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실성 없는 설레발식 제도개혁은 혼란만 키운다

문혜원 / 기사승인 : 2021-06-04 15: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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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문혜원 기자] 지난해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가 금융권 전체에 타격을 가했다. 여기에 따른 소비자보호·투자자 손실피해 대책마련으로 생긴 여러 규제가 전체 펀드 발행시장을 위축시키고 ‘금융산업 전반 침체기에 다다르게 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최근 사모펀드사태로 인한 국내 금융지주사 예상 손실을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만 3269억원에 이른다.


구체적으로는 파생결합펀드(DLF) 배상 관련 충당금으로 하나금융·우리금융지주가 각각 1595억원과 800억원, 라임사태 충당금에 신한지주가 565억원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 이미 ‘예견된 재앙’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사모펀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투자요건 완화 ▲인가 요건 완화 ▲펀드 심사제 폐지 등을 주요내용으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이 문제의 주원인이었다고 꼬집는다.


시장 활성화만 노린 규제완화가 사모펀드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규제개혁으로만 통제하려고 들어 전체 시장이 혼란만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혼란의 가중에는 정치권의 설레발식 제도개혁도 한 몫하고 있다.


사모펀드 사태가 금융사고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급부상하면서 소비자 보호 측면의 제도개혁을 위한 의원들의 다양한 입법취지 활동은 활발하다.


하지만 어떤 방안을 마련하기 전에는 사전의 충분한 준비기간과 철저한 검증을 거쳐함에 불구하고, 그저 말로만 제도를 난립하고 있는 모습에 해당 금융사들의 노조와 소비자들은 “불필요한 입법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페어펀드제도’가 한 예다. 투자자손실대책 차원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나섰지만 다수 의원들의 현실성 지적과 함께 금융사들의 반대 목소리로 퇴짜를 맞을 위기에 처했다.


의원들은 대체로 법안 발의를 위한 입법 활동에 매우 적극적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실적쌓기용의 입법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페어펀드제도’와 같은 설레발 식 입법 활동은 꽤 많다. 또한 조속히 추진되다 현실과 적합하지 않아 뒤늦게 개정해야 하는 법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피해사례만 접하다보니 규제를 만들 시 이러한 관점에만 맞춰 추진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 입법제도화만 나온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입법의 양보다 질을 따지는 정성평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규제개혁은 정부가 최우선으로 추진한 국정과제 중 하나이다. 하지만 국가가 규제로 민간에 개입하려면 민간의 여러 사항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먼저 돼야 하고, 이후 제도나 이를 입법화하기 위해선 명확하고 실증적인 분석이 요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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