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정진선
빈 가방 들고 찾아가리
꼬리 잃는 도마뱀이
무성한 풀 위로
햇살을 즐기며 가듯
그렇게
잃어도 편한 아침이 오면
빈 마음으로 웃으며 가리
키 큰 나무가
무성한 가지 사이로
손바닥만 한 바람을 스쳐 보내듯
그렇게
짧게라도 빛나는 노을이 보이면
비워서 가득할 수 있는 나의 하루여
커피 한잔을 맘 편히 앉아서 마시는 것도 어려울 때가 있음을 알았다. 그렇게 마시지 못하게 제어할 수도 있다. 다 같이 살자고 하는 것이지만 살 수 있는 사람만 살아남기 같다. 아픔은 알아줘야 희생이다. 종교가 제일 절실할 때에 제일 혐오하는 단어가 되었다. 특히 종교에 시설까지 붙이면.
악처럼 떠다니고 있다. 이 얼마나 현실적이지만 위험한가. 바이러스도 그렇지만 그를 인한 죽음이 붙어 있어서다. 죽을 수 있겠다 하니 그 공포가 너무 크다. 안 죽고자 하는 것이라 하니 검증 없는 것들이 제도가 되어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일까. 인간살이 중 가장 물질에 빠져 있는 이 시대 인간들은 가끔 비워서 보내는 시간도 절실히 필요하다. 물질로 채우는 의미가 죽음 앞에서는 무의미하기에 그렇다.
신은 무슨 메시지를 계속 보내는데 우리는 못 알아보고 있는 게 아닐까.
시인 정진선 : 한국문인협회 회원, 2013년 시집 '그대 누구였던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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