장의 무기다. 원칙적으로 23세 이하 선수만 출전해야 하지만 국가별로 3명씩 24세 이상의 선수를 선발, 활용할 수 있다. 자연스레 역대 최강 전력이라는 소리를 듣는 홍명보호가 와일드카드를 몇 장이나 활용할지, 활용한다면 누가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부터 와일드카드를 뽑았지만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전문가들은 지역예선에 나섰던 기존 선수들과 자연스럽게 융화가 되면서도 경기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자원이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형님’답게 적당한 리더십을 겸비했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홍 감독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조심스레 후보군을 예상할 수 있다.
우선 가장 유력시 됐던 이청룡(24·볼턴)은 지난달 28일 홍명보 감독이 와일드카드로 발탁할 뜻이 없다고 했다. 골키퍼 정성룡(27·수원삼성)도 후보 중 하나다. 경험 많은 수문장은 큰 국제대회에서 절대적인 존재감이다. 성인대표팀 부동의 골키퍼의 합류는 팀 전체적인 안정감을 꾀하는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공격력 보강을 위해선 박주영(27·아스날)도 간과할 수 없는 카드다. 하지만 리그에서 사실상 실종됐다고 할 만큼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어 쉽게 택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더욱이 병역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어 메달 획득 시, 병역혜택이 주어지는 올림픽에서 와일드카드로 활용하기에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이밖에 스위스 바젤에서 활약 중인 수비수 박주호(25)도 오르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감독은 “귀국해서 한국, 일본,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체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방침이다.
◇ 홍명보 감독, 지나친 낙관론 경계
대다수 전문가들은 최상의 조 편성이라고 호평했다. 그러나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은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홍 감독은 조 추첨 직후, “B조에 속한 3개 팀 모두 경계해야 한다. 멕시코는 북중미 예선 1위, 가봉은 아프리카 예선 1위를 차지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가가 갖고 있는 이미지보다는 그 팀이 어느 정도 실력을 갖고 있느냐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더했다.
강호들을 모두 피했지만 고만고만한 전력의 4개국이 서로 물고 물릴 경우, 생각하고 싶지 않는 경우의 수를 따지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박문성(38) SBS ESPN 해설위원은 “멕시코, 가봉 등 객관적으로 해볼 만한 팀들이지만 물고 물려서 2승1패를 거두고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 부담”이라고 했다. 홍 감독은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메달을 생각하기보다 조별예선을 통과하는 데 모든 것을 집중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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