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 빈곤율 OECD 국가 중 1위, 전체 가구의 62.8%가 부채를 안고 있는 나라, 평균 1.09%의 지분을 가진 재벌 총수들이 평균 59.2개의 회사를 지배하는 나라, 국방비로 북한의 GDP만큼 지출하면서도 군비경쟁에 열을 올리는 나라, 해군기지를 만든다며 천연기념물 군락지를 파괴하는 나라. 고장이 나 삐걱거리는 한국 사회의 초상이다.
이 ‘고장 난 나라’를 수선하는 데 필요한 정비 목록이 도착했다. 참여연대가 완성한 이 정비 목록은 한국 사회에서 개혁돼야 할 55가지 이슈를 망라하고 있다. 이 책 <고장 난 나라 수선합니다>는 현 시점에서 우리사회의 가장 큰 화두인 민생과 경제, 그리고 노동을 들여다보며 “행복해지는 것을 두려워 말자”고 강조한다.
400만 명이 넘는 빈곤층을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기초 생활 보장 수급자 선정 기준의 문제점부터 시작해 공보육 확충 문제, 건강보험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공공 임대주택 확대 공급 등 우리사회에서 가장 필요하면서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집중한다.
여기에 최근 이슈가 된 반값등록금과 무상급식, 재벌 순환출자와 금산분리, 중소기업과 중소상인 살리는 계열분리명령제, 한국판 버핏세와 6시간 근무제도 빼놓지 않고 꼼꼼하게 다루고 있다.
이어 행정, 입법, 사법부 바로 세우기, 그리고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언론과 집회의 자유 등을 ‘중구난방 공화국’이라는 제목으로 살펴본다. 여기서는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방법, 200만 권에 그치는 국가 기록물 문제, 국가정보원 개혁, 비례대표 제도가 대표하는 내 한 표의 가치, 국회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 정부의 문제점 등을 속속들이 살핀다.
선거철만 되면 난립하는 표현의 자유 규제, 투표 시간 연장, 대검 중수부 폐지와 지방검찰청장 직선제로 대표되는 검찰 개혁,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차단된 한 트위터 계정이 보여준 인터넷 검열 문제, 리트위트 하나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의 형을 받은 박정근 씨 사례가 보여주는 국가보안법 문제 등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마지막 ‘백범이 꿈꾼 나라, 안중근이 그린 세계’에서 우리는 전쟁과 평화를 둘러싼 첨예한 쟁점을 따져보게 된다. 북방한계선, 천안함을 둘러싼 진실과 거짓, 제주해군기지의 득과 실, 군비경쟁과 안보딜레마, 군 복무 기간 단축의 현실성,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의 세계적 추세와 실현 가능한 대체 복무제 등이 여기에서 살피는 구체적인 쟁점이다.
2013년,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과 새로운 정부 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새 정권을 선출한다고 할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정책의 타당성과 그 방향의 옳고 그름, 또 현실성까지 끊임없이 감시하고 따져보는 게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깨어 있는 시민의 소임일 것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55가지 키워드는 우리에게 좋은 가이드가 돼준다. 기초노령연금, 건강보험, 국가보안법과 대검 중수부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와 한미동맹, FTA까지 이 책이 망라하는 이슈들은 우리 사회가 아직 풀지 못한 문제들이다.
참여연대 사람들이 꼼꼼하게 체크한 팩트와 냉철한 진단, 흔히 갖기 쉬운 의문을 정리한 쟁점, 개혁 제안으로 구성된 참여연대 18년의 노하우가 그대로 녹아 있는 두터운 목록은 여전히 논쟁 중인 이 문제들을 시민들의 손으로 직접 해결해 나가고, 그래서 더 많은 민주주의를 꽃피우기 위한 훌륭한 거름이다. <고장 난 나라 수선합니다>, 참여연대 저, 1만7000원, 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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