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낙하산 인사’와 ‘도루묵 금융’

김영린 / 기사승인 : 2020-11-30 05: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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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1년쯤 전인 작년 12월,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은 ‘도루묵산업’이라는 혹평을 받고 있었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가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정책심포지엄에서 우리 금융산업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과거로 회귀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발표된 주제의 제목도 “금융산업은 도루묵산업인가”였다. 김 전 교수는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일으킨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나라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한 시절로 돌아갔다는 뜻”이라고 꼬집고 있었다.


김 전 교수의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혹평은 2015년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나오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성숙도’가 140개 국가 가운데 87위로 아프리카의 우간다의 81위보다도 낮게 평가된 것이다. 금융개혁을 외쳐온 대한민국 정부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평가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는 페루의 리마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 금융업계 수장과 가진 저녁식사에서 건배사로 “우간다, 이기자”를 외치기도 했다. “우리 금융이 간다”는 뜻이라고 했지만 ‘자조적(自嘲的)’인 건배사로 들렸다.


하지만, 2015년뿐 아니었다. 2016년에도 세계경제포럼은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성숙도를 80위로 매기고 있었다. 우간다는 우리보다 3단계 높은 77위였다. 대한민국의 금융은 2년 연속 우간다보다도 못한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말을 김 전 교수가 돌이킨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를 따져볼 일이다.


어떤 조직이든 일은 그 구성원인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업의 일도, 정부 일도 ‘사람’이 하고 있다. 은행도 다르지 않다. 은행 업무를 하는 것도 당연히 ‘사람’이다.


그런데, 일을 할 사람이 위에서 내려오고 있다. 이른바 ‘낙하산 인사’다. ‘낙하산’이 금융회사나 관계기관의 수장이나 임원 등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럴 경우,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선, ‘줄줄이 낙하산 인사’가 일어날 수 있다. ‘내 사람’을 끌어 모아서 일하는 게 아무래도 편할 것이기 때문이다.


낙하산은 또,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일을 찾으려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계승해서 발전시키는 게 바람직할 업무까지 제쳐버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업무의 연속성’에 문제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예산과 인력, 시간이 낭비되는 것은 물론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역대 정부마다 ‘금융개혁’을 외쳐왔다. 그러면서도 역대 정부마다 금융업계의 수장 자리에는 ‘낙하산’을 앉혔다.


그 ‘낙하산’의 경력이 금융업무와는 관계가 ‘별로’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금융의 문외한’을 임명한 것이다. 몇 해 전에는 ‘금융 경력’이 아예 ‘전무(全無)’한 ‘전’ 청와대 비서관이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낙하산 인사를 하면서 금융을 개혁할 재간은 쉬울 수가 없다.


더구나, 금융은 산업의 ‘동맥’이라고 했다. 낙하산 인사가 ‘동맥’을 쥐고 있으면 나라 경제 전체가 잘 굴러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런데도 낙하산 인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노조가 반대하고, 금융 전문가가 우려해도 아랑곳없이 ‘진행형’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금융은 또 ‘도루묵금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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