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바꾼 4쪽짜리 신문'

전성운 / 기사승인 : 2012-04-06 19: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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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 출간

“억압 받는 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을 주려고, 직접 본 그대로의 진실을 쓰려고, 무능력에 따른 한계를 빼놓고는 그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으려고, 내 욕망 이외의 그 어떤 주인도 따르지 않을 자유를 누리려고, 진정한 언론인이란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나름대로의 이상을 실천해보려고, 그리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려고, 이것 말고 뭘 더 바랐겠는가?” - I. F. 스톤


지난 2008년부터 미국 하버드 대학이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언론 활동으로 두각을 나타낸 독립 언론인에게 수여하는 상이 있다. 수상 메달 앞면에는 “저널리스트·퍼블리셔·스칼라”라는 단어가 빙 둘러 각인돼 있다.


이 상은 불멸의 신문기자, 독특한 생산양식의 신문발행인, 그리고 열정을 지닌 독학자로 모두의 존경을 받고 있는 ‘이지 스톤’을 기리는 상이다.


최근 KBS, MBC, 연합뉴스등 ‘언론인’들이 파업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너무 늦었다’는 반응이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나선 것도 나쁘지 않다. 지금 시점에서 한국 사회가 참고해야 할 책이 바로 이 책 권언유착에 맞서 저널리스트 참모습을 보여준 ‘I. F. 스톤’의 평전이다.


‘이지’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그는, 20세기 최고의 독립 언론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1922년 14세에 동네 신문 창간으로 시작한 그의 언론 생활은 45세까지 <뉴욕 포스트>, <더 네이션> 등을 거치며 기자와 논설위원으로 저널리즘의 양대 축인 보도와 논평에서 맹렬히 활약했다.


광고 없이 혼자 만든 ‘진정한 독립언론’
‘통킹만 사건’으로 정부에 홀로 맞서다


주류 언론에서 쌓은 탄탄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1953년 취재·집필·편집·발행·배포를 혼자 도맡고, 광고를 일절 싣지 않고, 구독료만으로 발행되는 1인 4쪽짜리 독립신문 <I. F. 스톤 위클리>를 창간했다. 1971년 폐간될 때까지 20년 가까이 미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보도하고 어디서도 접할 수 없는 진실을 전하는 신문으로 명성을 얻은 이 신문의 자랑은 ‘공정성과 독립성’이었다.


가장 유명한 것은 ‘통킹 만 사건’ 특종보도였다. 1964년 8월 미국 정부는 베트남 통킹 만에서 미 군함이 북베트남의 어뢰정 공격에 침몰했다고 발표하면서 베트남전 확전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당시 모든 언론이 정부의 앵무새가 됐을 때 그는 조목조목 의문점을 제기하고 정부 발표가 날조라고 주장했다. 7년 뒤인 1971년 국방부 기밀문서가 언론에 폭로돼 이 사건은 거짓이었음이 공식 확인됐다.


재갈을 물리려는 정부를 일생동안 비판
20년 동안 미국사의 굵직한 사건 보도


덕분에 그의 뒤에는 평생 FBI가 따라다녔다. 그러나 그는 협박으로 비판세력에 재갈을 물리려는 정부의 시도를 공격하는 것을 필생의 과업으로 삼았다. 덕분에 스톤의 저널 활동을 중심으로 한 이 이야기는 20세기 상당 기간에 걸친 정부의 여론조작 기도를 세밀하게 파헤친 기록이 됐다.


“정부가 사실을 조작해 비공개 기자 브리핑에서 그럴싸한 거짓말을 할 순 있어도, 공식 문건까지 새빨간 거짓말로 도배하기란 대단히 어렵다”던 이지는 미국 정부 인쇄국에서 인쇄· 배포된 수많은 공문서와 보고서에서 특종을 뽑아냈다.


그의 교훈은 간단하다. “취재원 확보에만 열을 올리지 말고 문건을 읽으라. 정부 공식 문서를 확보할 수 없을 경우 주류 신문들을 꼼꼼히 읽으라. 1면 톱기사에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마이라 맥피어슨 저, 이광일 역, 3만6000원,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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