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 작가의 단편소설] 시인의 귀향 ⑦

토요경제 이정 작가 / 기사승인 : 2021-07-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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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귀향 - 7



우리 열차, 평양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3분 후면 평양역에 도착합니다.

안내방송을 듣고서야 나는 자리로 돌아옵니다. 도 선생이 내게서 의아한 눈길을 거두지 못합니다. 살짝 돈 사람 아닌가 살피는 눈칩니다. 나는 모르는 척 창밖에 한눈을 팝니다. 평양의 고층건물들 사이에 안개가 끼고 있군요. 조금 전까진 산뜻한 날씨였는데, 변덕이 심합니다. 가까이 보이는 105층짜리 유경호텔도 우중충한 안개 속에 서 있습니다. 거리도 썰렁하네요. 예상과 달리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몰래 들어간 남측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돈 될 만한 걸 찾아 헤맨다더니. 남측에 지하자원을 팔아서 돈이 넘치는 도시가 될 거라더니. 아무래도 정부의 방문 제한이 효과를 내고 있는가 봅니다.

"고향에서 뭘 하실 거예요?"

나는 심기를 더 들키지 않기 위해 아무거나 묻습니다.

"시대가 바뀌었으니까 독재자의 앞잡이 노릇을 했던 놈들을 때려잡아야지요. 주체하자면서 저희들만 주체하고, 백성들은 노예 취급하고. 그냥 놔둘 수 있겠어요? 지금은 화합해야 한다는 여론이 크지만, 대한민국 초대 정부가 일제 고등계 형사 쓰듯이 할 순 없어요. 그리고…….”

도 선생의 말은 계속되지만, 내 귀에는 도무지 들려오지 않습니다.

"화성으로 바로 가실 거지요? 같이 가시지요."

도 선생이 열차에서 내리며 묻습니다. 인사치레로 해보는 말임이 여실합니다. 속으론 어서 이 정서불안증 환자 곁을 벗어나고 싶을 겁니다.

"아뇨. 전 평양서 일을 보고 천천히 가겠어요. 이제 가족을 만나시면 다신 헤어지지 마세요. 부디 부인을 행복하게 해드리시고."

"그래야지요."

열차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을 피해 우리는 플랫폼 한편에 서서 악수를 나눕니다. 환승 통로로 가기 위해 그가 막 돌아서는 순간, 나는 그의 어깨를 붙잡습니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경계심을 그가 보입니다.

"이거……."

손에 들린 선물 가방을 건넵니다.

"아니, 왜요?"

"저도 선생님의 가족 상봉을 축하해 드리고 싶군요. 약소한 것이에요."

정말 돌았군, 이라고 여기는 도 선생의 눈빛이 한층 뚜렷해집니다. 나는 그의 손에 가방을 억지로 쥐어 줍니다. 그리고는 바쁜 척 서둘러 시내로 나가는 출구 쪽으로 향합니다. 황당해 하는 그의 눈길이 내 뒤를 쫓는 것을 느낍니다.

불현듯 죽은 아내가 눈앞에 나타납니다.

"자기야, 남 아내 가로채려고 그토록 통일을 기다렸어?"

"부동산 투기하려고 기다린 사람보다는 낫잖아?"

아내의 얼굴이 뾰로통해집니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마땅히 갈 곳 없는 평양 시내를 멀뚱히 바라봅니다. <끝>





작가소재


이 정 :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2010년 <계간문예>로 등단했다. 경향신문에서 민족네트워크연구소 부소장을 지냈다. 현재 통일문학포럼 상임이사, 사단법인 공정세상연구소 소장, 6.15민족문학인남측협회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국경>(문체부 우수도서), <압록강블루>(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수혜작), <기억>이 있고, 단편소설집 <그 여름의 두만강>이 있다. 북한을 여러 차례 다녀왔다. 북한과 북한사람들에 대한 소설을 주고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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