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4분기 51만배럴 부족 전망…아시아·태평양은 41만9000배럴 잉여
국내 7월 항공유 생산 1389만배럴…7년 만에 최대
![]() |
| ▲ [연합뉴스] |
SK에너지(김종화 대표이사)·GS칼텍스(허세홍 대표이사 부회장)·S-OIL(안와르 알 히즈아지 대표이사)·HD현대오일뱅크(송명준·정임주 대표이사) 등 국내 정유업계에 유럽이 새로운 항공유 수출처로 떠오르고 있다. 중동발 공급 차질로 유럽 재고가 급감한 반면 아시아에는 공급 여력이 남으면서 지역 간 가격차를 노린 물량 이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 정유산업의 강점인 높은 정제능력이 공급 부족기에 수출지역을 바꾸는 경쟁력으로 작동하는 모습이다.
21일 로이터가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9월 들어 유럽으로 향한 한국산 항공유는 하루 평균 12만9000배럴로 집계됐다. 2022년 10월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LSEG 집계에서도 비슷한 수준이 확인됐다.
한국산 항공유가 유럽으로 향하는 배경은 두 시장의 엇갈린 수급이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에너지애스펙츠(Energy Aspects)는 올해 4분기 유럽의 항공유 공급이 수요보다 하루 51만배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하루 41만9000배럴, 미국은 1만8000배럴의 공급 잉여가 예상된다.
유럽의 공급 부족은 중동 정세 변화와 맞물려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 전쟁 이후 중동산 공급이 줄면서 유럽으로 들어오던 항공유 수입량의 약 절반이 영향을 받았다. 유럽은 이후 나이지리아와 미국, 캐나다 등으로 조달처를 넓혔고 최근 한국산 물량도 크게 늘었다.
재고도 빠듯하다. 유럽 핵심 석유 거래·저장 거점인 암스테르담·로테르담·안트베르펜(ARA)의 항공유 재고는 9월10일로 끝난 주에 7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대로 한국은 생산 여력을 높이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7월 항공유 생산량은 약 1389만배럴로 7년 만에 가장 많았다. 수출도 3년6개월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정유공장의 7월 원유 처리량은 하루 270만배럴로 6월보다 16% 증가했다. 정제설비 가동 확대가 항공유 생산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국내 정유 4사는 지난해에도 석유제품 수출에서 항공유 비중이 18%에 달했다. 지난해 대미 항공유 수출은 3874만배럴로 역대 최대였다. 한국 정유사들이 이미 항공유를 주요 수출품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에는 목적지가 유럽으로 넓어지고 있다.
핵심은 운송거리보다 가격이다. 아시아에 항공유가 남고 유럽은 부족해지면서 두 지역의 가격 차이가 확대됐다. 스파르타 커머디티의 제임스 노엘-베스윅 원자재 부문 대표는 아시아와 유럽의 기준가격 격차가 벌어지면서 “유럽으로 수출하는 것이 더 수익성 높은 거래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서 유럽까지 추가 운임을 부담하고도 판매할 유인이 생겼다는 얘기다. 통상 정유사는 원유 가격뿐 아니라 휘발유·경유·항공유 등 제품별 정제마진과 지역별 판매가격을 비교해 생산·수출 물량을 조절한다.
특히 항공유와 경유가 속한 중간유분 시장이 세계적으로 빠듯해지고 있다. 로이터는 중동과 러시아 공급 차질이 겹치면서 글로벌 경유 부족이 2027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의 항공유 부족 역시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정유 4사 입장에서는 상반기 실적을 끌어올린 재고평가 이익과는 성격이 다른 기회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정유 4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11조원을 웃돌았지만 상당 부분은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의 영향을 받았다. 반면 유럽 항공유 수출 확대는 정제설비 가동과 제품별 마진, 수출지역 다변화에서 발생하는 본업의 기회에 가깝다.
다만 한국산 물량 증가가 특정 정유사의 실적으로 어느 정도 연결되는지는 아직 확인하기 어렵다. 케이플러와 LSEG가 공개한 하루 12만9000배럴은 한국 전체에서 유럽으로 향한 물량으로, SK에너지·GS칼텍스·S-OIL·HD현대오일뱅크별 수출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수익성 역시 단순히 수출량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유럽까지의 운송비와 원유 도입가격, 환율, 항공유 정제마진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중동 정세 악화가 장기화하면 제품 가격뿐 아니라 원유 조달비와 물류비까지 높아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흐름은 한국 정유업의 수출 경쟁력을 보여준다. 유럽 공급망에 공백이 생기자 하루 270만배럴 수준의 원유를 처리하는 국내 정제설비가 항공유 생산을 늘리고 판매지역을 유럽까지 확대한 것이다.
앞으로 관건은 아시아와 유럽의 가격차다. 유럽의 낮은 재고와 공급 부족이 이어져 가격 격차가 운송비를 웃도는 동안에는 한국 정유사들이 기존 미국·아시아 시장에 더해 유럽까지 물량을 탄력적으로 돌릴 수 있다. 고유가가 비용 부담만 키우는 국면에서 벗어나 제품 수급 불균형을 수출 기회로 바꿀 수 있느냐가 정유 4사의 하반기 수익성을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
토요경제 / 조민규 기자 jo1427955@gmail.com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