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 “우리은행 OTP앱 개발…나머지 은행들도 확대해달라” 요구
은행들 “발급 편의는 업체 간 비용 협의 고민‥앱 추진은 연내 시행목표로 할 것“
[토요경제=문혜원 기자] 금융당국에서 지난해 발표한 시각장애인 음성OTP 편의·기능 개선 작업이 여전히 함흥차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에서는 ‘예산’ 타령만 하며 기능을 보완하는 시도조차 못하고 있으며, 은행은 업체 간 협의 문제를 두고 아직도 실무 차원의 ‘고민’만 거듭하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2014년에 도입한 시각장애인 음성 OTP기기와 관련해 ‘배터리 소진·음성 불명확’ 등 시스템 불편 문제를 개선하려 2020년부터 대안을 찾아 나섰지만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시각장애인 음성OTP 편의·기능 개선’관련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거나 보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실제로 시각장애인연합회와 금감원·금융위의 관련 현장 팀들과 소통을 해오며 보완방안을 찾으려고도 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연합회에 따르면 소통은 그때 뿐, 이후엔 소통 부재를 겪었다고 한다. 심지어 10개월 후엔 해당 정책당국의 담당자들도 갑자기 바뀌면서 다시 처음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는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훈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연구원은 “음성OTP기기를 개선하자고 말이 나온 것은 2019년부터인데 2020년쯤 금감원에서 먼저 관심을 보였고, 함께 현장 팀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금융위에서 기능을 보완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그러나 초반엔 적극적인 노력과 관심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어쩐 일인지 연락이 안 되다가 심지어 담당자가 교체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면서 “정책 이행이 이렇게 제대로 안될 수가 있나 싶어 화가 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국장애인총괄단체는 국민신문고 등에 금융당국의 약속 불이행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내용의 민원을 올해 3월 넣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답에는 “해당기관과 해결을 봐야한다”는 말과 함께 팀 번호만 남겨져 있었다.
문제는 해당 팀에 전화를 하면 담당자가 받지 않거나 바뀌었다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는 것.
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최근까지도 제대로 소통이 안 되어 현재로선 마냥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정 중 어려움이 있다면 왜 그런지에 대한 설명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토요경제>가 금감원과 금융위 등에 취재를 해본 결과 “담당자가 바뀌어 현재 상황은 파악할 수 없었다”거나 “보도자료를 낸 것은 금융위이니 금융위 쪽으로 문의해라”는 등 서로 “네탓”으로 일관하는 행동을 보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년까지 당국 차원에서 은행연합회와 금융결제원 등과 꾸준히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비용문제 등 여러 가지 고려되는 사항이 있고, 은행에 강제적으로 권할 수 없는 부분이다 보니 쉽게 정책개선이 이뤄지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은행연합회와 은행들은 시각장애인 전자금융 거래의 규정과 관련해 금융결제원의 OTP 시행세칙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 검토 중으로 당국의 방침에 맞춰 진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 정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금융위 주도로 장애인 불편사항에 관한 회의를 몇 차례 지원했고, OTP기능을 보완하는 것은 업체와의 상의가 필요한 데 특히 연구개발과 같은 비용문제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자, 정부예산을 확보해보겠다(금융위)고 하면서 진척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연 관계자는 그러면서 “발급 편의 제고 면에서는 현재 우리은행이 디지털 앱으로 OTP를 보완한 사례를 거울삼아 주요 은행들 중심으로 시스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기기기능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도 금융위, 은행, 사업자와 원만한 협의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은행들도 시각장애인 음성 OTP발급 및 기능 등 편의성을 제고를 위해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음성OTP기기의 발급 편의성, 기능을 확대코자 연합회 및 금융결제원등 타 금융기관들과 긴밀히 협의해 이르면 하반기에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입장에 입을 모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 차원에서 점포를 줄이고 있는 마당에 영업점까지 와서 발급을 받아야 한다는 부분이 모순이라는 시각이 있어 다른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간 금융당국의 행태를 봤을 때 장애인을 위한 디지털 금융거래 편의제고 관련 제도개선은 계속 되풀이 수준을 보인 데다, 은행들도 의무적인 사항이 아니다 보니 말뿐인 정책에 긴장감이 떨어져 지지부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한 관련 업계 관계자는 “예산타령만 일관하고 서로 책임 미루기 식의 태도는 결국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제한하고 차별하는 것”이라며 “공공기관으로서 책임과 의무감을 가지고 사회공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시스템 개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각장애인의 ‘음성 OTP 기기’는 2014년 11월 19일 처음 도입됐다. 이 시각장애인 위한 음성OTP 기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민간 제조사인 ‘미래테크놀로지’가 취급하고 있다. 당시 시각장애인의 전자금융서비스 이용불편 해소에 공감해 제작에 적극 협조했다.
그러나 2014년 이후 기존 음성 OTP 기기의 배터리 방전, 음성 불명확, 이어폰 교체 불량 등 잦은 고장 문제로 교체시기에 이르렀다는 장애인들의 불편함과 시스템 확대 요구사항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기기가 소진되었다며 공급을 하지 못하고 있어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금융서비스 정보 접근권에 심각한 차별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금융당국이 음성OTP 개선을 하겠다고 약속을 공표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이행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2월 시각장애인용 디지털OTP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개발한 바 있다. 금융결제원(이하 금결원)에서 제공하고 있는 디지털OTP(스마트보안카드) 앱(App)을 기반으로 해서 우리은행,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금결원이 공동으로 추진한 것.
우리은행 텔레뱅킹을 이용한 금융거래 시 시각장애인용 디지털OTP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푸쉬(PUSH) 알림 ▲앱 실행 ▲6자리 비밀번호 입력 ▲임시비밀번호 자동생성 및 자동입력 순으로 인증이 진행된다.
현재 텔레뱅킹에서만 이용 가능하며, 스마트뱅킹이나 인터넷뱅킹을 이용하고 있는 경증 시각장애인을 위해 이번 OTP 서비스를 해당 채널로 확대할 계획이다.
농협은행도 우리은행 처럼 자체 모바일OTP를 통해 동일기능을 제공 중에 있다. 하지만 아직 기존 음성OTP를 업그레이드 해 발급하는 면에 있어서는 모든 은행들이 업체 간의 단가 문제나 비용고려 등의 이유로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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