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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부 김은선 기자 |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가격은 그대로인데 장바구니 부담은 커진다. 이유는 단순하다. 기업들이 가격 대신 ‘양’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통 시장에서는 표시 용량과 실제 내용량 간 괴리가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 우유 제품의 경우 표시 용량이 200㎖지만 실제 평균은 약 190㎖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 허용오차 범위 내라 위법은 아니지만, 소비자는 같은 가격에 더 적은 양을 구매하게 된다.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이다. 가격을 유지한 채 수량이나 크기, 품질을 낮춰 실질적인 가격 인상 효과를 내는 방식이다. 겉으로는 가격이 그대로지만 소비자가 받는 가치는 줄어든다.
기업 입장도 이해는 간다. 실질 소득 감소로 소비가 위축되자 기업들은 가격 인상 대신 용량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용량을 눈에 띄게 줄였다면, 최근에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적게 담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300㎖ 초과~500㎖ 이하 우유 제품은 표시량의 약 3%까지 적게 담아도 허용되는데, 360㎖ 제품 기준으로는 약 10.8㎖까지 줄어들어도 문제가 없는 셈이다. 실제로 한 우유업체는 200㎖ 제품에 191㎖만 담은 사실이 정부 조사 결과 확인됐다.
실제 조사에서도 정량 표시 상품 4개 중 1개는 평균 내용량이 표시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이 법적 기준을 충족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합법적 축소’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해 정부의 제도 개선도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사업자들이 법적 허용오차를 이용해 실제 내용량을 표시량보다 적게 담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계량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평균량 기준’을 도입할 방침이다. 즉, 평균량 규제는 제품 표본의 평균적인 실제량이 표시량보다 적으면 위반으로 본다는 의미다.
결국 핵심은 ‘정보 비대칭’이다. 기업은 알고 소비자는 모르는 구조다. 가격이 오르면 즉각 반응하지만, 용량이 줄어드는 변화는 쉽게 인지되지 않는다.
슈링크플레이션은 단순한 물가 문제가 아니다. 같은 돈을 내고 양이 줄어든 것도 모른 채 덜 받는 상황이 반복되면 소비자는 눈 뜨고 코 베일 수밖에 없다. 일종의 소비자 기만이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용량이 줄어도 소비자가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만큼 ‘기만’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법적 규제에 앞서 자사 홈페이지, 소비자원 등을 통해 최소 1개월 고지 의무만 제대로 이행해도 시장 파급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자율적 고지를 정착시키고, 이후에도 개선이 없을 경우 제도적 보완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정교한 꼼수가 아니라 더 명확한 고지와 고지의 관습이다. 가격을 유지한다면, 줄어든 만큼은 반드시 알려야 한다. 그것이 시장의 최소한의 룰이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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