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집계한 작년 말 가계부채는 1726조1000억 원이라고 했다. 1년 사이에 125조8000억 원이 늘었다. 증가율은 7.9%에 달했다.
올해 2월말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만 1003조513억 원에 달했다. 사상 처음 1000조 원을 돌파한 것이다.
새삼스러운 뉴스라고 할 수는 없었다. 가계부채가 많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계의 부채를 소득과 비교하면 껄끄럽지 않을 수 없다. 빚은 ‘왕창’ 늘어나는데, 소득은 ‘찔끔’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전국 가구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1.8% 늘어나는데 그쳤다. 빚이 7.9%나 늘었는데 소득은 1.8%밖에 늘지 못했다면 상환 능력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이 같은 현상이 해마다 누적되고 있다.
10년 전인 2010년 말 가계부채는 843조2000억 원이었다. 작년 말 1726조1000억 원과 비교하면 10년 동안 104.7%, ‘더블’로 증가한 것이다. 단순계산으로 해마다 10%씩 늘어난 셈이다.
이같이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작년 3분기 말에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넘었다. GDP와 비교한 가계 빚이 사상 처음 101.1%에 달했다고 한다. ‘빨간불’이 켜지고 만 것이다.
가계의 소득도 부채처럼 ‘더블’로 늘었다면 상환 부담은 그나마 덜할 수 있다. 하지만 가계소득은 부채 증가속도를 한참 밑돌았다.
연도별 가계소득 증가율은 ▲2010년 6.3% ▲2011년 6.1% ▲2012년 4.6% ▲2013년 4.8% ▲2014년 4.9% ▲2015년 6.7% ▲2016년 3.8% ▲2017년 4.2% ▲2018년 4.2% ▲2019년 1.8%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가계소득 증가율이 더욱 낮아졌다. ‘소득 주도 성장정책’에도 불구하고 증가율이 되레 하락한 것이다. 그렇다면 상환 능력도 그만큼 악화되었다.
가계 빚이 이같이 벅차면, 더 이상 얻지 않아야 상책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도 쉽지 않다. 가계 부채의 절반가량은 이른바 ‘생계형 부채’이기 때문이다. 먹고살기 위해서 빚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서민들은 더욱 야단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 따르면, 개인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는 11조8000억 원 늘어난다고 했다. 0.5%포인트 오르면 5조9000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했다.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은행 대출을 억제하면 빚 갚을 능력이 없는 서민들은 다른 빚을 얻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 이자는 은행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비싸다. 이자를 물기 위해 또 돈을 얻는 악순환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방법은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밖에 없다. 그래야 월급 받아 빚을 조금씩이라도 줄여나갈 것이다. 그런데 늘어나는 일자리는 예산에 의존하는 ‘공공일자리’가 고작이다.
빚이 무서운 서민들은 ‘쥐꼬리 수입’을 쪼개서 강제저축을 할 수도 있다. 강제저축으로 돈을 모아서 빚을 일부라도 끄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책은 그래야 할 서민들에게 되레 ‘소비’를 권장하고 있다. 소비를 늘려야 내수가 살아나고 경제도 성장할 수 있다며 소비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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