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이즈 마케팅’으로 화를 자초한 남양유업

김시우 / 기사승인 : 2021-04-15 13: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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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김시우 기자] 지난 13일과 14일, 남양유업의 발효유 제품인 불가리스에 대한 관심이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뜨거웠다.


온라인 쇼핑몰과 대형마트에서 불가리스가 품절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마트·편의점 불가리스 매대가 비어있는 모습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불가리스가 일시 품절된 모습의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품절된 불가리스를 대체하기 위해 다른 발효유를 구매하기도 했다.


남양유업의 주가도 폭등했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코로나19 관련 수혜 기대감이 커지면서 발표날 남양유업 주가는 8.57% 급등했다가 하루만에 원래 수준으로 복귀했다.


특히 14일은 장 초반 한때 상한가 가까운 28.68%까지 폭등하면서 하루 오를 수 있는 최대폭(30%)에 근접한 수치를 기록했다. 남양유업 우선주도 개장과 동시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같은 호재는 한국의과학연구원이 남양유업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은 이 발표를 제외하고 딱히 호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발표 내용은 이렇다.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이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에 대한 실험 결과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고 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에서도 77.8% 저감 효과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남양유업 또한 “발효유 제품이 인플루엔자 및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연구했다”며 “기존 제약과 의학계 중심의 백신·치료제 개발이란 통념적인 영역을 벗어나 안전성이 확보된 식품 완제품에서 항바이러스와 면역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했다”고 자평했다.


심포지엄에 따르면 이번 인플루엔자바이러스 실험은 한국의과학연구원과 공동으로 진행했고 코로나19 실험은 충남대 수의과 공중보건학 연구실과 벌였다.


분석 방법은 미국의 바이러스 성능 평가를 위한 테스트 표준으로,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의료기기용 바이러스 유효성 평가 때 사용하는 방법(Plaque assay)을 사용했다는 게 박 소장의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의과학연구원이 ‘개의 신장세포’를 숙주 세포로 인플루엔자 연구를 진행했고 충북대 수의대 공중보건학 연구실이 남양유업과 함께 ‘원숭이 폐세포’를 숙주 세포로 실험했다.


앞서 그럴싸한 내용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이 실험의 골자는 사실 동물세포를 추출해 세포에 코로나19를 감염시키고 그 위에 불가리스를 붓는 방식이다.


유산균을 추출해서 동물에게 직접 투입하는 일반적인 실험과는 다르다. 이 같은 시험은 주장에 뒷받침할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통상 제약·바이오 업계는 인체에 대한 효능을 발표하기 전 여러 차례 임상시험을 거쳐 입증하지만 남양유업이 배포한 자료에는 임상시험에 대한 언급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질병관리청이 “이러한 실험으로 실제 효과가 있을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고 전문가들은 “임상시험 없이 효능이 있다고 발표하는 건 이례적”이라며 비판했다.


또 남양유업이 주가를 끌어올리려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자본시장법에서는 제품 효능의 핵심인 임상시험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요사항을 누락해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에 대해 불공정거래로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남양유업의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확인 중이며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사실상 남양유업이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바보가 아닌 이상 남양유업은 이 연구 결과가 빈약하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발표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연구가 없었음에도 불가리스에 대한 소비자의 손길은 바빴으니 마케팅도 ‘빈약하게’ 성공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기로 앞에선 현재, 발효유 제품이 코로나19에 효과를 보였다는 뜬금없는 연구로 국민의 절박함을 이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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