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주 연초제조창 부지매매 과정 '뇌물의혹' 수사
'1인경영' 강화하다 '부실경영' 도마 위에 올라
민사장 비리의혹 어디까지 끝일지 '초미 관심'
[토요경제=유지만 기자] 경찰이 KT&G의 부동산사업 관련 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민영진 KT&G 사장 등 회사 최고위층으로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민 사장의 부동산 관련 의혹은 올 초부터 끊임없이 제기됐던 사안이다. 일각에서는 민 사장의 비리가 더 있을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불법혐의, 민사장·KT&G 임직 8명 출국금지
경찰은 지난 6일 KT&G가 청주 연초제조창 부지 매각 등 부동산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민 사장과 KT&G 임직원 등 8명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날 KT&G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청주시청 공무원 A(51)씨를 체포한 데 이어 이날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2010년 청주시청과 KT&G의 청주 연초제조창 부지 매매 협상 과정에서 KT&G의 부동산 용역업체인 N사로부터 6억6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당시 계약 담당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N사의 청탁을 받고 KT&G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청주시청은 KT&G 소유의 토지를 250억원에 매입해 문화시설로 개발할 계획이었지만 KT&G는 400억원의 매각가를 제시해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A씨는 매입 가격을 350억원으로 올려주는 대가로 2010년 10월부터 2개월간 N사에서 6억6000만원의 뇌물을 받았고, 계약은 그 해 12월 체결됐다.
경찰은 N사가 A씨에게 로비를 하고 뇌물을 제공하는 과정에 KT&G가 깊게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KT&G 임직원들은 청주시청과 매각 협상이 결렬되자 시청 측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달라고 N사에 요청했으며, 뇌물 액수 등도 사전에 상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뇌물 제공 액수에 대해 N사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도 아니다”라며 “N사 측과 KT&G 직원들도 그렇게 진술했다”고 말했다.
◇경찰, KT&G의 부동산 사업 전반 수사중
경찰은 KT&G 최고위층이 뇌물 공여에 개입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 KT&G의 부동산 개발 사업 전반에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도 확인 중이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14일 KT&G의 부동산 비리 의혹과 관련해 청주시청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뇌물공여)로 KT&G 임원 A씨와 B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두 임원은 지난 2010년 청주시청과의 연초제조창 부지 매각 협상 과정에서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자 용역업체 N사를 동원해 청주시청 전 기업지원과장 C(51)씨에게 6억6000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청주시는 매입가 250억원을, KT&G는 매도가 400억원을 주장해 협상이 난항을 겪었으며 C씨는 뇌물을 받고 KT&G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와 B씨가 N사를 앞세워 뇌물 공여에 개입한 정황을 확인하고 지난 12일 두 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것은 황당하지만 절차적 권한을 검찰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할말은 없다”며 “그러나 KT&G 임원진의 범행 개입 정황은 수사팀이 확실히 포착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 외에 다른 회사 고위층도 부동산 관련 비리에 개입했을 수 있다고 보고 KT&G의 부동산 사업 전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게 된 데는 그동안 민 사장 ‘1인 체제’로 운영됐던 KT&G의 기형적 구조가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민 사장은 취임 이후 1인 경영 체제를 구축해 왔다. KT&G 내부에서조차 ‘경영 부실’을 염려할 정도였다.
민 사장은 취임 이후 3명이었던 KT&G 상임이사를 한 명으로 줄였다. 나머지 등기임원은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해, 사실상 회사 내에 근무하는 등기임원은 민 사장 혼자만 남은 셈이다. 이는 최소 30% 이상을 상근 등기임원으로 구성한 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와 비교해 봐도 특이한 구조다.
민 사장과 사외이사들은 이사회 소속 투자·기획위원회 등의 권한도 강화했다. 특히 회사 내 중요한 투자를 결정하는 투자위원회의 집행 권한 금액을 기존 3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1500%나 올렸다. 즉 500억원이 넘지 않는 투자는 총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권한이 강화된 이사회는 회사 내 투자 안건에 찬성표만 던졌다. KGC라이프앤진과 중국 내 홍삼판매회사인 길림한정인삼유한공사 등에 700억원이 넘는 돈이 신규 투자됐다. 이 회사들은 지난해 각각 305억, 36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이 외에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인도네시아 현지 담배제조 회사도 인수했지만, 90억원 당기순손실에 그쳤다.
무리한 투자는 KT&G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2008년 이후 KT&G의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률은 계속 하락했고, 담배 점유율도 2008년 대비 4%가량 떨어졌다.
