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김효조 기자] 우리 집 강아지는 사람을 매우 잘 따르고 성격이 활발한 하얀색 애완견이다. 어느 날과 다름없이 강아지를 산책시키다가 실수로 목줄을 놓쳤다.
순간 강아지는 60대 정도로 보이는 할머니께 꼬리를 흔들면서 뛰어갔고 할머니께서는 깜짝 놀래 그대로 뒤로 넘어지셨다.
내 잠깐의 실수로 할머니는 급히 구급차로 이송됐고 아직도 병원 신세를 지고 계신다.
지난 2018년 기준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개에게 물려 구급차로 이송된 사람은 2368명으로 개 물림뿐만 아니라 개에게 피해를 입어 이송된 사람을 포함한다면 더 많을 거다.
올해는 맹견 소유자가 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하는 해다. 지난달 28일 생명·손해보험협회는 '2021년 달라지는 보험제도'를 발표했다.
동물보호법 개정에 따라 올해 2월 12일까지 기존에 개물림 사고 배상 보험에 가입했던 견주도 의무적으로 맹견 책임보험에 추가 가입해야 하며 위반 시 '동물보호법' 제47조에 따라 3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하는 맹견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테리어 등이다.
우리 집 강아지는 이번 달라진 보험법에 포함돼 있는 견종이 아닐 뿐더러 넘어진 할머니 몸에 직접적으로 닿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할머니께서 다치신 것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개 목줄을 놓치지 않았더라면 할머니께서는 다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개는 이번 달라진 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하는 맹견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개가 할머니께 피해를 입힌 것은 확실하다.
이에 “과연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등 의무가입에 지정된 개들만 사람을 물고 피해를 입힐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의무 가입 견종이라도 교육을 잘 받은 개는 아무나 물거나 해치지 않는다. 품종을 기준으로 맹견을 지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견종이 아닌 개체별 특성에 따라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29개주는 종이 아닌 개체별로 맹견을 판단하고 있으며 독일은 맹견의 견종을 정하되 높이 40cm 이상, 체중 20kg 이상이라는 기준으로 의무화 가입을 정했다.
이번 개정안에 생각해 봐야할 문제가 이뿐 아니다. 보장한도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맹견책임보험의 보상액 범위는 ▲맹견으로 인해 타인이 사망하거나 후유장애가 발생했을 때 8000만 원 ▲타인이 상해를 입었을 때 1500만 원 ▲타 동물에게 상해를 입혔을 경우 200만 원 이상이다.
보상액 범위는 반려견이 타인을 공격해 피해를 입혔을 때 최대 500만 원을 보상한다는 기존 펫보험의 내용보다 보완된 내용이다.
그러나 맹견이라는 이유로 보험 가입이 거부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에 맹견 의무 보험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보험사들은 맹견 책임보험 상품을 개발 중이며 1월 중 출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월 12일까지라는 가입 기한을 정해놓았지만 필요한 구체적 내용은 나오지도 않았다. 정작 실가입자인 맹견주들은 5종의 견종 안내와 함께 '의무가입'이라는 말만 들었을 뿐 구체적 상품 내용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이런 풀리지 않은 문제들을 안고 맹견 책임보험이 실시된다면 이 보험을 만든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생각도 든다.
옛말에 ‘개구리도 움쳐야 뛴다’는 말이 있다. ‘일이 아무리 급해도 준비해야할 것은 해야 한다’는 뜻으로 다음달 12일까지 얼마 남지 않은 기한을 앞두고 있지만 앞서 말한 문제들을 꼼꼼히 되짚어 봐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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