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명분만 있고 실리 없는 금융제도들 ‘업그레이드’해야

문혜원 / 기사승인 : 2021-05-28 15: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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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문혜원 기자] # 지금의 금융정책들은 너무 많고 복잡해 서민들이 지칩니다. 실질적인 대책이 아니다보니 오히려 국민의 삶과 현실은 아비규환입니다.


최근 국민청와대 게시판에 올려 진 청원 글 중 하나다. 내용은 정부가 금융권에게 행한 행정지도 성격의 규제들이 소비자보호측면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실제로는 금융사 편에 치우친 쪽으로 흘러간다며 소비자가 알기 쉽게 접근이 가능한 단순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금 금융업계에선 금융사고 논란이 일 때마다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규제다.


규제는 소비자보호 측면과 업계의 건전한 신뢰형성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너무 많은 정책과 제도들이 만들어지기만 하고 제대로 이행이 안 된 것들이 있어 불필요하게 쌓여만 가고 있다.


정책과 제도라는 것은 사회적인 부당함을 제하고 인간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설정된 형식이다. 반면, 역설적으로 이용되면 인간의 자유를 제한하는 도구로 전락되거나 오히려 자발성과 창조성을 억압하기도 한다.


제도가 유래된 과거의 역사를 보면, 조선 태종시대부터 격쟁(擊錚) 민의에 귀 기울이고자 소통 역할을 한 ‘신문고’가 있었다. 이를 조선의 대표적 ‘민의상달 제도’라 일컫는데, 이것이 국내 제도의 첫 시작이라 하겠다.


제도는 곧 ‘소통’과도 직결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왕이 백성의 민심을 살피고 이를 헤아려 필요한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인다. 그런데 지금 제도들은 명분만 존재하고 민심의 소통은 배제된 그야말로 실리가 없는 제도들로 전락해 가고 있다.


특히 금융업계 제도들이 그렇다. 소비자가 직접 금융 업무를 보다 사고가 났거나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되면 직접 금융감독원에 문을 두드려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국민감사청구제도’를 비롯 소비자보호를 위한 ‘보험상품공시제도’, ‘민원평가제도’, ‘권익보호제도’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금융감독기관에서 만든 제도 외에도 정부 정책들로 인해 쏟아지는 금융제도들도 존재한다. 현재 금소법이 정책성 성격이 강하게 부여된 소비자보호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기관 하에 내놓는 제도와 정부가 추진하는 제도들이 한 데 섞이게 되다보니 겹치거나 뒷전이 되는 경우가 발생되고 있다.


업계에선 금감원이 과거부터 시행해 왔던 소비자보호를 위한 제도들이 금소법으로 인해 묻히고 유명무실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일각에선 금감원장이 바뀔 때마다 생색내기 식의 새 제도가 나오고 그 때일 뿐, 이후엔 꾸준히 관리를 안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활성화가 어려운 제도는 과감히 폐지하거나 다시 개선하는 방향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감독기구로서의 권익만 앞세운 금감원이 자신들의 책임은 회피한 채 과잉제재에만 나서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선시대 신문고는 백성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는 의도로 시작됐지만, 차차 사대부의 간섭과 왕의 지나친 정권과 행사력이 강해지면서 유명무실해졌다. 소수의 지배계층이 사적인 이익을 도모하는 장치로 악용되다가 불필요한 제도로 전락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재 금융업계에 내놓은 소비자보호장치를 위한 제도들이 소수의 지배 권력층(금융사)에 의해 휘둘리기만 하고, 제대로 된 이행 없이 이름만 존재하는 제도들만 남게 된다면 금융산업의 건강하고 혁신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간섭·규제만이 제도가 아니다. 소통의 시대에 걸맞게 소비자들의 억울함을 들어주고, 현실에 입각한 제도장치로 업그레이드해야 공공성에 의한 명분이 존재한 감시·감독이 강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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