경영상황이 예전보다 악화되자 KT&G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KT&G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민 사장의 뜻을 받들기 위한 들러리 역할을 하면서, 본연의 기능인 경영진 감시와 견제를 제대로 못했다”며 “이 때문에 몇 년 간 KT&G의 경영이 부실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임 나서자 노조 ‘격렬 반발’
KT&G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지난 2월 민 사장이 연임에 나서자 노조도 반발했다.
민 사장은 지난 1월 자신의 입맛대로 구성된 사회이사만으로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단독 응모해 재선임을 결정했다. 또한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인 2월말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사장 연임을 확정했다. KT&G 안팎에서는 “새 정부가 자신의 연임에 개입하지 못하게 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대다수였다.
이에 계열사노조들이 연임에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계열인 KT&G 2노조는 지난 2월 5일 성명서를 내고 “실적부진과 각종 비리의혹에 휘말려있는 민 사장이 정권 교체기 어수선한 공백을 노린 부도덕한 ‘꼼수 연임’을 강행하고 있다”며 민 사장의 퇴임을 요구했다.
노조가 지적한 부분은 사추위의 성격이 ‘들러리’고, 구성 인사들과 민 사장의 관계도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보통 사추위는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인사로 구성하는게 상식이지만, KT&G는 외부 인사의 사추위 참여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상태에서 단독 응모해 연임을 결정했다는 것. 사추위는 KT&G의 내규에 따라 7인으로 구성되는데, ‘MB책사’로 알려진 김원용씨가 위원장을 맡아 논란에 빠진 바 있다.
◇각종 비리 의혹도 밝혀질까
노조는 올해 초 민 사장과 관련된 각종 의혹들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제기된 의혹 중 첫 번째가 청주공장 매각 문제였다. 이 문제가 경찰 수사로 확대되자 자연스레 다른 의혹들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조가 제기한 다른 의혹 중 첫 번째는 KT&G 자회사인 KGC라이프앤진의 광고용역회사로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1실장의 친인척인 권영재씨가 사장으로 있는 상상애드윌을 무리하게 선정해 90억원대 광고를 몰아줬다는 의혹이다. 상상애드윌은 2010년 11월 설립된 회사로, 자본금 5000만원이었다. 노조는 “자본금도 적고 실적도 별로 없는 회사가 80억원이 넘는 KGC라이프앤진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된 것은 누가봐도 이상하다”며 “상상애드윌 대표인 권씨는 김씨와 처남·매형 사이라는데, 이 과정에서 밀어준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비자금 조성과 은폐와 관련된 의혹이다. 노조는 “2002년부터 KT&G 당시 민영진 본부장과 함모 국장, 김모 부장 등이 홍보용 담배를 보따리상에게 불법으로 할인매각하여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당시 민 본부장이 사장으로 올라오면서 비자금 조성 비리 은폐를 도와준 이들을 간부로 중용했다”고 밝혔다.
세 번째는 경영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평가지표 조작 등으로 실적을 가공했다는 의혹이다. 노조는 “민 사장 재임 후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급감했다”며 “문어발식 자회사 확장 및 저가·불공정 영업 강요 등으로 실적을 가공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자회사를 13개에서 23개로 확대시켜 전체 매출액의 증가하는 착시현상을 일으킨 것”이라 지적했다.
◇KT&G “음해다”vs노조 “진실 밝혀질 것”
KT&G 노조가 제기한 여러 비리의혹에 대해 KT&G측은 “말도 안 되는 중상모략”이란 입장이다. KT&G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노조가 제기했던 각종 의혹들에 대해 전해 들었다”며 “이는 민 사장 연임 과정에서 음해하려는 세력들이 퍼뜨린 악의적인 의혹”이라고 말했다.
KT&G 관계자는 이번 청주공장 매각과 관련된 경찰 조사에 대해서도 무혐의를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이번 사건은 민 사장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은 뒤 “매각과 관련된 회사들이 무리하게 진행하다 벌어진 일”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이 모든 의혹은 지난 2월 민 사장의 연임을 막으려는 세력들이 퍼뜨린 악의적 소문”이라며 “음해세력들이 언제부터 의혹을 제기했는지 잘 살펴보면 의도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혹을 제기했던 노조 측은 “지켜보면 하나씩 진실이 밝혀질 것”이란 입장이다. 민노총 인삼공사지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제기했던 의혹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는 모양새”라며 “민 사장과 관련된 비리들이 점점 드러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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