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징계가 확정되어도 금융사 CEO 금감원 두려워 안해”
[토요경제=김자혜 기자] 이르면 다음 달 금융위원회가 ‘라임펀드’ 판매 증권사 3곳의 징계를 결정한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낸 제재안대로 확정된다면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만 직격타를 피하게 된다. 금융회사 임원의 도의적 책임 문제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3개사(대신증권·KB증권·신한금융투자)에 의회 안건, 소집일 등을 사전통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의 행정소송 1심 선고가 끝나야 본격적인 증권사 CEO들에 대한 금융위의 징계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손 회장은 금감원의 파생결합펀드(DLFD) 징계취소 행정소송을 낸 바 있다.
지난해 10월 금감원은 라임펀드 판매 증권3사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쳐 징계수위를 결정했다.
제재안은 신한금융투자 김형진 전 대표 직무 정지,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직무 정지, 박정림 KB증권 각자대표 문책경고,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 직무 정지 등이다.
금융회사 임원의 제재는 5단계로 ‘주의-주의적경고-문책경고-직무 정지-해임’ 순이다. 직무정지는 해임 직전단계로 중징계에 해당하는데 4년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다. 문책경고는 3년간 선임 불가다.
앞서 금융사 CEO들은 중징계 통보에도 사퇴해왔으나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장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분위기가 변했다.
이러한 여건에서 다음 달 금융위가 당초 금감원의 제재안 수준을 그대로 확정한다면 현직에 있는 KB증권 박정림 각자 대표는 대표에서 물러나거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같이 행정소송에 들어갈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인물은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다. 나 협회장은 제재 원안대로 직무 정지를 받더라도 현직인 금융투자협회장을 유지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금융회사가 아닌 협회 성격을 띄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 측은 지난해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금감원의 직무 정지 권고가 민간유관기관인 금융투자협회 직무 정지를 뜻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꼬리자르기식으로 임원이 제재를 피할수 있는 것은 현행법에서 해당 조치를 담지못하고 있어서다.
현행법에서는 금융회사 임직원 제재조치로 해임요구, 6개월 이내의 직무 정지, 문책공고 등 조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제재가 예상되거나 감사하고 있는 임직원이 금융회사를 퇴임해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이동하면 금융지주회사 장에 해당 사실을 통보하는 데 그치면서 제재가 무력화된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이런 맹점을 개선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이하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2019년 발의했으나 국회에 여전히 계류된 상태다.
개선안은 제재가 예상되는 임직원이 제재를 회피할 목적으로 퇴임이나 퇴직 후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인 금융회사로 이동하는 경우에도 제재를 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을 포함한 금융회사 수장의 행정소송 등은 금융감독의 역할이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투자협회장은 중징계가 확정되면 협회장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손 회장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원안대로 중징계가 확정된다 한들 가처분 신청을 해서 현직을 유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예전 사례를 보면 KB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사 CEO들이 문책 경고만 받더라도 일선에서 물러나고 소송에 들어갔다”며 “최근 이처럼 금융사 징계에 대한 저항이 일어나는 것은 금융감독원이 두렵지 않은 종이호랑이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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