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주부들의 발길이 뜸하다. |
경제가 큰 위기다.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위기의 바닥이 어디인 지, 안갯속이다. 앞이 잘 안보인다. 나라 안팎으로 온갖 악재 투성이다. 그것도 대부분 대형 태풍급이다. 대통령 입에서 지금은 '복합위기'란 말까지 등장했다. 경제를 총괄하는 경제부총리는 이제껏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증유의 위기 상황'이라고 스스로 진단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 상황에 내몰릴 지 않을까 걱정이다.
숨가빴던 상반기가 끝이 났다. 정치적으로는 정권교체가 이루어졌고, 경제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눈씻고 찾아봐도 별로 나아진게 없는 실정이다. 하반기엔 어떨까. 복잡하게 얽혀있는 글로벌 위기 상황이 좀 진정될까. 개선의 여지는 없는 걸까. 안타깝게도 하반기 전망은 밝지 않다. 되레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글로벌 경제 환경은 안갯속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하반기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7가지 핫이슈를 2회에 걸쳐 긴급 점검한다.<편집자>
1) 우크라이나전쟁과 공급망 재편
최근의 글로벌 경제 복합위기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은 우크라이나전쟁이다. 러사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양국의 엄청난 인명 및 재산피해를 낳는데서 그치지 않고, 글로벌 경제환경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세계적인 자원 강국인 두 나라의 전쟁으로 석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원의 공급시스템이 붕괴돼 세계적인 에너지 파동이 일어났다. 미국과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러시아산 원자재 수입을 전면 금지한 탓이다.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던 수요가 다른 나라로 갑자기 몰리면서 공급부족으로 인한 가격급등 현상을 초래한 것이다. 설상가상 러시아는 서방 세력의 경제제재에 굴하지 않고 즉각 맞대응, 에너지파동이 대란으로 악화됐다. 러시아가 자국 원자재를 비롯, 주요 물자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미국은 한 발 더 나아가 차제에 러시아와 중국 등 비 우호국을 배제시키는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경제를 안보와 직접 결부시켜 러시아와 중국을 고립시킨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이에따라 우리나라와 일본, 호주 등을 포함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국가들 위주로 경제동맹을 밀어붙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로인한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은 대한민국 경제에 엄청난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수 십년간 유지돼온 공급 시스템이 갑자기 바뀜으로써 우리 경제는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가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서방국가들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은 우크라이나가 강하게 저항하고 있고 러시아는 좀처럼 전쟁을 멈출 생각이 없다. 최근엔 전쟁 양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방국가들 역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갈수록 늘리는 추세다.
우리 입장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이 휴전을 하거나 아예 종전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전망이 매우 부정적이다. 러시아 입장에선 이미 종전이나 휴전 선언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결국 전쟁은 장기화가 계속 될 것이며, 글로벌 경제질서의 재편을 노리는 미국의 공급망 재조정 전략은 더욱 속도를 낼게 뻔하다. 우리 정부도 이미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여서 이로인한 경제적 부담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
2) 무역적자 가중시키는 '에너지大亂'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을 야기했고, 우리나라는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석유, 가스, 석탄 등의 가격 폭등은 기업의 원가 상승으로 고스란히 이어져 대외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물가를 상승시키는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빈국이다. 석유, 가스 등은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에너지 파동이 산업계에 비용상승에 미치는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대표적인 산유국이자 최대 원유 수출국중 하나인 러시아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가 확대돼 국제 유가는 100달러를 돌파했고, 브렌트유는 115달러까지 위협하는 상황이다. 거의 오일쇼크 상태를 방불케한다.
국내는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서 유가가 비싸다. 전국 평균 휘발윳값이 금융 위기 이후 최초로 2000원을 넘어섰다. 특히 산업용으로 많이 쓰이는 경유가 상대적으로 더 올랐다. 이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경윳값이 휘발윳값을 추월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유가 상승은 산업체의 부담을 더욱 가중되는 상황이다.
