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금형 활성화 제도화 추진…상품 판매 넘어 운용체계 경쟁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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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퇴직연금 세미나를 개최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퇴직연금 경쟁의 초점을 단순 상품 수익률에서 가입자와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로 넓히고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에서는 운용 권한과 책임을 다시 설계하고, 개인은 타깃데이트펀드(TDF)로 장기투자를 유지하며, 기업의 확정급여(DB)형 적립금은 외부위탁운용관리(OCIO)를 통해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구상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대표 최창훈·이준용)은 전날 열린 ‘2026년 미래에셋자산운용 퇴직연금 세미나’에서 기금형 퇴직연금과 TDF, 기업 DB형 적립금 운용을 한꺼번에 다뤘다.
세 주제는 서로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퇴직연금 가입자나 기업이 언제 어떤 자산을 사고팔 것인지 직접 판단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전문적인 운용체계와 장기적인 의사결정 장치를 강화한다는 점이다.
기금형 퇴직연금 논의에서는 이 같은 방향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났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뿐 아니라 가입자 이익을 우선하는 수탁자책임과 이해상충 관리 체계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기존 계약형 퇴직연금의 운용 효율성도 함께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정책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노사정은 지난 2월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와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에 합의했고, 정부는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실무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기금형 활성화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 사항으로 보고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개인 퇴직연금에서는 ‘상품 자체의 수익률’과 ‘가입자가 실제 얻는 수익률’ 사이의 차이를 줄이는 문제가 제기됐다. 같은 펀드라도 가입자가 시장 하락기에 매도하거나 상승 이후 뒤늦게 매수하면 실제 투자성과는 펀드가 기록한 기간 수익률과 달라질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TDF를 장기 자산관리 수단으로 다시 강조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TDF는 은퇴 시점에 맞춰 주식과 채권 등 위험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한다. 가입자가 단기 시황에 따라 자산배분을 반복적으로 바꾸는 문제를 줄이는 데 초점을 둔다.
기업 DB형에서는 의사결정의 전문화를 OCIO로 풀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기업의 목표수익률과 위험 성향에 따라 공모·사모상품을 배분하고, 경영환경이 비슷한 기업의 적립금을 함께 운용하는 방식을 소개했다. 회사는 별도로 OCIO전략본부를 두고 DB형 퇴직연금과 기업 여유자금 등의 자산배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기금형 퇴직연금이 전혀 새로운 제도는 아니다.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푸른씨앗’은 이미 기금형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지난 8월 기준 적립금이 1조9000억원까지 늘었다. 다만 일반 기업까지 기금형 선택권을 넓히는 제도 개편은 아직 입법과 구체적인 운영 구조를 확정해야 하는 단계다.
따라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이번 세미나는 새 상품을 소개했다는 데 의미가 있지 않다. 기금형에서는 수탁자의 책임, 개인에게는 장기투자를 유지할 장치, 기업에는 전문 운용조직을 각각 제시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향후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도 상품 수익률만으로 결정되기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기금형 제도가 확대될수록 자산운용사에는 상품을 공급하는 역할뿐 아니라 자산배분과 위험관리, 이해상충 통제까지 포함한 운용체계를 얼마나 갖췄는지가 중요해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TDF와 OCIO를 함께 꺼내든 것도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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