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일각서 “우후죽순 금융상품 ‘판매검증제도 도입’ 및 사후 처벌 강화해야”
[토요경제 = 문혜원 기자] # 사회초년생인 A씨는 최근 00은행에 방문해 직장인000적금상품에 가입했다. 하지만 만기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중단 한다는 안내를 받고 당황했다.
# 직장인 B씨는 재태크 목적으로 가입했던 적금상품이 나중에 판매중단 됐다는 것을 알고 금융사에 항의했다.
은행·카드 등 금융사들이 고객 유치 목적을 위해 만든 다양한 금융상품과 서비스혜택들이 소비자 모르게 사라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금융소비자 손실 방지를 위해서도 상품 출시 전 검증체계 시스템을 도입해 제도적 측면에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은 저금리기조에 따라 수익률이 저조해진 은행적금상품은 물론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속속 중단하고 있는 추세다. 또 카드사가 내놓는 다양한 부가서비스 혜택 또한 반짝 출시돼다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금융상품 중 가장 많이 판매가 중단되고 있는 것은 은행적금상품이다. 먼저, KB국민은행은 지난 2016년 2월에 출시한 ‘KB아시아나원(ONE)통장’을 다음달 11일까지만 판매하기로 했다.
‘KB아시아나원(ONE)통장’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 상품으로 매월 KB국민카드 결제실적, 급여이체, 예금평잔 조건 등 거래실적에 따라 항공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상품이었다.
외국인 고객 전용 상품이었던 ‘KB 웰컴 플러스(WELCOME PLUS) 적금’도 내달 11일까지만 가입 가능하다. 이 상품은 시중은행 중 국민은행에서 유일하게 선보인 상품이었다.
지난 2017년 3월 출시된 이 상품은 만기자금을 사전에 신청한 본국계좌로 자동 송금해주는 ‘만기안심 본국송금 서비스’와 ‘상해안심 보험서비스’등을 제공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6월에 출시한 ‘신한 11번가 정기예금’을 다음달 1일부터 판매하지 않는다. 이 상품은 11번가, 신한카드와 함께 내놓은 이 상품은 출시 당시 금리가 연 최대 3.3%였고 지난해 11월에도 ‘타임딜’ 이벤트로 연 최대 5%까지 적용해주는 이벤트도 했던 상품이다.
우리은행은 오는 15일부터 일부 수신상품의 금리를 내린다. ‘우리 SUPER 정기예금’은 가입기간에 따라 금리가 연 0.3~1%였는데, 0.1~0.25%포인트를 인하해 0.3~0.85%로 내려잡았다. 시니어플러스 우리예금(회전형, 즉시연금형)도 0.25%포인트 내려 이제 연 0.3%밖에 챙기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은행들이 예·적금상품을 판매중지한 이유로 코로나19사태로 인한 장기적인 초저금리현상이 이어지면서 수익률이 낮아지자 판매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고객이 더 이상 찾지 않은 상품을 새로 업그레이드해 재출시하고도 있다.
이밖에도 최근 금리인상으로 인한 우대금리 축소 등이 겹치면서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상품도 중단하고 있는 모습이다. 신한은행은 모기지신용보험(MCI) 대출, 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 상품 판매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
MCI·MCG은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이 보험에 가입한 차주(돈을 빌리는 사람)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향후 다른 시중은행들도 주담대 대출 상품 일시적 판매중지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외 카드사들도 소비자혜택 부가서비스를 줄이고 있는 추세다. 우리카드·삼성카드·KB국민카드 등은 이미 부가서비스를 없앴다. 이는 마케팅 비용 줄이라는 당국의 압박과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영업실적 부진이 겹치면서 서비스혜택을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카드는 최근 연간 이용금액 5000만원 이상 VIP 고객(V 다이아몬드 등급)에 제공하던 공항 라운지 이용 바우처 증정 혜택을 없앴다. 해당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려면 연간 신용카드 사용액이 1억원 이상(V플래티넘) 돼야 한다.
KB국민카드도 지난달 1일 ‘로블·미르카드’의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로블카드는 연회비가 30만원, 미르카드는 20만원으로 비교적 높지만 '동남아 항공권 1+1 혜택'을 제공하며 큰 인기를 모았던 카드다.
삼성카드는 지난달부터 ‘삼성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아멕스) 그린카드’를 새로 구성하면서 포인트의 항공 마일리지 전환 혜택을 없앴다. 해당 카드는 삼성카드 포인트를 쌓아 보너스 항공권을 얻는 ‘삼포적금(삼성카드포인트적금)’ 이용자들에 인기를 모았던 상품이다.
이처럼 사라지고 있는 금융상품과 서비스혜택으로 인해 고객 불만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9년 한국갤럽에 위탁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후 서비스나 피해 발생 후 대처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금융회사는 상품 판매 후 고객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73.9%였고, '금융회사는 사고나 피해 발생시 책임을 지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도 73.2%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상품들을 출시하기 전 후, 사전 설계시에 금융상품들을 평가 및 사후검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한 검증도 중요하지만 불완전한 판매로 이어지지 않도록 처벌과 제제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성환 금융소비자네트워크 대표는 “현재 금융사들은 신종판매상품에 대한 정확한 평가규정이 미비한 실정에 있다”며 “이를 사전설계시 고객이 충분히 이해가 갈 수 있는 방향으로 프로세스를 구성하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자본시장법상 또는 상법상 금융상품의 정의 규정을 이용해 평가 및 검증을 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는 “지금은 비대면금융거래시대이기 때문에 과거처럼 마케팅 측면에서 상품을 개발하기 보다는 시장흐름에 따라 적합성을 따져 판매 후 소비자 반응에 대한 데이터를 파악해 이에 맞는 금융상품을 만드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검증 후 잘못되고 불합리한 처우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지키도록 하는 법적인 처벌과 제재 강화에도 힘써야 한다”고 충고했다.
반면, 금융사들은 현재 금융상품을 기획할 때 소비자모범약관에 따라 사전적으로 금융상품에 대한 피해방지 및 불리한 부분에 대한 조사를 하도록 돼 있어 충분히 사전에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 판매 중단하는 상품들은 고객이 더 이상 찾지 않는 상품들이 대부분”이라며 “정리한다는 차원에서 중지를 하고, 더 업그레이드 된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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