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 해외 세원 포착·신고 시스템·과세기준 문제 지적
여야 유예·시행론 엇갈려…정부도 세수 규모 추정에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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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빗썸라운지 강남본점의 모습 [연합뉴스] |
가상자산 과세가 세 차례 연기된 끝에 시행을 앞뒀지만 해외거래 추적과 손실 처리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정부가 과세 준비를 이어가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추가 유예와 제도 보완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22일 정치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세청은 오는 30일 가상자산 과세 고시안을 마련하고 11월 사전심사와 행정예고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알려진 일정상 행정예고는 11월 30일로 예정돼 있다.
2027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절차지만 실제 적용까지 남은 기간은 짧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당초 2022년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2023년, 2025년, 2027년으로 세 차례 연기됐다. 시장 여건과 투자자 보호, 과세 인프라 부족 등이 유예 사유로 제시됐다.
현행법은 2027년 1월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연간 소득에서 250만원을 공제하고 초과 금액에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를 과세하도록 규정한다. 첫 신고·납부는 2028년 5월이다.
문제는 세 차례 유예에도 과세 대상 거래를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느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9월 17일 발표한 '가상자산 소득과세의 쟁점 및 과제' 보고서에서 해외거래 세원 포착의 한계와 신고·납부 시스템 구축, 다양한 거래유형의 과세기준 불확실성을 주요 문제로 지적했다.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는 거래내역을 과세당국에 제출해야 하지만 해외 거래소는 동일한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개인 간 거래와 탈중앙화거래소(DEX)를 통한 거래도 보고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세원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암호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를 활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참여국별 정보교환 시행 시기가 다르고 일부 국가는 2028~2029년에야 교환을 시작할 예정이어서 시행 초기에는 정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 거래내역은 확인하면서 해외 거래내역은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과세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해외거래 자료 확보의 어려움이 해당 거래에 대한 납세의무를 없애는 것은 아니다.
거래유형별 과세기준도 쟁점이다.
현행법은 가상자산의 양도와 대여로 발생한 소득을 과세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스테이킹과 에어드롭, 하드포크 등 새로운 거래에서 발생한 이익은 거래의 법적·경제적 성격에 따라 과세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거래 유형이나 명칭보다는 경제적·실질적 관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스테이킹 등 일부 거래는 재정경제부와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손실 처리 방식도 논란이다.
현행법은 같은 과세기간에 발생한 가상자산 거래의 이익과 손실을 합산하도록 허용하지만 연간 손실을 다음 해 이익에서 차감하는 이월공제는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한 해 손실을 보고 다음 해 같은 금액의 이익을 얻더라도 두 해의 손익을 합산해 과세하지 않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미국과 영국이 가상자산을 자본이득으로 과세하면서 손실 이월공제를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주식과 파생상품의 양도손실도 이월공제를 허용하지 않아 다른 투자자산과의 과세체계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세 시행을 둘러싼 정치권의 입장도 엇갈린다.
국민의힘에서는 송언석 의원이 과세 폐지를, 김상훈·정성국 의원 등이 추가 유예를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민병덕·박민규 의원이 과세 인프라와 투자자 보호제도 정비를 이유로 유예 필요성을 제기했다.
반면 민주당 정태호 의원은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과세가 세 차례 유예된 만큼 과세의 당위성은 존재한다면서 정부의 준비 상황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도 과세 원칙을 유지하면서 제도 보완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권대영 재정경제부 1차관은 지난 20일 가상자산 과세 관련 현장 간담회에서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원칙은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 원칙이 시장에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과세 인프라와 시장 규율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 과세에 따른 예상 세수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이 부총리는 국회와 전문가, 업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예상 세수를 정확히 추정하기 어렵다는 사실만으로 과세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세 대상과 거래자료 확보 범위, 납세자의 신고 부담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는 시행 전 검증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국세청의 거래자료 분석 시스템 구축과 과세 고시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는 추가 유예와 과세제도 보완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가상자산 과세 논란은 과세 여부를 넘어 제도 준비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책임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세 차례 유예하는 동안 제기됐던 문제를 어느 수준까지 해결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시행 또는 추가 유예에 따른 후속 일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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