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물류센터 화재, 잇따르는 의혹들…쿠팡 “사실무근”

김시우 / 기사승인 : 2021-06-22 1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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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뼈대가 드러난 쿠팡 덕평물류센터(왼쪽)과 3년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덕평물류센터 화재 글 (사진=연합뉴스, 온라인 커뮤니티)

[토요경제=김시우 기자] 쿠팡물류센터 화재를 두고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화재 위험이 이미 여러 번 있었고 실제 화재가 일어나기도 했지만 사측의 명확한 화재 예방 방침이 없었다는 것이다. 제기되는 여러 의혹들과 관련해 쿠팡 측은 대부분 ‘사실무근’이라거나 ‘조사중이어서 관련 입장을 낼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스프링클러’ 작동 8분간 지체?


우선,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의 작동이 8분간 지체됐다는 소방관계자의 발언이 나왔다.


이상규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장은 지난 20일 이번 화재로 순직한 김동식 구조대장의 빈소를 찾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면담 과정에서 “최종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소방이 조사한 바로는 스프링클러 작동이 8분 정도 지체됐다”고 밝혔다.


그는 스프링클러가 수동으로 폐쇄돼 있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있다는 이 대표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본부장은 “원칙적으로 (스프링클러를) 폐쇄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화재 경보와 관련한) 기술이 발달했다고는 하나 오작동이 많아서 화재경보가 한 번 울렸을 때는 다들 피난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이건 가짜’라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도 8분 정도 꺼놓은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인 경찰은 만약 임의로 조작한 흔적이 나올 경우 관련자를 처벌할 방침이다.


화재 알렸는데 ‘묵살’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 불이 난 것을 최초 목격한 노동자가 보안요원 등 쿠팡 관계자에게 두 차례나 화재 신고를 요청했지만 묵살 당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21일 KBS 보도에 따르면 쿠팡 직원 A씨는 화재 경보음을 들었지만 대피 방송은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퇴근 시간이 다가와 새벽 5시 26분쯤 출구 쪽으로 다가간 순간 메케한 연기가 자욱했음에도 휴대전화가 없어 119에 신고할 수 없었다.


A씨는 보안요원에게 불이 났다고 알렸지만 보안요원은 그의 주장을 무시했다.


지하 2층으로 내려가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코로나 감시 업무를 하는 직원에게도 알렸지만 역시 묵살당했다고 했다.


A씨는 “(코로나 감시 직원이) 엄청 크게 그냥 웃었다. 처음에는 화통하게. 와하하하 이런 식으로”라며 “대피방송까지도 얘길 했지만 그 어떤 조치도 취해주질 않고 ‘퇴근해라. 헛소리 말고’ 이런 식으로 얘기를”이라고 했다.


그 사이 대피 방송은커녕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결국 119에 화재 신고가 접수된 시간은 새벽 5시 36분이었다.


쿠팡 측이 A씨 신고를 보다 빨리 전했다면 초기 진압이 더 빨라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당국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는 입장을 낼 수 없다고 밝혔다.


화재는 예견된 일…위험 있었지만 대책 마련 ‘無’


2019년 가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덕평물류센터에서 일했다는 B씨는 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화재가 예견된 사고였다고 증언했다. 그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 내 화재 경보기는 오작동이 많았고 일부만 화재 대피 훈련 진행했다고 밝혔다.


B씨는 덕평 센터에 대해 “거대하고 층의 높이도 높다. 이 공간들을 전부 활용하기 위해서 물건들을 가득 쌓아놓고 한 개의 층 안에 다락처럼 복층으로 시설을 만들어놨다”고 설명했다. 또 “처음 오시는 분들은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도 말했다.


B씨는 복잡한 구조와 더불어 화재 경보기 오작동이 많았던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스프링클러 오작동 사례는 겪어보지 못했지만 화재 경보기가 오작동 하는 건 상당히 자주 있었다”고 증언했다.


B씨는 또 휴대폰 반입이 금지돼 화재 신고가 늦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쿠팡 측에서는 휴대폰을 보면서 딴짓 하다가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그런 이유로 반입을 금지시키고 있다”며 “이번에 최초로 목격하셨던 분도 휴대폰이 없기 때문에 그 시간대는 사람도 적고 관리자도 적게 있어서 화재를 발견했어도 휴대폰이 없다 보니까 휴대폰 있는 사람을 찾아서 이리저리 다녀야 된다”고 지적했다.


B씨는 내부 비상전화조차 설치가 돼 있지 않고 층층이 구조가 복잡하게 돼 있어 “관리자가 화재현장에 직접 있지 않았다면 신고가 꽤 지체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재 후 쿠팡이 화재대피 훈련을 했다고 발표한 데 대해서는 “그 얘기를 제 주변 노동자들한테 다 물어봤는데 그런 소리를 듣고 오히려 화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훈련은 한 적이 없는데 쿠팡이 허위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B씨는 “극히 일부 노동자들이 화재대피훈련을 받아본 적은 있다. 전체적으로 정기적으로 대피훈련 있었다는 그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B씨는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 전원을 상대로 화재대피훈련을 실시한 적이 없는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며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3년 전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근무한 아르바이트생이 경고한 글도 주목을 받고 있다.


2018년 2월 17일 온라인커뮤니티에는 ‘불이 나도 대피하지 못하는 쿠팡 덕평 물류센터’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당시 설 연휴 기간 동안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C씨를 포함한 근로자들은 담뱃불로 인해 물류센터에 화재와 연기가 발생하자 급히 대피했다.


하지만 당시 현장 관계자들은 근로자에게 “근무 시간에 자리를 이탈하면 안 된다”며 “제자리로 돌아가 일을 시작하라”고 윽박질렀다.


결국 근로자들은 연기가 자욱한 센터 내부로 다시 들어가서 업무를 계속해야 했다.


이에 C씨가 사무실로 찾아가 불이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자리로 이동하라’는 지시에 항의하자 담당자는 “그럼 조퇴하라”고 대응할 뿐이었다.


C씨는 “관리자들이 안전을 가볍게 여기는 모습과 최소한의 안전도 지키지 않는 모습에 황당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공식 입장이 없다“며 “물류센터 내 화재 예방 훈련을 이행했고 훈련 기록이 있다”며 “노동자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 김범석, 책임 피하려 의장 사임?…쿠팡 “5월 말 사임, 화재 시점과 겹쳐”


한편 김범석 전 쿠팡 의장은 지난 17일 이천물류센터 화재 진화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쿠팡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났다. 이에 김 전 의장이 책임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의혹이 계속되자 쿠팡은 21일 김범석 전 의장이 이천물류센터 화재 진화 중 한국 쿠팡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났다는 논란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쿠팡은 “김범석 전 의장이 이번 화재 발생 이후 사임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회사는 “김 전 의장의 국내 등기이사 및 이사회 의장 사임 일자는 지난 5월 31일로, 이번 화재가 발생하기 17일 이전에 이미 사임이 이루어졌다”며 “이는 법인 등기부등본을 통해서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임등기가 완료돼 일반에 공개된 시점에 공교롭게 화재가 발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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