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리스크·사후관리 시스템 우려되는 측면도 고려해야”
[토요경제=문혜원 기자] 시중은행들의 가상화폐를 대하는 이중 양상이 관심을 끈다. 디지털 자산을 관리 및 보관하는 실명계좌보관 사업에서는 법적 리스크 우려로 철수한 반면, 커스터디(수탁) 사업 등 간접업무제휴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디지털화폐 도입 추세가 확산되면서 가상화폐 수탁사업으로 수수료 수익을 늘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사업의 돌파구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평가다.
가상화폐 커스터디사업은 가상화폐 등 디지털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을 의미한다. 넓은 의미로는 보관자산을 활용한 가상화폐 결제 및 정산, 가상화폐를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등 여러 방면으로 운영하는 행위까지 포함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주요은행 중 KB국민·하나·우리 등이 암호화페 거래소와의 실명 입출금 계좌 발급 등 제휴 계약을 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나머지 현재 거래소와 제휴 중인 신한 ·농협·케이뱅크는 기존 제휴 거래소와의 연장에 대해서는 “검토중”이라는 입장이다.
신한은행은 코빗과, NH농협은행은 빗썸·코인원과 실명 계좌 발급 계약을 이전부터 체결하고 있는 상태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와 계약을 맺고 있다. 하지만 이 은행들도 다른 거래소로 실명 계좌 발급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최근 미국 금융당국 등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인정하면서 중국, 유럽 등에서도 디지털화폐 법안 관련 준비에 착수 중에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도 가상화폐 시스템 도입에 찬성표를 던지자. 은행들이 가상화폐 수탁업 진출에 꾀하고 있다.
현재 KB·신한·우리 등 5대 은행지주 중심으로 업무제휴 등을 통해 ‘가상화폐 수탁 사업’에 나서고 있다. 다만, NH농협지주의 경우 커스터디 사업 확장에 대한 속도조절을 최근 신중한 모드로 돌아섰다.
KB국민은행은 블록체인 기업 해치랩스,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와 함께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 업체 한국디지털에셋(KODA, 코다)를 설립했다. KODA는 암호화폐 장외거래를 중개하고 이를 보관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 17일에는 위메이드와 블록체인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위메이드트리와 각각 비트코인 수탁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은행은 100% 출자해 설립한 우리펀드서비스가 피어테크와 손잡고 디지털 자산관리 솔루션을 선보였다.
해당 솔루션은 암호화폐 등을 보유한 기업의 회계, 세무, 매매, 청산 등의 전체 과정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서비스다. 첫 참여사로는 다날핀테크, 세종텔레콤, 비브릭, HDAC, 코인플러그 등이다.
신한은행은 암호자산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전략적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NH농협은행은 블록체인 기업 헥슬란트, 법무법인 태평양과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커스터디 서비스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NH농협은행의 경우에는 최근 가상화폐와 관련한 리스크 우려가 커지면서 커스터드 사업 확장하는데 고심 중에 있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NH농협금융지주는 전자결제대행업자인 NHN한국사이버결제와 함께 가상화폐 커스터디사업을 준비하다 보류 중에 있다. NH농협지주 측은 “가상자산이 디지털화폐이다 보니 불확실성이 크다는 판단 하에 커스터디 사업 관련 내부적인 검토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은행권이 가상자산 사업 리스크로 직접 투자 대신 간접 투자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가상화폐를 둘러싼 논란 중 자금세탁 이슈 등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로 인한 피해가 우려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NH농협지주가 바로 이러한 우려로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농협금융지주의 경우 사내벤처를 별도 법인으로 분사해 커스터디 시장 확장에 나서려고 했지만 아직 시장이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가상화폐 커스터디 사업을 준비해야 한다는 면에서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거래규모가 어머 어마한 실정이지만 투자자보호를 위한 공시규정 등 사후관리 시스템 관련 제도적으로 갖춰진 게 없는 상황이다 보니 은행들이 커스터디 서비스를 하려고 할 때 자금세탁방지 위험 수준을 식별해야 하므로 쉽사리 속도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월 시행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가상화폐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가는 금융회사 등에 실명계정을 이용해 금융거래를 해야한다.
이에 은행은 입출금계정을 개시할 때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금융거래에 내재한 자금세탁 및 공중협박 자금 조달 행위 위험을 식별·분석·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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