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동산시장 침체가 예상보다 심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아파트값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
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금새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라도 뿌릴 기세다. 앞이 잘 안보인다. 나라 안팎에 온갖 악재 투성이다. 그것도 대부분 대형 태풍급이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현 위기가 어디로 어떻게 확산할 지 예측불가능이다. 위기의 바닥이 어디인 지, 안갯 속이다.
격변의 상반기가 끝나고 하반기가 찾아왔지만, 위기 상황은 더 악화되는 양상이다. 하반기엔 복잡하게 얽혀있는 복합 위기 상황이 좀 진정될수 있는걸까.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하반기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7가지 핫이슈를 2회에 걸쳐 긴급 점검한다.<편집자>
4) 해외 자본의 썰물 같은 '탈 코리아'
미국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큰 손이다. 글로벌 금융을 들었다놨다할만한 파워를 지니고 있다. 이런 미국이 폭등하는 물가를 잡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광폭의 금리 인상에 나섰다. 초긴축을 통해 통화량을 줄이고 물가를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금리인상 폭도 사상 유례가 없는 역대급이다. 통상 0.25%포인트씩 인상하던 것을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도 모자라 0.7%포인트를 올리는 '자이언트스텝' 카드까지 내놨다. 미국은 조만간 또 한차례 자이언트스텝이 예고되고 있다. 미국은 연말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지금의 인플레가 심화될 경우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리겠다고 공언한다. 마치 금리를 무기로 물가와 전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미국의 대대적인 금리 인상은 미국의 물가를 잡는데는 효과를 낼지 몰라도 다른 나라의 금융시장엔 일파만파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마치 블랙홀처럼 달러를 빨아들이며 글로벌 자본의 대이동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 신흥국 금융 시장은 마치 진도 7이상의 지진을 맞은 듯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대한민국 금융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원래부터 미국과 동조현상이 뚜렷한 탓인지, 충격파가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기준 금리가 역전되면서 국내 유입된 해외 자본들이 마치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탈 코리아' 현상이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
해외 자본의 갑작스런 이탈로 국내 금융시장은 심각한 후유증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장 떠오르는게 외환 보유액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많이 축적은 돼있다. 하지만, 상반기와 같은 자본의 대이탈이 계속 이어질 경우 문제가 달라질 여지는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게 해외 자본의 이탈이 국내 증시를 깊은 나락으로 빠지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들어 국내 증시는 20%가 넘게 급락했다. 낙폭 기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른나라에 비해 주가 폭락이 심한 것은 그 만큼 한국증시가 해외자본의 투자비중이 높다는 방증이며, 상대적으로 낙폭이 큰 기술주 중심이란 방증이다. 실제 증시침체기엔 성장주나 기술주의 낙폭이 더 크게 나타나는게 증시의 생리다.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반기 상황은 더 비관적이다. 미국의 기준 금리는 상당기간 오를게 뻔해 해외 자본의 탈코리아는 언제까지 이어질 지 예측불허다. 자연히 침체된 증시의 바닥이 어딘지 가늠키 어렵다. 날개없는 추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투자자본의 대표적인 회수(exit) 창구인 증시의 부진은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무엇보다 증시를 통한 기업의 자본조달이 어려워진다. 더욱이 IPO 시장 위축은 불보듯 뻔하다. 이미 상장을 추진하던 몇몇 대형주들이 줄줄이 IPO를 무기한 연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IPO시장이 위축되면 벤처투자 시장이 경색된다. 벤처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5) 중국 '제2의 싸드 보복' 현실화 우려
미국 주도의 신경제 카르텔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정확히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한다. 경제에 관해선 중국이 핵심 타깃이다. 미국은 중국 견제용 화력을 모으기 위해 우방국인 한국과 일본을 반강제(?)로 징용했다.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란 모호한 중립을 택하며 외줄타기했던 문재인정부 시절과는 차원이 다르다. 윤석열 정부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한-미-일 3국간의 안보 동맹을 넘어 경제 동맹을 내세우며 손 내미는 미국을 거절할 명분이 약하다. 과거처럼 어정쩡한 포지션을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미국을 선택한 것은 불가항력이다.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궁지에 몰린 중국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트리며 보복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국은 늘 경제 보복을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한다. 필요하다면 중국의 민심을 자극, 혐한 분위기까지 조성한다. 이미 싸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때 충분히 경험했던 일이다. 싸드 보복으로 우리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어쩌면 최근의 미국 중심의 신경제질서 구축에 대한 중국의 견제, 아니 보복 조치의 강도는 더 클 수도 있다. 중국은 이미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담 참가에 대해서도 맹비난을 퍼부을 정도로 격앙돼 있다. 최고위층에서 잇단 협박에 가까운 경고 매세지까지 보낸 상태다.
여기에 나토 정상회담에 참석한 대통령실 최상목 경제수석이 "중국이 성장은 둔화하고, 내수중심의 전략으로 전환돼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려 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란 발언이 문제를 더 키웠다는 분석이다. 가뜩이나 불안한 우리 경제 상황과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절대적인 현실을 감안하면 너무 경솔한 판단이란 지적이 강하다. 예전에 비해 비중이 줄었다지만, 중국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다. 수출, 수입 모두 전체의 4분의 1에 달하는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생필품의 중국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중국수입이 막히면 대부분의 시장이 멈춘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싸드 보복 여파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관광, 유통 등이 싸드 이전으로 전혀 회복될 기미가 없다. 중국인들의 혐한 분위기도 별로 개선된게 없다. 이런 상황에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재편과 경제동맹 강화로 인해 예상되는 중국의 반격은 향후 우리 경제와 산업 전체에 유무형의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일본과의 경제 전쟁을 벌이던 상황과는 정도가 다르다. 타격을 최소화하는게 묘안이다.