유가 폭등은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안겨줬다. 무엇보다 상반기에 66년만에 최악의 무역적자를 내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이에 따라 최근 유류세 인하율을 법정 최고 한도인 37%까지 높여 치솟는 유가를 방어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단행했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가 이미 마지노선을 깸으로써 되레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유가가 더 오를 경우 더이상의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유류에 비해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금, 은, 동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금은 반도체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등 첨단 제조업에 엄청난 양이 소요되는 핵심 원자재다. 금값이 산업체의 원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유류에 비할 바가 아니다. 금시세는 올들어 20% 이상 상승했다. 지난 3월 kg당 8천만원을 찍은 후 다소 하락했지만, 시장 상황은 여전히 불안하다. 위기때는 금과 같은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기에 더욱 그렇다.
다만 전반적인 에너지 가격 강세는 하반기에 다소 진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안다. 글로벌 경기침체 국면에 예사롭지 않아 에너지류의 전반적인 수요 감소 현상이 뚜렷해질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의 급등세는 상반기말부터 다소 진정 국면에 빠져들었다. 수요공급의 경제원칙상 공급이 변화가 없는 상황에 수요가 줄면 가격은 떨어지는게 상식이다.
3) '금융위기' 소환한 천정부지 물가
세계는 지금 사상 유례없는 동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물가의 이상 급등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들은 이미 8%를 넘어서며 10%까지 위협하는 등 심각한 양상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스태그플레이션이다. 경기는 침체에 빠졌는데, 물가가 급등하는 가장 불편한 시나리오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이니셜을 딴 이른바 'S의 공포'가 주요 국가에서 현실화할 조짐이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공비행을 계속중인 원자잿값 상승으로 이미 지난 5월 물가상승률이 5%를 돌파한데 이어 6%돌파가 시간문제다. 6월물가는 조만간 발표 예정인데, 5%대 후반 아니면 6%초반이 유력한 상황이다. 국내 물가 상황만 놓고보면 이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물가가 높다. 가계는 가처분 소득의 감소와 실질 소득이 줄어든 효과로 작용, 그 어느때보다 어깨가 높다. 내년도 최저 임금이 5% 올랐지만, 실질소득의 감소 현상이 불가피해진 때문이다.
실제 '월급 빼곤 다 올랐다'는 말이 유행어가 됐을 정도로 물가 상황은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각종 원자잿값과 인건비가 오르다보니 안오르는게 이상할 정도다. 각종 식품류를 비롯해 공산품에 이르기까지 천정부지의 장바구니 물가가 서민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설상가상 물가의 뇌관으로 간주됐던 공공요금까지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문재인정부 말기부터 물가관리 차원에서 억누르고 있던 공공요금이 봉인해제된 것이다.
전기, 가스, 수도 등 공공요금은 일제히 인상됐고, 하반기에도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공공재 생산 원가가 너무 올라 정부로서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부터 인상률이 적용되는 전기와 가스는 물가상승률이 미치는 영향이 0.3%안팎이어서 7월 기준 물가는 이미 6%를 훌쩍 넘어섰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물가 추세는 앞으로가 더 큰일이다.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물가 변동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지표가 모두 어둡다. 무엇보다 수입 원가를 좌우하는 환율이다. 환율이 오르면 원가 상승으로 판매가격이 오르기 마련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미 금융위기 당시 이후 처음으로 1300원을 돌파했다. 정부가 시장개입을 선언, 1300원대 턱밑에 있지만 미국의 초긴축에 따른 강달러 현상으로 인한 환율 상승을 막아내기엔 버거워 보인다.
여기에 세계 각국의 인플레 현상의 영향으로 수입원가 자체가 오를 것이라는게 더 큰 문제다. 이에 따라 정부의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정부는 하루가 멀다하고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며 묘안을 짜내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정부는 내심 물가상승률 7%를 최후 저지선으로 삼아 대비책을 준비중이지만, 미국과 유럽 수준인 8%대를 전제로 깔고 치밀한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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