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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화.<사진=연합뉴스> |
중국 위안화가 3년8개월여 만에 가장 강한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중국과 해외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 제조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21일 현재 중국 당국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위안화 절상에 대한 방어 강도를 낮추고 있다. 위안화 강세가 이어지면 중국산 제품의 달러 기준 가격 경쟁력은 낮아져 한국 철강·석유화학·자동차·기계 업종에는 일부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다만 중국의 수출 규모와 제조원가 경쟁력을 감안하면 환율만으로 경쟁 구도가 크게 바뀌기는 어렵다.
로이터는 21일 홍콩발 기사에서 위안화가 달러당 6.6950위안까지 강해져 2023년 1월16일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1달러를 사는 데 필요한 위안화가 줄었다는 뜻으로 위안화 가치가 오른 것이다. 역외 위안화도 달러당 6.6946위안에서 거래됐다.
중국 인민은행의 태도 변화가 배경이다.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6.7487위안으로 고시했다. 2023년 2월3일 이후 가장 강한 수준이다. 로이터는 중국 당국이 지난 1년 가까이 시장 예상보다 약한 위안화 기준환율을 제시하며 절상 속도를 억제했지만, 이달 들어 시장가격과의 격차를 빠르게 줄였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인민은행이 위안화 상승에 대한 저항을 완화했다(the PBOC has eased its resistance to yuan gains)”고 분석했다.
미·중 정상회담이 환율 흐름을 바꾼 요인으로 꼽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미국을 국빈 방문하고, 오는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한다. 전날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는 뉴욕에서 무역·AI·공급망 문제를 논의했다. 중국이 정상회담 직전 위안화 약세를 유도할 경우 미국으로부터 ‘경쟁적 평가절하’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골드만삭스는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 자체가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는 로이터에 “중국 정책당국이 지속적이지만 점진적인 위안화 절상을 용인하는 데 편안함을 느낄 것(comfortable allowing sustained but gradual currency appreciation)”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제조업에는 상대 가격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위안화가 달러 대비 강해지면 같은 가격의 중국산 철강·화학·기계·자동차 제품도 달러 환산 가격이 올라간다. 원화가 같은 폭으로 강해지지 않는다면 제3국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포스코·현대제철, LG화학·롯데케미칼, 현대차·기아, 기계업체 등의 가격 격차가 일부 줄어드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 중국 내 소비자의 해외제품 구매력도 높아져 한국 소비재에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중국발 저가공세가 끝나는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 로이터는 이날 중국의 세계 무역흑자가 올해도 1조달러를 넘을 가능성이 있으며, 중국의 수출 확대를 ‘차이나 쇼크 2.0(China Shock 2.0)’으로 부르는 경제학자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관세 압박에도 올해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한 약 6500개 품목 가운데 절반 이상은 지난해보다 수입이 증가했다. 중국의 경쟁력이 환율보다 생산규모와 공급망, 원가에 더 깊게 기반하고 있다는 의미다.
위안화 강세의 지속 여부도 아직 불확실하다. OCBC는 로이터에 이번 흐름이 중국 경제의 근본적인 재평가라기보다 정상회담을 앞둔 “정책적으로 관리된 안정(policy-managed stability)”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의 큰 금리 차와 약한 중국 내수도 위안화 추가 강세를 제한할 수 있다고 봤다.
따라서 한국 제조업에 중요한 것은 위안화가 하루 얼마나 오르느냐보다 중국이 강한 위안화를 어느 수준까지 허용하느냐다. 절상이 장기화하면 중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은 조금씩 낮아지고 한국 기업에는 제3국 시장에서 숨을 돌릴 공간이 생긴다. 반대로 미·중 정상회담 이후 다시 위안화 약세 관리로 돌아선다면 효과는 짧게 끝난다. 중국이 수출 확대를 이어가는 가운데 환율까지 정책 수단으로 조절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제조업은 이제 중국의 생산량뿐 아니라 ‘위안화 가격’까지 함께 봐야 하는 상황이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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