관건은 정부의 외교 노력 뿐이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력에 기댈 수 밖에 없다. 결과에 따라 중국의 경제보복 수위를 대폭 낮출 수도 있다. 어느정도 견제와 보복은 불가피하더라도,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한다. 궁극적으로는 중국 의존도를 대폭 줄일 수 있도록 치밀한 전략전술을 당장 지금부터 준비해야한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6) '경제의 버팀목' 반도체 가격 불안
사상 유례없는 복합위기의 늪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의 가장 큰 버팀목은 반도체다. 우리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반도체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코로나대란 속에서도 승승장구해왔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상반기에 고성장을 거듭하며, 국내 대표적인 효자업종으로서의 진가를 다시한번 확인시켜줬다. 삼성전자는 특히 메모리에 이어 비메모리 시장까지 세계 1위로 올라선다는 목표아래 세계 최초로 3나노 파운더리 양산에 착수, 세계를 깜짝 놀라게했다. 이는 파운더리 시장의 절대강자인 대만 TSMC보다 1년가까이 빠른 기술의 역전이다.
삼성이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어닝서프라이라 불릴만한 우량한 실적을 낸데는 반도체 가격이 예상 외로 강세를 보인게 적지않이 기여를 했다.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메모리 가격은 상반기까지 강세를 유지해왔다. 문제는 하반기 이후다. 공급가격 하락이 점차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총체적인 글로벌 경기 하락 국면은 결국 반도체 수요를 감소시킬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하반기 반도체 가격이 적지않은 폭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수요가 불확실한 상항에 일부 D램 공급업체들이 재고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격인하 의사를 보이기 시작했다"며 "3분기 D램 가격이 2분기 대비 10% 가까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뵜다. 2분기보다 3∼8%가량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던 트랜스포스가 하락폭을 더 높인 전망치를 내놓은 것이다. 한술 더 떠 만약 메모리업체간 가격 전쟁이 촉발되면 낙폭은 10%를 훌쩍 넘어설 수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모바일용 D램은 경기침체에 따른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 영향을 받아 최대 13%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낸드 플래시 가격은 뚜렷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메모리카드·USB향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6월 고정거래가격은 4.67달러로 5월(4.81달러)보다 3.01% 떨어졌다. 낸드플래시는 작년 4월과 7월 각각 8.57%, 5.48% 상승한 바 있으며 이후 올해 5월까지 4.81달러를 유지하다가 6월들어 3% 이상 하락 반전한 것이다. 문제는 하반기 이후다. 세계 각국이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 휩싸일 정도로 경기부진이 이어져 결국 반도체 수요가 크게 꺾일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수요가 줄면, 가격은 떨어지는게 이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코로나19 반대급부로 수요가 늘었던 PC, 스마트폰, 코인채굴기 등의 소비 붐이 끝났다고 보도했다. 결국 반도체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며, 낙폭 수준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국내 반도체 업계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온도가 달라질 것 같다.
7) 심상찮은 부동산 시장, 연착륙될까
글로벌 복합 경제위기의 강한 파고 속에서 부동산 시장도 최근 심상치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시절 폭등했던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든 양상이다. 숱한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아도 좀처럼 잡히지 않던 부동산의 고가 행진을 멈추고 후퇴하기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 하락 반전 이유는 무엇보다 금리 인상이다. 한국은행이 미국의 광폭적인 금리인하에 대응, 지속적인 금리인상을 예고하면서 부동산 거래 절벽 현상이 발생하고, 매물이 쌓여가면서 가격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업계에 다르면 최근들어 급급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매수세가 약하다고 말한다. 특히 중저가 아파트의 하락폭이 눈에 띄게 크다. 지역별로는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수도권이나, 인천 지역의 낙폭이 크다. 지방은 심각한 수준이다.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으며, 청약률이 무섭게 떨어지고 있다. 정부가 종부세인하와 각종 규재완화 대책 등을 잇달아 발표해도 약발이 안먹히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 최근 조사에 따르면 6월달 넷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 주(88.1)보다 1.1p 하락한 87.0으로 집계됐다. 8주 연속 하락이다. 매매수급지수란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집을 팔려는 사람이, 200에 가까울수록 사려는 사람이 많은 것을 의미한다. 팔려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것으로 부동산 시장의 본격적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망은 더욱 어둡다. 부동산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상승일로에 있는데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와 물가급등, 대출금리 상승 등의 복합적인 악재가 맞물려 매수세를 심하게 위축시킬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동산 시세 하락이 갑자기 너무 심하게 나타나는 경착륙 가능성에 대한 걱정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이 부분이 가장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 침체는 경제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실제 부동산가격 변동은 국민 총생산은 물론 경제 성장률에까지 미치는 파장도 적지않다. 정부 입장에선 너무 올라도 골치, 너무 떨어져도 골치인 게 부동산인 셈이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미션중 하나인 부동산 시장 안정이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흔들릴 수 있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 노무라 증권은 최근 "한국이 3분기에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앞으로 1년 안에 경기후퇴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제하며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시장 붕괴가 심각한 경기침체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무라는 한국과 호주, 캐나다 등의 경우 기준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시장이 흔들리면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하락 국면으로 인한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시장의 연착륙이 필요한데, 그게 쉽지않은 일이라는 얘기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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