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약속 지켜라”···현대글로비스 주식 사회환원 가능성은?

신유림 / 기사승인 : 2021-07-07 1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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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료=신유림 기자>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주식 사회 환원’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주식 사회 환원은 2006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사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내놓은 대국민 약속이다.


당시 정 회장 부자는 “그동안 경영권 승계 관련 의혹이 제기됐던 개인 보유 글로비스 주식 전량을 조건 없이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시기 정 회장은 글로비스 주식 1054만6000주(28.1%)를, 정 사장은 1195만4000주(31.9%)를 각각 보유했다.


재판 결과 정 회장은 700억원대 횡령과 1500억원대 배임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에도 정의선 회장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에 지난 5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회사 측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3년 전에는 글로비스를 이용해 그룹 승계 시도도 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위도 현대차그룹이 현대글로비스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사실을 적발했다”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 재벌 3세의 행태가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수 비자금 수사로 촉발된 정 회장의 주식 사회환원 약속 이행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약속 이행은 이미 물 건너갔다”고 입을 모은다. 현대글로비스가 그룹 승계 과정의 핵심이라는 이유에서다.


현대차그룹은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띠고 있다. 현대모비스(21.4%)→현대차(33.9%)→기아(17.3%)→현대모비스로 이어진다. 그룹 정점에 현대모비스가 자리한 모양새다.


하지만 정 회장이 보유한 모비스 지분은 불과 0.32%다. 정몽구 명예회장 지분 7.13%를 모두 증여받는다 해도 안정적으로 그룹을 지배하기엔 턱없이 모자라다. 더구나 정 회장은 현대차 2.62%, 기아 1.74% 등 핵심사 지분율도 매우 낮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게 바로 현대글로비스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회장이 유일하게 높은 지분(23.29%)을 보유한 회사다. 이어 정 명예회장 6.71%, 정몽구 재단 4.46%, 현대차 4.88% 등이다. 여기에 현대차와 전략적 제휴사인 노르웨이 해운사 ‘빌레흠센’의 자회사 ‘덴 노르스케 아메리카린제 에이에스’가 11%를 쥐고 있다.


정 회장의 시나리오는 현대글로비스의 가치를 극대화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글로비스는 2001년 설립 이후 그룹사의 물류 일감을 도맡아 폭발적 성장을 거듭했다.


설립 1년 만인 2002년 매출액 3742억원을 올리더니 5년 뒤인 2007년 2조5101억원, 2012년 11조7460억원, 2017년 16조358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16조5200억원, 영업이익은 6621억원에 달한다.


배당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지난해 총 배당금은 전년도와 같은 1312억5000만원으로 이 중 정 회장은 570억원을 받아갔다. 18년 연속 배당이다.


이 같은 일감몰아주기에 이은 편법 자산증여는 지난 2013년 감사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감사원은 “현대차는 2001년 2월 비상장법인 현대글로비스(옛 한국로지텍, 2005년 12월 상장)를 설립한 후 이 회사에 계열사의 물류 업무를 몰아줬다”며 “이로 인해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에 20억원을 출자해 3년여 만에 2조여원의 주가상승 이익을 얻어 재산을 간접적으로 이전받았다”고 지적했다.


향후 정 회장의 선택은 크게 두 가지다.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매각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거나,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한 후 사업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 방식은 지난 2018년에 시도했으나 주주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정 회장에 유리한 승계를 위해서는 당연히 합병비율을 조정해 현대모비스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기존 현대모비스 주주들의 가치가 크게 훼손된다는 반발 때문이었다.


정 회장이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올해 12월 30일로 시행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때문이다.


이는 총수 일가가 소유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 규제 범위를 기존 총수 일가 지분율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확대한 것이다.


현재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물량은 70%에 육박한다. 현재로선 내부거래 비중을 획기적으로 낮추거나 정 회장 일가의 지분을 20% 아래로 낮추는 방법뿐이지만 어느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최근 현대차가 수소 유통산업과 중고차 시장 진출에 필사적인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사업 주체가 바로 현대글로비스여서다. 다른 사업 비중을 높여 내부거래 비중을 크게 낮추거나 가치 극대화 이후 매각 가능성을 동시에 염두에 둔 행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회환원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비난은 당연하다”면서도 “이런 상황에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건 그룹 승계를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 그럴 가능성은 제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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