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손실 회복해도 세금…미·영은 이월공제, 한국은 불허

김지영 기자 / 기사승인 : 2026-10-22 18:33:39
  • -
  • +
  • 인쇄
내년 시행 앞두고 과세 형평성 논란…연도별 손익 단절이 핵심
미국·영국 손실 이월공제 허용…일본도 3년 공제 추진
국회 연구진, 5년 공제 제안…해외주식과 형평성 과제
▲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가상자산 과세 관련 현장 간담회에서 권대영 재정경제부 1차관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내년 시행을 앞둔 가상자산 과세가 투자자의 실제 손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실을 회복하더라도 과세연도가 다르면 세금을 내야 하는 구조여서 손실 이월공제 도입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22일 국세청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현행 소득세법은 2027년 1월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연간 소득금액에서 250만원을 공제한 뒤 초과분에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를 적용한다.

문제는 같은 과세연도에 발생한 이익과 손실만 합산할 수 있고, 손실을 다음 해로 넘겨 공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27년 가상자산 투자로 1000만원의 손실을 확정하고 이듬해 1000만원의 이익을 실현했다면 2년간 전체 손익은 0원이다. 그러나 현행 규정대로라면 이듬해 이익에 대해 165만원의 세금이 발생한다. 반면 같은 해 손실과 이익을 확정했다면 손익통산으로 과세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다.

투자 성과가 같더라도 손익이 발생한 시점에 따라 세금 부담이 달라지는 것이다. 가격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이러한 과세연도 구분이 실제 투자손익과 세법상 소득의 차이를 키울 수 있다.

해외 주요국은 손실 이월공제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 국세청(IRS)은 투자 목적의 가상자산을 자본자산으로 취급한다. 자본손실이 이익보다 많으면 일정 요건에 따라 연간 최대 3000달러를 다른 소득에서 공제하고, 남은 손실은 기간 제한 없이 다음 해로 넘길 수 있다.

영국도 가상자산 처분에 따른 자본손실을 향후 자본이득에서 공제하도록 허용한다. 손실 발생 과세연도 종료 후 4년 이내에 신고하면 이월기간에는 별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일본은 올해 세제개정 방침에 등록 사업자가 취급하는 특정 가상자산의 손실을 3년간 이월공제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다만 관련 법률 개정과 시행을 전제로 한 조치로 아직 확정적으로 적용되는 제도는 아니다.

국내에서도 개선 방안이 제시됐다. 지난 8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주한 '가상자산 과세상 쟁점 및 개선방안 연구'에서 연구진은 양도손실에 대한 5년 이월공제를 제안했다.

연구책임자인 안성희 가톨릭대 경영대학 교수는 당시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양도소득과 대여소득을 분리하고, 양도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은 향후 5년간 이월해 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가상자산에만 이월공제를 허용하면 다른 투자자산과의 형평성 문제가 남는다.

국내 상장주식 일반 소액주주는 장내 매매차익에 원칙적으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반면 해외주식은 연간 양도차익에 과세하면서도 손실 이월공제를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가상자산과 해외주식을 포함한 과세대상 투자소득 전반의 공제체계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제도 개선에 따른 세수 감소와 거래자료 검증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을 통한 거래까지 손익을 확인하고 중복 공제를 차단할 관리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20일 가상자산 업계 및 전문가들과 과세 관련 간담회를 열어 거래 유형별 과세기준과 자료 제출체계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손실 이월공제 도입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가상자산 과세의 핵심은 시행 시점뿐 아니라 실제 투자소득을 어떻게 산정하느냐다. 과세대상 투자소득에 공통된 손실공제 원칙을 마련하고, 실현손실에 대해 일정 기간 이월공제를 허용하는 방안이 제도 개선의 대안으로 제시된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HEADLINE

연중캠페인

단독보도

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