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감독과 감시는 다르다

김자혜 / 기사승인 : 2021-02-24 17: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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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김자혜 기자]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시끄럽다. 개정안을 둘러싸고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전금법 개정안을 ‘빅 브라더 법’이라고 누차 강조하고 있다.


이 총재가 언급한 ‘빅 브라더’는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중앙감시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에서는 전체주의 국가의 절대 권력을 대표하는 독재자 또는 정치지도층이 구성원을 언제 어디서든 감시한다.


한국은행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빅테크 업체의 모든 거래정보를 금융결제원을 통해 금융위원회가 수집한다”며 “이용자를 보호하고 거래를 투명화하겠다고 모든 가정에 CCTV를 설치하고 지켜보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더해 한은은 지급결제 운영 권한도 금융위가 빼앗아 간다고 본다.


전금법의 개인정보 침해 소지는 업계 전문가도 우려하고 있다.


전북대 양기진 교수는 ‘빅테크 내 전자지급거래의 청산집중 의무에 관한 검토’ 자료를 통해 “한국의 사이버 범죄율을 중국보다 훨씬 적고 지급결제 수단도 잘 발달하여 있어 빅테크 영향력이 크지 않아 중국과 상황이 다르다. 사이버범죄 위험이나 고객자금 유용방지를 명목으로 청산까지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입법”이라고 밝혔다.


전금법 개정안과 유사한 법안은 유일하게 중국에서 운영 중이나 정작 국내 실정과 중국의 여건이 다르다는 해석이다.


양 교수는 이러한 법은 세계적으로 사례조차 없다며 입법 강행 시 빅브라더 뿐 아니라 사이버보안, 혁신 저해를 우려했다.


전금법 개정안은 감독이 아닌 ‘감시’, 즉 빅브라더와 같은 여건이 될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이 양 교수의 지적이다.


이쯤에서 감시가 그렇게까지 두려운 일이겠느냐 반문하는 이가 있을 수 있다.


소설 속으로 돌아가서 1984속 빅브라더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보자. 주인공은 전체주의에 반감을 갖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눈다. 그리고 그 순간 사상경찰에 잡혀 전기쇼크, 학대를 당했고 교화를 넘어서 아닌 것을 맞다 믿도록 강요당한다.


빅브라더는 이미 충분히 권력을 얻었으나 그것만으로 성에 차지 않아 정신적 지배까지 하려는 것이다. 주인공은 더 이상 전체주의에 대한 반감을 갖지 않게 됐다. 어떤 의문도 품지 않고 자유를 잃은 채 빅브라더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


어디까지나 소설이 아니겠냐고 반문할수도 있겠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소설로만 치부하기엔 이 소설은 1949년에 나왔음에도 현재까지 두고두고 회자되는 중이다. 권력의 속성을 꿰뚫고 있어서다.


전금법에 빅브라더를 언급한 것은 이주열 총재 역시 법안 통과 이후 사회적 파장을 꿰뚫고 있어서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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