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로또, 백신, 공포…‘자극적 뉴스’와 ‘가짜뉴스’의 차이

김경탁 / 기사승인 : 2021-03-17 20: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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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의 이륙은 배의 낙과에 영향을 미쳤을까?


[토요경제=김경탁 기자] 대한민국의 이른바 ‘메이저 언론사’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유해광고(혹은 가짜뉴스)를 쉽게 만나게 된다. 그중에도 ‘로또 번호’를 예측해준다는 광고는 꼭 빠지지 않는다.


각 언론사의 홈페이지 한쪽에 자그마한 ‘AD’ 마크를 달고 노출되는 이런 류의 광고물 제목을 클릭해 들어가 보면 특정 언론사나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뉴스 페이지처럼 디자인이 꾸며져 있다.


마치 독자가 그 광고로 유입되기 전에 접속했던 언론사의 계열매체가 보도한 내용으로 오해해주기를 바라는 듯하다.


그런 광고를 볼 때마다 ‘메이저 언론사들도 먹고 살기 힘들어서 이런 짓을 하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따라오는 의문은 ‘정말 로또 번호를 예측할 수 있다면, 남에게 번호 알려주는 장사를 하지 말고 본인이 그 번호로 여러 장 사는 게 가장 이득 아닌가?’라는 것이다.


휴대폰이나 이메일로 들어오는 ‘기획 부동산’이나 ‘작전주’ 투자에 동참(공범이 되자?)을 독려하는 스팸(사기) 메시지들이야, “동참하는 자본의 규모가 커질수록 작전에 유리하다”는 식의 핑계라도 댈 수 있겠지만, 로또는 한 게임에 고작 1천원 밖에 하지 않느냐는 거다.


814만5060분의 1이라는 ‘로또 당첨 확률’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일’을 표현하는 관용어구이면서, 동시에 ‘매우 희박한 확률이어서 절대 일어날지 않을 것 같지만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일어나는 일’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비슷하면서도 좀 결이 다른 표현으로 ‘뽑기운’ 혹은 ‘복불복’이 있다.


고가의 전자제품이나 자동차를 구매했다가 초기 불량 때문에 제조·판매사와 분쟁을 겪는 등의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데 그럴 때마다 네티즌들이 자조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전자제품이나 자동차의 초기불량은 리콜이나 환불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 반면, 사람의 목숨이나 건강은 한번 잃으면 되돌릴 수 없거나 되돌리기 매우 어려운 사안이다.


사람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국내외에서 들려오는 ‘백신 접종 후 사망’ 소식들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이유이다.


이와 관련해 18일 발표 예정인 유럽의약품청(EMA)의 AZ 접종과 혈전 발생 간 인과관계 조사 결과에 따라 AZ 백신 접종 중단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는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입장 발표 소식이 눈길을 끈다.


소식을 전한 뉴스 기사들은 제목에 ‘백신 중단 검토’라는 단정적 표현을 사용했다.


그런데, EMA가 16일(현지시간) “혈전 유발 징후는 없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대본의 ‘결과 발표에 따라 중단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신중한 입장이 ‘중단을 검토하겠다’는 뉴스기사의 문장을 거쳐 ‘중단하겠다’ 혹은 ‘중단해야한다’는 뉘앙스로 표현된 것 아닌가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


국내 1등 일간지라는 C사와 유력 경제지 H사의 '광고' 섹션 캡쳐. 클릭해서 들어가보면 네이버 뉴스 페이지처럼 꾸며놓은 것도 보인다.


‘백신 접종 후 사망’이라는 말은 언뜻 백신 접종이 사망에 어떤 영향을 미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아직까지 양자 간의 인과관계는 증명된 적이 없거니와, 접종자 수 대비 사망자 수의 비율로 따지면 그 숫자는 소숫점 세 자리 이하로 내려가는 매우 국소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우리 속담은 까마귀의 비상과 배의 낙과 사이에 선후관계만 있을 뿐 인과관계는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경구이다.


물론 ‘까마귀가 배 나뭇가지를 박차고 날아오른 것이 배의 낙과를 부추긴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을 수는 있다. 중대본이 EMA 조사 등 해외 소식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 역시 단 한 명의 국민 목숨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다만, 누군가 ‘까마귀의 비상은 배의 낙과를 일으킨다’고 단언한다면 이는 명백히 틀린 주장이다.


더 나아가 이 틀린 주장을 근거로 ‘배의 낙과를 막기 위해 까마귀를 박멸해야한다’며 과수원 주인을 상대로 까마귀 방제사업 장사를 한다면 정말로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일이다.


벌써 1년이 넘게 우리의 일상을 지긋지긋하게 억누르고 있는 ‘코로나 시국’을 종식시킬 첫 걸음인 백신 접종이 본격 진행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 집단면역 형성으로 잃어버렸던 평범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반면 동시에 다른 한쪽에서는 ‘백신 공포증’을 부추기는 자극적인 뉴스들도 범람한다. ‘자극적인 뉴스’가 선을 넘으면 ‘가짜뉴스’가 된다.


백신 공포증은 ‘혹시라도 나에게도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가늠하기 어려운 확률에 대한 불확실성에 기댄 두려움을 밑거름으로 삼아 자라난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인 ‘공포심’은 확실히 돈이 된다. 언론사들이 공포심 조장 기사로 클릭수 장사를 하는 것은 부수적인 사안이고, 공포심은 사람들로 하여금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쓰게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공포심 자체가 또 다른 위험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벌어진다.


재난 현장에서 재난 그 자체 때문에 생긴 인명 피해보다 피난 인파에 밀려 넘어져 밟혀 죽은 사람이 더 많은 일들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공포증 혹은 불신이 극단적으로 뻗어나간 끝에 현대의학 자체를 거부해서 소위 ‘자연주의 치료’를 고집하다가 급기야 목숨을 잃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누군가는 ‘팩트를 전했을 뿐’이라고 변명하겠지만, 예외적이고 이례적인 일들에만 주목하게 만들어 상황 전체의 ‘진실’을 가림으로써 여론을 호도하고 혼란을 조장한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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