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선 시인의 土曜 詩論] 욕하기

김자혜 / 기사승인 : 2020-12-2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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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하기




살다가
애들 앞에서
욕한다고 욕먹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나도 모르게 나왔다
상대방은 이미


라디오에서 사라져


아침부터
내가 나한테
욕하는 모양새다


본성이 나오는 듯해서
참 머쓱하다

원시시대 괴성은
운전대를 잡고
세상을 사냥하게 한다




왜 그랬을까. 지나면 별문제가 아니었던 건데 왜 마음 어질러지게 욕을 했을까. 나도 모른다. 사고가 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운전하다 나오는 욕은 신의 분노 같다. 인간은 서로를 그렇게까지 미워하지는 않는다. 신의 사주로 인간이 만든 것들을 들고 인간들끼리 적대적으로 소리치며 운전하면서도 싸운다. 보이지 않아도 싸운다. 인간이 만든 그 많은 것들을 가지고 편을 갈라 맞다 아니다 소리만 들려도 싸운다. 소리는 욕이 있어 싸울 수 있다.


어디 있던 생각인지 머릿속을 거치지 않고 입으로 바로 튀어나온다. 욕은 그리 나오지만 문제는 무슨 변화를 기대했는지 결국 알려주지도, 알 수도 없다는 것이다.


아침부터 세상살이 욕하기는 잘못을 알면서도 하기에 참 대단한 일이다.


시인 정진선 : 한국문인협회 회원, 2013년 시집 그대 누구였던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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